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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점수 똑같아도 서울 학생은 SKY, 지방 학생은 낙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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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점수 똑같아도 서울 학생은 SKY, 지방 학생은 낙방

['사교육 중독', 이젠 빨간불] 정보 접근성에 따라 달라지는 진학률

수능 성적이 비슷한 두 고등학교가 있다. 그렇다면 이른바 명문대 진학률도 비슷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수능 점수 같은데, 'SKY' 진학률은 서울 강남이 지방의 2배

입시정보업체인 하늘교육과 <동아일보>가 최근 서울과 6개 광역시 일반계 고교(특목고 제외)를 대상으로 2012학년도 수능 성적과 주요 대학 진학률을 비교조사한 결과가 확인시켜준 결론이다. 언어·수리·외국어 등 수능 3개 영역 평균에서 똑같이 2등급 이상 성적을 받은 고교생끼리 비교하면, 서울 고교생의 SKY 진학률은 지방 고교생의 2배에 가깝다.

이 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SKY 진학률 상위 20개 고교에서 3개 영역 평균 1, 2등급을 받은 학생은 2971명이었다. 이 가운데 SKY 합격자는 1560명으로 절반을 넘었다(약 53%). 반면, 부산 등 6개 광역시의 주요 20개 고교에서는 1617명이 3개 영역 평균에서 2등급 이상의 성적을 받았다. 이 가운데, SKY에 진학한 학생은 30%(486명)에 그쳤다.

예를 들어 대구·경북 지역의 명문으로 손꼽히는 대구 수성구 능인고는 지난해 수능에 응시한 재학생과 졸업생 738명 중 15.9%(117명)가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에서 평균 1, 2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이른바 'SKY' 대학) 합격자는 25명으로 3.4%에 불과했다.

반면, 서울 강남구 진선여고의 경우, 수능을 치른 668명 중 언어, 외국어, 수리영역 평균에서 1, 2등급을 받은 학생은 17.7%(118명)이었지만 'SKY'에 합격한 수험생은 64명으로 응시생의 9.6%를 차지했다. 대구와 비교해서 약 3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뉴시스

"대입 전형 종류만 3298개…사교육 부추기는 MB 교육정책"

수능 점수가 같아도, '서울에 사느냐 지방에 사느냐'에 따라 명문대 진학률이 큰 차이를 보이는 현상. 이런 일이 왜 생길까. 이범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은 "지방과 서울 간 정보 격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대입 제도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 보좌관은 "학생의 특성을 고려해서 어떤 전형에 지원해야 유리한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학생이나 학부모가 이런 판단을 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입시 정보가 풍부한 사교육 업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명문대 진학률의 차이를 낳았다는 것. 이 보좌관은 "입시 학원이 몰려있는 서울에선 대입 전형에 관한 전략적 판단을 하는데 도움을 받기가 쉽다. 반면, 지방 학생은 상대적으로 여기에서 소외돼 있다"고 설명했다.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 역시 비슷한 설명을 했다. 손 대표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교육부가 사교육을 살려주려고 비밀팀을 만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지나치게 복잡한 입시 제도가 사교육 수요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손 대표는 "대입 전형 종류만 3298개"라며 "이러면 전문가도, 학생도, 학부모도 뭔지 모른다. 그러니까 사교육 기관들이 학생들을 불러 요령을 알려준다고 하면 넘어갈 수밖에 없는 거다. 변종 사교육을 양산시키는 대입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교육은 가만뒀으면 사그라졌을 텐데 이명박 정부가 대입 자율화 정책을 쓰면서 되레 살려놨다"라며 "현 대입제도는 지난 40년 대한민국 입시 역사에서 최악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영어 점수로 뽑는 수시 전형, 강남 부잣집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

문제는 또 있다. 대입전형은 정시모집과 수시모집으로 나뉜다. 수능 성적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과 달리, 수시모집은 지방학생에게 불리한 면이 많다. 수시모집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논술, 면접 등 다양한 전형요소가 작용한다. 그런데 논술, 면접 등은 '사교육의 도움을 받느냐' 여부가 결정적이다. 공교육에선 거의 다뤄지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부자동네 아이들이 서울대 진학률 높은 '진짜 이유')

이 보좌관은 "가장 극단적인 경우는 토플 등 공인 외국어 시험 점수를 반영하는 수시모집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영어수업에선 토플, 토익 준비를 하지 않는다. 반면, 이들 외국어 시험 준비를 전문으로 하는 학원은 성업 중이다. 그리고 이들 학원은 주로 서울에 몰려있다. 사교육비를 감당할 경제력을 지닌 부모를 둔 학생, 서울에 사는 학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KDI(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영어 점수는 수학 등 다른 과목에 비해 부모의 경제력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훨씬 크다. 그런데 사실상 영어 점수만으로, 그것도 학교 교육과 동떨어진 토플, 토익 점수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일부 사립대학이 도입한 '영어 특기자 전형'은 강남 부잣집 아이들에게 유리한 제도인 셈이다. (☞관련 기사: "'영어 미스매치' 사회…빈곤층·지방학생에 불리" , KDI "영어 사교육, '부의 대물림' 수단 됐다")

수시 모집 인원 늘수록 서울-지방 간 격차 커져

문제는 앞으로도 수시모집 비중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는 점이다. 4년제 대학의 수시모집 선발인원은 2010학년도 59%, 2011학년도 61.6%, 2012학년도 62.1%에 이어 올해는 64.4%로 확대된다. 공교육 범위를 넘어가는 전형요소를 엄격히 단속하는 조치가 없다면, 같은 수능 점수를 받은 지방 학생이 서울 학생보다 낮은 명문대 진학률을 보이는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 사교육, 공부에는 도움 안 되지만 진학에는 도움 된다?

사교육, 특히 문제풀이 위주의 입시 사교육은 공부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사교육 받을 시간에 아무 것도 안 한 경우와 비교하면, 사교육을 받는 쪽이 낫다. 그러나 똑같은 시간을 사교육에 투자한 경우와 스스로 공부하는 데 쓴 경우를 비교하면, 후자가 우월한 결과를 낳는다.

KDI 김희삼 연구위원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수학 과목의 경우 고교 3학년 때 주당 사교육 시간이 1시간 늘어나면 수능 백분위가 평균 1.5% 높아진다. 그런데 혼자서 1시간 더 공부하면 수능 백분위는 1.8~4.6%까지 상승한다. 사교육보다 자기주도적 학습이 학습효과 면에서 우월하다는 연구 결과다. 물론, 이는 통계 분석이 평균적인 학생에 대해 말해주는 결과일 따름이다. 사교육이 모든 경우에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설령 사교육이 필요한 경우라고 해도 하루 두 시간 이상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 김희삼 연구위원 인터뷰 바로 가기)

굳이 이런 통계 분석 결과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지나친 사교육 의존이 낳은 부작용은 교육전문가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다. 남이 떠먹여 주는 공부에 길들여진 탓에 스스로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퇴화한다는 것이다. KDI 조사 결과 역시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들은 대학 진학 이후의 삶에서 사교육을 안 받은 학생에 비해 낮은 성취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학점, 최종 학력, 졸업 후 소득 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이런 설명은 우리가 흔히 듣는 사실과 배치된다. 집중적인 사교육을 받은 부유층 자제가 명문대 인기학과에 진학한 뒤 윤택한 삶을 누린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사교육이 효과가 없다는데,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

기사 본문에 소개된 하늘교육의 최근 조사 결과는 이런 의문에 대한 힌트를 준다. 부유층 자제가 입시에서 거둔 성공을 보고, '사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좋다'라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사교육이 강한 효과를 발휘하는 일부 전형 요소가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수시모집이 확대되면서, 이들 전형 요소를 지렛대로 삼는 경우가 늘었다. 이를 위해선 풍부한 입시정보와 진학 지도의 노하우가 필요한데, 서울 강남의 부유층 학생들이 여기에 접근하기에 유리하다.

그렇다면, 해법도 자연스레 도출된다. 사교육이 강한 효과를 발휘하는 일부 전형 요소, 예컨대 논술, 면접, 영어 특기자 전형 등에 대해 정부가 통제하면 된다. 이들 전형이 공교육 범위를 벗어나면 해당 대학에 불이익을 주거나, 공교육만으로 이들 전형에 대비할 수 있도록 공교육을 강화하거나. 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만 이뤄져도 부잣집 아이들이 명문대 진학에 유리한 구조는 완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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