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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에서 출발한 그들, 육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2012 생명평화대행진·②] 더는 삶을 파괴하지 말라는 절규의 연대

쌍용차, 용산, 강정마을, 비정규직, 4대강과 골프장…. 일터에서 차별받고 쫓겨나고, 삶터에서 강제로 내몰리고 국가와 사회로부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이들의 이름이다. 생명과 평화를 간절히 갈망하는 이들의 이름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더 이상 쫓아내지 말라고, 더 이상 파괴하지 말라고 외치는 이들의 이름이다. 탐욕스런 자본과 야만적인 권력에 맞서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이들의 이름이다.

이들이 모여 함께 고통을 마주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연대의 손을 맞잡고 아름다운 행진을 시작했다. 2012 생명평화대행진이다. 지난 10월 5일부터 제주를 시작한 행진이 11월 3일 서울을 향해 힘찬 걸음을 내딛고 있다.

지난 11월 4일 생명평화대행진 전야제가 있는 제주 강정마을로 갔다. 강정마을 입구엔 '제주해군기지 결사반대'라는 노란 깃발들이 곳곳에 꽂혀 있었고, 마을을 지나는 길에 강정마을의 평화로웠던 일상을 그대로 표현한 아름다운 벽화들이 걸려 있었다. 처음 온 것이 아니라서 생경하지는 않았지만, 깃발만 봐도 가슴이 먹먹해오는 것은, '동병상련'의 아픔이 밀려왔다. 쫓겨난 자만이 알 수 있는 그런 고통과 서러움, 그리고 분노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비정규직과 강정마을, 동병상련의 아픔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진행된 촛불문화제서 강정마을 이장님이 말씀하신다.

"강정의 평화를 지키는 위해 매일 해군기지 앞에서 공사 차량을 막으며 평생을 살아온 삶터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나, 쌍용차에서 정리 해고된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지 않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똑같은 일을 하고도 차별받고 해고의 위협에 고통당하지 않기 위해 저항하는 것은 모두 다르지 않습니다."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을 제대로 고쳐내기 위해 우리가 희망이 되어 싸워야 된다며 대행진을 통해 실천을 하자고 말씀을 하신다. 그런 마음이어서 일까? 강정마을의 문화제는 늘 춤과 노래로 마무리 짓는 무한한 긍정과 여유로움이 담겨져 좋았다.

강정마을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은 간단한 출발 인사를 나누며 약식 출정식을 갖고 제주에서의 본격적인 행진을 시작했다. 4.3 평화공원을 참배하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갖고, 제주도청에서 행진을 시작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많은 사회단체 사람들이 참여를 했다.

모든 고통받고 소외되고, 쫓겨난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우리가 하늘임을 이야기하며, 함께 걸으며, 다가오는 대선에서 1% 잘 사는 사람들의 세상이 아니라 99%의 하늘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가 나서서 이야기하고 투쟁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레시안(손문상)

육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해고노동자

제주 시민 200여 명과 제주항까지 함께 걷고, 육지로 출항을 위해 목포행 배에 승선했다. 강정마을 이장님을 비롯한 5명이 '승선금지 명단'에 포함되어, 한참 동안 싸운 끝에 뒤늦게 목포항에 도착했다.

육지에 도착한 평화 행진단이 가장 먼저 만난 이는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였다. 전남 영암에서 신문종이를 만드는 보워터코리아 노동자들이 660여 일 동안 공장에서 쫓겨나 싸우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해고는 노동자들의 삶을 파탄내 버렸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특히 같은 해고 노동자인 쌍용차 노동자들과 보워터코리아 해고자들이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은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다.

5.18 묘역을 참배하며 열사정신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후 버스를 통해 광주역에 도착한 행진단은 지역단체와 많은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금남로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보태주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에 비해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별로 보이지 않은 점이었다.

셋째 날은 광주지역 평화통일마라톤대회 선전전으로 시작했다. 마라톤대회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주셨는데, 꼼꼼한 선전전 부족으로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광주지역에서 준비해주신 아침도시락을 먹으며 광양으로 이동해서 '광양 소고기축제'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30년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는 심각한 환경파괴와 노동자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기본권을 탄압하는 눈물들이 있고, 아직도 지역사회와 약속한 사항들을 전혀 이행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순천지역에서는 2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정성스럽고 의미있게 행진을 준비해 주었다. 350명이 넘는 시민들과 거리행진을 통해서 포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포스코가 소리없이 순천만을 죽이고 있다는 것을 알려나갔다.

순천의 조례호수공원에서 열린 문화제는 10여 팀이 나와서 다양한 문화를 느끼게 해주었고, 호수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던 시민들도 우리의 공연을 지켜보며 구경하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노동자들이 많이 참가해서 '비정규직 없는 일터를 위한 천만 선언 노동자 서명'을 받기도 했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문화제를 통해 강정, 쌍용, 용산, 비정규직 문제 등을 나누며 힘찬 대행진 3일차를 마무리 했다.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복직하는 것이 평화"이고,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이 서식처 잃지 않는 것이 평화"다.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쫓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전국의 상처받은 이들을 만나며 걷고 있다.

생명과 평화를 위한 대행진에 많은 이들이 함께 걸었으면 좋겠다. 생명과 평화를 위한 대행진이 어두운 사회를 밝히는 작은 횃불이 되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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