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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받아 집 하나 샀다가 '깡통'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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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받아 집 하나 샀다가 '깡통' 찼다

[응답하라, 베이비부머·②] 그들은 왜 '깡통주택' 주인이 됐나

깡통주택. 집주인이 집을 팔더라도 대출금이나 세입자 전세금을 다 갚지 못하는 주택을 말한다. 부동산이 올랐을 때, 더 오르리라 예상하고 빚을 내 집을 샀지만, 정작 집값이 하락하면서 생겨나고 있다. 부동산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하우스푸어, 가계대출 역대최고치 등과 맞물려 깡통주택이 문제가 되고 있다.

깡통주택은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 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한국경제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금융전문가 사이에서는 한국의 금융 건전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된다. 깡통주택이 등장했다는 건, 부동산 경기 악화 → 가계부채 심각 → 금융 건전성 위기 등의 도식이 완성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걸 방증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주택담보대출금과 전세금이 매매가의 80%를 넘는 깡통주택 보유가구가 전체 가구의 3.4%인 18만5000가구로 집계했다. 이들 깡통주택 보유가구가 안고 있는 부채총액은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액(282조 원)의 20%가 넘는 58조 원으로 추산된다. 비 깡통 거주 가구의 부채는 깡통주택 보유가구의 부채액에 3분의 1 수준이다.

금융회사는 통상 부채 비율이 80% 이상이면 확실한 깡통주택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 시 주택경매 매각가율은 80% 이하로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대출 및 전세금 비율이 집값의 70%가 넘는 주택도 사실상 깡통주택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구주가 집을 팔아도 남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깡통주택 가구는 36만8000가구고 부채는 102조9000억 원이다.

▲ 강남 아파트. ⓒ연합뉴스

베이비부머와 겹치는 깡통주택 구입자

혹자는 깡통주택을 지닌 이를 하우스푸어로 생각한다. 부분적으로 맞는 이야기지만 정확한 건 아니다. 깡통주택 소유자가 모두 하우스푸어는 아니기 때문이다. 개념상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하우스푸어는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했으나 매달 대출이자를 갚느라 자신의 생활이 안 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이 무리한 대출을 받은 건,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되팔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집을 팔지도 못하고 이자만 내고 있어 문제가 된다. 30대 후반 40대 초반에 주로 포진하고 있는 하우스푸어는 자신이 사는 집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한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깡통주택 소유자는 자신이 사는 용도보다는 투자의 목적이 더 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전체 깡통주택 보유가구 중 7만9000가구가 자기 집에서 사는 나머지 10만6000가구는 자기 집, 즉 깡통주택을 전세 놓고 다른 집에서 살고 있는 걸로 파악했다. 7만9000가구가 하우스푸어라고 볼 수 있고 나머지 10만여 가구는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입했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깡통주택 보유가구 대부분이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와 겹친다는 점이다. KB금융은 깡통주택 거주 가구의 57%를 40~50대로 보고 있다. 게다가 깡통주택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고 자신은 다른 집에서 사는 가구 가운데 40~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7.9%나 됐다. 하우스푸어가 30대 후반 40대 초반에 몰렸지만, 깡통주택은 베이비부머에게 몰려 있는 셈이다.

노후대책으로 선택한 부동산, 결과는 참담

그렇다면 베이비부머가 무리하게 부동산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은행이 발표한 '고령화와 은퇴자산의 적정성' 보고서를 보면 베이비부머 가구의 노후생활을 위한 최소자금은 은퇴 시점인 만 55세를 기준으로 27년을 더 산다고 하면 적어도 월평균 148만 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베이비부머 금융자산은 22.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부동산 자산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베이비부머 은퇴 이후 금융자산 중 저축액은 점차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유는 은퇴 후 실제 연금수령까지 약 10년 동안 공백 기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은퇴연령은 50~55세로 추정되나 연금수령시점은 60~65세다.

연금을 받더라도 연금만으로 생활하는 건 불가능하다. 산업은행 보고서를 보면 베이비부머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은퇴 전 소득의 40%를 받더라도 파산확률은 41.4%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베이비부머가 국민연금도 받지 않으면서 현재 소비지출 수준을 은퇴 뒤에도 유지하려 하면 파산 확률은 85%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연금을 받더라도 노후 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베이비부머가 노후 대책으로 부동산에 돈을 투자한 이유다. 하지만 영원할 줄 알았던 부동산 상승기가 막을 내리고 주머니에 깡통만 찬 게 지금의 베이비부머다.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부동산

지난 2월 서울대 노화고령연구소가 발표한 전국 베이비부머 40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한 베이비부머의 통합은퇴준비지수를 보면 베이비부머는 재무 영역에서 100점 만점에 52.6점을 기록해 가장 낮게 측정됐다. 전체 응답자의 25.4%가 현재 자신의 가계 재무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반면, 긍정적 평가는 19.5%에 그쳤다.

2007년에 인천 송도 50평대 아파트를 10억에 산 이기성(가명·52) 씨는 아파트를 팔았다. 불어나는 이자에 비례해 내려가는 아파트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은행원인 이 씨는 "퇴직하게 되면 노후가 막막해 노후 대책으로 아파트를 샀다"며 "집값은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는 맹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하지만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고, 결국 빚만 지고 아파트를 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평생을 부동산으로 재산을 증식해온 세대이기에 노후 생활 자금 역시 부동산에 기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부메랑이 돼 그들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 응답하라, 베이비부머
빚더미에 오른 베이비부머, 당신의 부동산은 안전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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