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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요양보호사들, 옷 갈아입을 때 보면 파스 도배"

['다섯 살' 노인요양보험, 어디로 가나?ㆍ④] 요양보호사 노동인권 현황

지난 1일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만 4년째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다섯 살 생일을 마음껏 축하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태동한 이 제도가 지닌 선한 취지는 빛이 바랜 지 오래다. 제도 이용자 처지에선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심각하다. 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들은 기본적인 노동 인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다섯 살'짜리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그냥 버릴 수는 없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이 말은 이 제도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는 뜻이다.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좋은 제도는 왜 '애물단지'가 됐을까.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놓인 현실은 정치권에서 구호로만 떠도는 복지 담론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프레시안>은 일선에서 복지 업무를 수행하는 요양보호사의 현실을 짚으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 '다섯 살' 노인요양보험, 어디로 가나?
"깨물리고 따귀 맞으며 밤샘 근무 한 대가가 125만원"
② "반신불수 할아버지 목욕시켜드리는데 갑자기…"

"치매 어머니 안고 뛰어내리고 싶지만…"


2008년 7월 1일 우리나라에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처음 도입되었다. 이 제도 도입에 따라 생긴 직종이 요양보호사이고 지금까지 110만 명 정도가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요양보호사 자격은 24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필기, 실기 시험에 합격해야 취득할 수 있다. 요양보호사들은 등급을 인정받은 치매, 뇌혈관성 질환 등을 가진 노인을 대상으로 신체활동이나 가사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입소시설이나 재가기관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다. 자격증을 가진 요양보호사 수는 의사와 간호사를 합친 수보다 많다. 그러나 정부가 만든 제도에 의해 75만 명 이상이 쓸 곳이 없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25만여 명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초장시간, 불안정노동을 하고 있다.

올해 7월 1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요양보호사의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권고문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장관과 고용노동부장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자체에 각각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권고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인권위 권고안에는 요양보호사의 노동인권 개선 없이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취지를 살리고 사회보험으로서 성공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인정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도대체 어느 정도 상황이기에 국가인권위에서 요양보호사에 대한 구체적 개선안까지 언급하며 기관별로 권고를 하였겠는가? 이에 대해서는 요양보험이 도입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개최된 수많은 토론회와 당사자들의 증언이 그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인권위에서 지적한 것만 보더라도 요양보호사들의 노동조건이 얼마나 열악하고 비인간적인지가 짐작된다. 그러나 해당기관인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요양보호사의 노동현실에 대한 실태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덮어두고 있다. 대부분의 실태조사는 공공운수노조와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여성단체 등이 조사한 결과들이다.

올해 6월 7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진행했던 '노인장기요양제도 시행 4년의 한계와 과제' 토론회에 참석했던 정세균, 김용익, 남윤인순 의원들이 그날 당사자들의 증언을 듣고 가슴 아파하면서 요양법 개정과 요양보호사들의 처우 개선을 약속하기도 하였다.

이 글에서는 요양보호사들의 구체적인 노동실태에 대해 먼저 살펴보면서 그들의 노동인권에 대한 현 주소를 파악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폭력에 상시 노출…그림의 떡, 근로기준법

최근 조사된 요양보호사 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보건복지자원연구원 / 조사대상: 전국의 97개 장기요양기관 943명 / 조사기간: 2011년 7월부터 10월까지 / 조사방식: 서면조사와 심층인터뷰)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시설 요양보호사의 70.3%가 언어폭력을 당하고 있고, 56%가 구타 등의 신체적 피해를 받는 등 폭력에 상시 노출되고 있다. 대부분의 요양보호사에게 가해지고 있는 이런 폭력과 인권 침해 무방비 상태를 사회적으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이런 일을 겪으면서 일하고 있지만, 2/3가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해고가 두려워서 말조차 할 수 없는 처지라는 걸 감안하면 그 피해는 더 클 것이다.

이들에게 근로기준법은 그림의 떡이다. 알지도 못하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요양보호사 세 명 중 두 명 이상이 주휴수당, 연차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무중간에 쉬는 시간으로 계산하여 임금 지급을 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뿐만 아니라 퇴직금 적립, 기부금 및 후원금, 배상책임 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쥐꼬리 임금에서 공제당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노동조합비와 법령상 허가된 항목 외에는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들이 받고 있는 임금은 대부분 1일 12시간 이상의 노동에 월 급여는 120만 원 내외이다. 한 요양보호사는 "급여는 120만 원이고 포괄임금이며 세금 공제하면 109만 원"이라며 "경력에 상관없이, 그리고 휴일수당도 없이 똑같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의 대부분은 포괄임금이라는 이유로 '묻지마 임금'을 받고 있다. 오죽하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요양보호사 포괄임금 금지'라는 권고를 하였겠는가?

이들에게는 쉴 시간도 없고, 밥 먹을 공간도 제대로 없다. 중고령 여성노동자가 대부분(조사에 의하면 94.8%가 여성이며, 연령으로는 50대가 56.4%로 가장 많음)인 요양보호사들에게 해도 너무하다. 이런 환경과 노동조건에서 어떻게 좋은 요양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노동인권 개선 없이 사회보험으로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한 이유가 이런 것일 것이다.

▲ 요양보호사(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

건강, 아주 먼 나라 이야기

"아주 허리는 시간만 나면, 쉬는 때만 되면 한의원 가면 침 맞아야 돼. 허리, 침 안 맞으면 내가 드러눕게 생겼어요. 허리 아파서(…). 허리, 관절, 다리, 뼈 이런데. 이런 어깨 이런데 파스로 도배를 했다시피 해요. 어떨 때는 속에 안 봐서 그렇지만 우리 옷 갈아입을 때 서로 등 뒤로 다 보면 다 붙었어. 이 정도는 다 붙어 있어야 일을 해요." (요양보호사)

요양보호사의 34%가 업무로 인한 골병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거동을 못하시는 어르신들을 돌보는 노동과정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산재를 신청하거나 인정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뿐더러 영세한 사업장이 많다보니 사업장 내 안전보건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재가 요양보호사의 실태를 보면 점입가경이다. 재가 요양보호사가 해야 하는 일은 요양법에 정해져 있지만 이것도 그림의 떡이다. 법을 만들 때부터 정부는 요양기관 공급을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 과잉 공급된 영리기관들이 과당 경쟁을 하도록 하고 그 경쟁의 가장 끝에 있는 사람이 요양보호사이기 때문이다.

즉 기관 간의 경쟁 속에서 대상자인 노인을 차지하기 위해 요양보호사는 기관이나 대상자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결국 노인을 돌봐야 할 요양보호사는 본연의 업무와 관계없는 시설청소나 빨래를 하고, 재가의 경우 가족 일이나 밭일까지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감독이나 법적 제재 조치가 없다.

일터를 떠나는 요양보호사…요양보호사에게도 돌봄을!

대부분의 재가 요양보호사는 고용이 매우 불안정하고, 시간급제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시간급으로 인해 별도의 부과급여가 없고 월급제에 비해 더 낮은 급여(조사에 의하면 시급 평균 액수는 6561원이며, 재가 요양보호사의 평균 월 급여는 67만 원임)를 받기 때문에 직업인으로서 생활을 하기가 곤란한 정도이다. 이러한 노동조건과 근골격계 등의 직업성 질환으로 인해 최근에는 요양현장을 떠나는 요양보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요양보호사 노동자들의 현 주소는 한마디로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이다. 노인인구가 늘어가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복지와 성인 돌봄 노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그 일을 하는 돌봄노동자는 아무도 돌보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가 돌봄노동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돌보지 않으면, 우리가 돌봄이 필요할 때 우리를 돌봐줄 그들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노인장기요양법을 바꾸자!

작년 하반기부터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노동, 여성, 시민단체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물론 당사자 조직인 전국요양보호사협회와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도 앞장서고 있다. 우리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 노인과 요양보호사의 인권이 함께 보장되는 노인장기요양법 개정을 더 이상 미루지 말자!

법 개정의 핵심은 요양기관의 공공성을 위해 비영리기관으로 제한하고 공공요양시설을 확대하며 요양보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다. 요양법 개정 공대위는 지금 전국을 돌면서 지역간담회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뜨겁다. 더욱더 많은 사람들과 진보단체들이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전국의 요양기관에서는 이름 모를 요양보호사들이 우리들의 부모님을 돌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더 이상 인권을 침해당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인권위 권고 사항이라도 즉각 시행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으자.

요양보호사의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요구

노동자는 건강한 노동을 할 수 있어야 가장 기본적인 노동인권이 보장된다. 그러나 요양보호사는 건강한 노동은커녕, 정부가 요란하게 선전하는 요양제도 속에 숨겨진 희생자로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이 문제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곧바로 모든 이의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가 함께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후 돌봄을 받아야 할 우리에게 그 업보가 고스란히 넘어올 '불편한 진실'이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가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더 이상 신음하지 않고, 좋은 돌봄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요양보호사 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요구]

○ 정부 부처(고용노동부, 보건복지가족부)와 지자체가 협력하여 돌봄노동자 노동권 보호 조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법제도 및 행정체계 정비 추진
- 보건복지부의 기관 감독 강화, 고용노동부의 근로 감독 강화, 지자체의 감시 및 감독 기능 강화
- 고용노동부 소속의 근로감독관 확대를 통한 돌봄노동자 관리 강화
- 기관의 불법 운영, 요양보호사의 노동관계상 문제에 대해 행정조치를 하는 등의 지자체의 실질적인 관리감독 강화
○ 임금 가이드라인 마련
- 수가 중 직접 인건비 비율을 80% 이상으로 맞추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이를 장기요양기관에 강제함
○ 요양보호사 생활임금 지원
- 공공 장기요양기관 및 기준을 충족하는 기관에 고용되어 있는 요양보호사를 중심으로 정부가 예산을 배정하여 생활임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임금 지원(요양보호사 처우개선비 지급)
○ 재가요양기관 월급제 실시
- 이동시간 및 보고서 작성 시간을 업무시간으로 인정하고, 적정한 기본급 상정을 통해 생활임금 보장
○ 장기요양기관 근무 요양보호사 노동 기준 마련
- 요양시설: 요양보호사 인력배치기준 가이드라인 및 1인 밤 근무 금지, 장시간노동 금지(24시간 혹은 12시간 맞교대), 4조 3교대제 8시간노동, 파견 금지 유예 조항(2013년 6월말까지) 폐지
- 재가요양보호사 및 재가 돌봄노동자: 8시간 노동 확보를 통한 임금 안정화, 표준근로계약서 준수 및 임금 가이드라인, 취업 지원, 직업훈련 등 고용 지원 서비스 강화
○ 요양보호사 처우 수준과 수가 연계
- 요양보호사 처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이에 대한 준수 여부로 수가를 가감하여 지급
○ RFID(재가급여관리시스템)의 전면 폐기
- 요양보호사 전송료 부담 전가 및 이용자와 요양보호사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은 RFID 제도 폐기
○ 요양보호사 건강과 안전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 돌봄노동자 쉼터 및 노동인권센터(재활센터) 건립
- 근골격계질환 산재 예방교육 및 예방관리 프로그램 실행을 위한 재정 지원
○ 급여대상 외의 업무 금지
- 요양보호사의 구체적 서비스 제공범위 명시, 요양보호사에게 요구할 수 없는 서비스 내용을 포함하여 수급자의 동의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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