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회피 연아'로 알려진 영상을 올린 누리꾼 차아무개 씨가 NHN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2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NHN은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업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4부(김성준 부장판사)는 차 씨가 '약관에 명시된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지키지 않고 가입자 동의 없이 인적 사항을 경찰에 제공했다'며 NHN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항소심에서 "차 씨에게 50만 원을 지급하라"고 18일 판결했다. "NHN의 책임이 일부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1심 재판부와 다른 판결이다. 2011년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는 "관계 법령에 따라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을 개인정보 보호 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NHN의 손을 들어줬었다.
'회피 연아'는 2010년 3월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 선수가 인천공항에서 격려차 어깨를 두드리는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회피하는 듯한 장면을 편집한 내용으로, 당시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차 씨는 이를 네이버의 한 카페 게시판에 올렸다. 얼마 후, 유 장관은 차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달려든다'는 비판이 나오며 논란이 커지자, 그 다음달 유 장관은 고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NHN이 인적 사항을 자신의 동의 없이 경찰에 넘긴 사실을 알게 된 차 씨는 2010년 7월 NHN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청구액은 2000만 100원).
위헌 논란 불러일으킨 전기통신사업법의 '통신 자료 제공' 조항
NHN이 수사 기관에 차 씨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근거는 전기통신사업법이다. 이 법에는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수사 기관이 수사 등을 위해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해지 일자 등 6개 정보를 요청하면 따를 수 있다"(83조 3항)고 규정돼 있다.
강제성이 있는 조항은 아니지만, 이 조항을 근거로 포털을 비롯한 통신사업자들이 수사 기관에 넘겨준 가입자 전화번호 수가 지난해에만 580만 건이 넘는다. 이 때문에 수사 기관이 별다른 통제를 받지 않고 이 조항을 남용하고 있으며, 통신사업자들도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영장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거듭 나왔다. 당사자가 모르게 개인정보가 수사 기관으로 넘어갈 뿐만 아니라, 조사 결과 아무런 혐의가 없더라도 당사자에게 그 결과가 통보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 조항이 비판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이와 달리, 압수수색을 할 때나 금융 거래 및 통신 내역을 조회할 때는 사전에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처리 결과도 당사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이 때문에 헌법소원도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8월 23일 헌법재판소는 '통신 자료 제공'에 관한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 통신 자료를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을 뿐이지 어떠한 의무도 부과하고 있지 않다"며 "이용자의 기본권이 직접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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