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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전향 독립유공자 서훈 취소는 적법"

서울고등법원, 이항발·김우현 후손 청구 각하…1심 판결 뒤집어

친일 행적이 드러나 독립유공자 서훈이 취소된 이들의 후손이 제기한 소송에서 2심 법원이 서훈 취소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 행정4부는 이항발과 김우현의 후손이 "서훈 취소 결정을 취소하라"며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고 9일 밝혔다.

이항발과 김우현은 일제 때 독립운동을 했던 인물이다. 이항발은 독립군 자금을 모았고, <조선일보> 사회부장이던 1922년에는 조선인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본을 비판하는 강연을 했다. 그 후 서울청년회 계열로 조선공산당에서 활동하는 등 사회주의 운동과 노동운동을 했고, 신간회 중앙집행위원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일제의 대륙 침략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1930년대에 친일로 전향해, 사상전향자 단체인 대동민우회의 검사장을 맡았다. 해방 후에는 제헌의회 의원을 지냈다. 이항발에게는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김우현은 3.1운동에 참여했다가 훗날 친일로 돌아선 종교계 인사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김우현은 장로교 목사로 YWCA연맹 이사장과 중앙신학교 교장을 역임했다. 그러다 1937년 내선목사유지간친회를 조직해 일제에 협력했고, 1938년에는 각종 시국 강연회에서 친일 강연을 했다. 국민총력조선연맹 참사도 맡았다. 김우현에게는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됐다.

국가보훈처는 2010년 이항발과 김우현을 비롯해 장지연, 김응순, 윤치영, 김홍량, 이종욱 등 친일 행적이 확인된 독립유공자에 대한 서훈 취소를 행정안전부에 요청했다. 서훈 취소 대상자는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간행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독립유공자 20명 중 19명이었다(행정소송 중이던 김성수 <동아일보> 창업주 제외). 이 중 5명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 행위자라고 발표한 이들이다.

서훈 취소는 이때가 처음이 아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6년, 역시 친일 행적이 확인된 5명(서춘, 김희선, 박연서, 장응진, 정광조)에 대한 서훈을 박탈한 적이 있다.

서훈이 취소된 이들의 후손들은 국가보훈처의 결정에 반발했다. 2010년 국가보훈처가 서훈 취소를 결정하자, 이들은 '서훈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모두 7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친일 전향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권한이 없는 국가보훈처장이 서훈을 취소한 것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훈장은 대통령이 수여하는 것으로 헌법과 상훈법에 규정돼 있다는 점에서 서훈 취소 역시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등법원 행정4부는 "국가보훈처의 통보는 단지 대통령의 취소 결정과 이에 따른 훈장과 훈장증의 환수를 알리는 것이어서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이 문서로 유공자에 대한 서훈 취소를 결정했고, 통보 권한을 위임받은 국가보훈처는 이를 유족에게 통지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2심 재판부는 "설사 통보를 소송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더라도 당시의 관련 절차는 권한이 있는 자에 의해 적법하게 이뤄졌고, 서훈 취소를 대통령이 결정했으므로 국가보훈처장은 피고가 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서울고등법원 행정4부가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음에 따라, 2심이 진행 중인 다른 5건의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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