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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오는 폭풍, 부동산 고꾸라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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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몰려오는 폭풍, 부동산 고꾸라지면…"

[한국 경제, '빚'과 그림자·⑤] 민주당 홍종학 의원 인터뷰

유럽 경제위기로 세계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08년 집권 첫해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았던 이명박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을 가장 큰 치적 중 하나로 꼽아왔다. 그러나 임기 마지막 해, 유럽 경제위기로 또 한번의 격랑이 불가피해 보인다.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 등 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665조 원 수준이었다가 현재 1000조 원을 훌쩍 넘어선 가계부채도 우리 경제를 위기로 이끄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다.

'경제위기 극복'을 외쳤던 이명박 정부의 인식이 위기를 심화시킨 이유 중 하나라고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은 주장했다. 홍 의원은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로 19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그는 18일 서울 영등포 민주정책연구원에서 가진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유럽 경제위기는 독립적인 위기가 아니라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가 계속 진전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위기 극복'을 선언한 이명박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문제 삼았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약한 연결고리부터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오히려 한국은 미국,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두바이,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2008년 이후 위기에 봉착한 나라들과 가장 많은 공통점을 가진 나라라고 홍 의원은 지적했다. 그나마 버텨왔던 차이점 중 하나인 '건전한 재정' 역시 이명박 정부 들어 크게 악화됐다.

홍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사실은 "빚을 내서 위기를 봉합"한 것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했다. 야권의 '반값 등록금' 주장에 맞서 이명박 정부가 '학자금 대출'을 내놓은 것이 소위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경제철학의 차이를 근본적으로 보여주는 행태라는 것. 등록금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등록금을 낼 형편이 못되는 학생들에게 싼 이자로 빚을 낼 수 있게 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 이런 구조에서 경제적 약자들은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문제의 해결 방법은 물론 없지는 않다. 우선, 현재의 위험한 대출 방식(거치식)을 없애고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부실 대출의 책임을 채무자에게만 묻는 게 아니라 은행도 지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유지해온 경제관료들에게도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이 방법이 가계부채, 더 나아가 한국경제를 위기에서 구출할 해결책이라는 게 홍 의원의 지적이다. 다음은 이날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프레시안 : 이번 유럽발 위기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홍종학 : 문제의 핵심은 사회 통합, 정치 통합이 안 된 상태에서 경제 통합이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을 못하게 된 것이다. (유로화 체제에서) 독일이 지금 굉장히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돈을 엄청나게 벌고 있다. 독일은 잘나가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독일이) 유로화가 아니라 마르크화를 썼다면 마르크화는 굉장히 고평가됐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자연적인 자동안전장치가 유럽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현실에서는) 독일에 대단히 유리하고 남유럽에 불리한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처음에 화폐 통합을 할 때 각국 통화를 유로와 어떤 비율로 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었다. 유로가 당연히 가치가 높아질 것인데, 남유럽 국가들은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런 국가들의 통화를 낮게 평가해야 한다고들 대개 이야기했는데, 이 국가들이 '그러면 (유로존에) 안 들어온다' 그러니까 프랑스에서 주도해 남유럽 국가들의 통화 가치를 높게 평가해서 (이 국가들이 유로존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남유럽 국가들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남유럽으로서는) 굉장히 유리한 협상을 한 셈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서 보니 그게 이 국가들에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오고, 반대로 그 당시에 손해를 보면서 협상을 진행했다고 하는 독일과 북유럽엔 굉장히 유리한 협상이 돼 버렸다.

프레시안 :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보는가.

홍종학 : 자동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남유럽 국가들은 '독일 너희들이 우리 때문에 돈을 많이 벌고 있으니 그것만큼 책임을 져라'라고 하고 있다. 독일은 '너희들, 그렇게 고평가를 해주고 처음에 돈을 많이 벌게 해줬더니 그걸 흥청망청 써 놓고, 이제 와서 우리에게 갚으라는 것이냐'라고 하고 있다. (독일로서는) 우리는 열심히, 궁핍하게 소득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 정치적 알력을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게 핵심이다. 그리스가 사실상 (유로존에서) 떨어져나가야 한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 건 자동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떨어져나갔다면 벌써 해결됐을 것이다. 그리스의 화폐 가치가 떨어졌을 것이고, 그랬다면 우리 중고등학생들이 아마 수학여행을 그리스로 갔을 것이다.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가 지금 저렇게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도 유로화가 계속 높은 가치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그리스로) 안 오는 것이다. 그리스 물가가 여전히 외국인들에게 비싼 것이다.

자체적으로는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다. 둘 중 하나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나가든지, 아니면 유럽이 그리스를 더 도와주든지. 지난번에 스페인을 도와줄 때 그리스보다 훨씬 유리하게 해줬다는 말이 나오면서, 내용을 잘 모르는 그리스 국민들은 더 화가 난 상황이다. 더 많이 요구를 할 것이다.

국내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것과 비슷하게 가는 것이다. 처음에 무너진 회사는 못 도와주다가, 그 다음에 큰 게 무너지면 도와줄 수밖에 없는 상황과 같다.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미국, 아이슬란드, 두바이, 그리스…공통점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

프레시안 :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한국 경제도 침체돼 있다. 이명박 정부는 거시지표 차원에서 위기를 가장 빨리 벗어났다고 자랑했다. 정부 정책 기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그리고 유럽발 위기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는가.

홍종학 : 이명박 정부는 한국 경제를 굉장히 나쁘게 만들었다. 첫 번째 문제는 진단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유럽 위기는 독립적인 위기가 아니다. 2008년 경제 위기가 지금 계속 진전되고 있다. 그렇게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는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이야기하는 건 현실 진단이 아주 크게 잘못된 것이다.

지난 3년간 내가 이야기한 건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약한 연결고리부터 무너지고 있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돈을 많이 풀었기 때문에 경제가 한쪽에서는 그렇게 풀린 돈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상처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라는 것이다. 치유 속도와 악화 속도 중 어느 것이 더 빠른가 하는 시간 싸움이 있었다. 이 시간 싸움에서 2010년 초만 해도 이기는 것처럼 보였으나, 묵혀두었던 상처들이 여기저기서 터지면서 시간 싸움에서 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니까 유럽 위기를 독립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미국,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두바이,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이 계속 무너졌다는 사실을 봐야 한다.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가 한국을 큰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내가 요즘 하는 작업은 무너진 국가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다. 공통점은 규제 완화를 심각하게 많이 한 국가라는 것이다. 재밌는 건 조세 수입 비중이 낮은 나라, 부동산 거품이 심각하게 일어난 국가라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이 모든 것에 다 낀다. 한국은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무너진 나라들과 공통점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프레시안 : 무너진 나라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종학 : 이 고리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나라가 영국이다. 영국은 그런 대로 위기관리를 잘한다. 금융이 발전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재정이 안정돼 있다는 게 상당히 큰 장점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건 이 재정을 대단히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위기를 극복한 게 아니라, 빚을 많이 내서 한국 경제가 위기에 대처하는 것을 점점 어렵게 만들어 왔다.

시간 싸움에서 전 세계 경제 당국이 밀리는 상황이다. 이러다가 퍼펙트 스톰이 올 것이라고들 한다. 폭풍이 커져가고 있다. 이에 대비해야 하는데, 지난 2년간 한국은 경제 위기를 극복했다고 하면서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다. 이것이 한국 경제를 대단히 위험하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가 부동산이다. 2008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이 자연스럽게 모두 고꾸라졌는데, 한국만 부동산이 고꾸라지지 않도록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한국만 고꾸라질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은 점진적으로, 그야말로 연착륙을 시켰는데 한국만 부동산을 계속 높은 수준에서 버티게 했다. 경착륙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 가계 부채, 구조적 결함…부동산 경착륙 가능성 높다"

프레시안 : 부동산 이외에도 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의 위험 요소로 거론되고 있다.

홍종학 : 부동산 문제가 가계 부채와 연동돼 있다. 가계 부채 문제를 보면, 한국보다 더 나쁜 나라가 있다. 주택 담보 대출의 경우 북구 국가들이 매우 안 좋다. 가처분소득 대비 200퍼센트에 이른다. 한국은 150-160퍼센트 수준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건, 이 이야기는 내가 2004년부터 한 것인데, 한국의 가계 부채에는 구조적인 커다란 결함이 있다. 단기, 변동금리, 이자만 상환하는 방식의 대출이 (한국 가계 부채의) 70-80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런 방식의 대출은 선진국엔 없다. 이건 1920년대에 선진국에 있던 방식이다. 대공황을 맞고 나서 '아 이게 위기가 왔을 때 엄청나게 위험한 대출이니 바꿔야겠다'고 생각해서 모기지를 만든 것이다. 장기, 고정금리, 원리금 상환 방식이다.

다른 나라는 가계 대출 비중은 높지만 장기, 고정금리, 원리금 상환 방식의 대출이 많다. 이들로서는 터질 건 이미 터진 상태다. 소득이 떨어지지 않는 한, 하던 대로 갚으면 된다.

그런데 한국의 하우스푸어들은 이자만 갚고 있다. 하지만 만기가 돌아온다. 금년에 만기 돌아오는 게 50조가 넘는다. 만기가 돌아왔을 때 연장을 안 해 주면 이 사람들은 그냥 채무 불이행자가 된다. 못 갚는다. 이렇게 피해를 보는 사람 숫자가 많이 늘어나면 경제에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대출 구조는 한국 밖에 없다. 터지면 은행은 즉각 부실화한다. 은행 사람들은 '지금 LTV(주택 담보 대출 비율)가 50퍼센트도 안 되는데 왜 부실화하냐'라고들 한다. 그건 대공황 이전에 미국 은행들이 하던 이야기다. LTV는 위기가 왔을 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지표다. LTV를 가지고 규제 기준을 삼으면 안 된다. 그건 옛날 방식이다. 관료들이 관행적으로 그냥 해오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만날 '일본은 무너지기 전 LTV가 200퍼센트나 됐는데 우리는 50퍼센트밖에 안 되니까 괜찮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런 위험한 대출구조에서는 50퍼센트도 안심할 게 못 된다. 그 대표 사례가 대공황이다.

부동산 시장이 거의 마비돼 있다. 하우스푸어 문제도 생겼고 중도금 대출해서 입주 안 하는 사람들도 있다. 몇 년 전부터 난 '내일 다시 파국이 온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가계 부채는 그만큼 위험하고 취약하다. 그 위험이 이 정부 들어 거의 더블이 됐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프레시안 : 문제가 분명 심각하긴 한데, 대응할 정책 수단이 무엇인지 지금으로선 답이 안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홍종학 : 몇 년 전부터 이 위험한 대출을 그래도 덜 위험한 대출로 점차 바꾸자고 이야기해왔다. 그랬더니 장기, 고정금리까지는 됐는데 3년 거치식으로 바뀌었다. 3년 동안은 이자만 갚다가 그 다음에 원리금을 갚게 하자는 것인데, 그러고서는 3년이 지나면 또 이자만 갚는 식으로 바꿨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 (이런) 거치식을 없애야 한다. 단기, 변동금리, 이자만 갚는 대출 비중을 최대한 빨리 줄여야 한다.

이 이야기를 8년간 했다.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안전할 것이다. 내가 DTI(총부채 상환 비율) 최초 제안자다. DTI를 처음 이야기했을 때, 전 세계에 없는 규제라며 나보고 미쳤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DTI 때문에 한국은 안전하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지금 DTI에 해당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DTI를 완화해 거의 풀어놨기 때문이다. 월 소득이 300만 원인데 그중 150만 원으로 빚 갚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한다? 그게 말이 되나? 그러니까 또 빚을 내는 것이다. 악순환이다.

그 다음으로 말하고 싶은 건 대출에 대해 채무자가 아니라 은행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퍼펙트 스톰이 오면 국민경제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런데 금융기관들은 위험한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은 후 '이익이 많이 난다'고 흥청망청 배당 잔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배당을 빨리 중단하고 충당금 높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퍼펙트 스톰에 대비할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이걸 분명히 해야 한다. 나중에 퍼펙트 스톰이 오면 정부는 분명 은행을 지원할 것이다. 공적자금이 들어갈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난 '지금 은행에서 이윤이 나는 건 이를테면 분식회계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종국에 가서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저렇게 배당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만약 위기의 순간이 오게 되면,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위기이니 공적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할 것이다. 그건 아니다. 만약 그 순간이 오면, 아니 오기 전부터도 금융기관에 대해 책임을 철저하게 물어야 한다. 그런 날이 안 오길 바라지만, 진짜 그런 위험한 순간이 오게 되면 그동안 경고를 묵살한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

"이제와 외부 상황 탓? 위기 오면 책임 물어야"

프레시안 :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그렇고 심지어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도 현재 위기 상황을 대공황에 비견하는 발언을 했다.

▲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홍종학 :
자기들이 경제를 위험하게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는 '외부 상황 때문에 그런 것이지 우리는 잘했다'라고 하는 것이다. 정말 기회주의적이고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다. (그들 말대로라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경제가 위기 상황임을 경고한 사람들은 뭐란 말인가.

프레시안 : 외환위기 때도 '경제 관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었고 결국 재판을 통해 '물을 수 없다'는 쪽으로 정리됐다.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홍종학 : 그때 책임을 물을 수 없었던 이유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는 논리 때문이었다. 내 이야기는 불가항력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계 부채 경고만 해도 8년 전부터 나왔다. 그것을 철저히 묵살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법적 책임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프레시안 :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 위기 원인을 놓고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의 몰락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홍종학 : 한국에서는 신자유주의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보수주의라는 말을 쓴다. 보수주의의 핵심이 박근혜가 주창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 세운다)'다. 그렇게 잘 표현할 수가 없다. 부자 감세를 하고, 친기업 정책을 펴고, 부자들을 위해 노동자를 대상으로 법치를 세우는 것 즉 '너네 쓸데없는 이야기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라'라고 하는 것, 이게 바로 '줄푸세'다. 이게 보수주의의 핵심이다.

이 보수주의는 미국에서 주창된 것이다. 너무나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이 보수주의가 대공황을 불러왔다. 그것이 20세기 후반에 다시 대침체를 불러온 것이다. 박근혜의 보수주의가 이만큼 무서운 것이다.

신한국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한국에서는 보수정당이 집권할 때는 항상 위기가 왔다. 박정희가 이끈 공화당 때도 마찬가지였다. 세계적인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게 보수주의다.

프레시안 : 대공황 이후 자본주의 황금기를 거쳐 신자유주의가 1970-1980년대에 등장했다. 이걸 단순히 보수주의라고 볼 수 있을까.

홍종학 : 그게 보수주의다. 레이건, 대처가 바로 그렇다. (보수주의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하게 된 배경이) 바로 정경유착이다.

투쟁해서 복지를 늘리면 소득 불평등 정도가 좀 줄어든다. 그 다음에는 사람들이, 미국에선 이걸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라고 생각하는데, 복지를 위해 싸운 이들에게 더 이상 고마워하지 않는다. 복지가 어느 정도 늘어나게 되면, 그렇게 된다. 투쟁의 역사를 잊는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저 정당(한나라당-새누리당)은 무상급식을 철저하게 반대했다. 지금에 와서는 그 문제가 끝났다. 그러고 나니,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똑같은 것처럼 사람들이 본다. 무상급식도 다 됐고 하니 이제는 경제를 살리는 정당이 더 좋은 것 아니냐 하는 생각들을 한다.

미국에서도, 복지를 신경 쓰다가 성장을 놓치는 것 아닌가 하는 순간을 파고드는 게 보수주의였다. 흔히 '성장은 보수, 분배는 진보'라고들 한다. 미국 같으면 '성장은 공화당, 분배는 민주당'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들은 성장도, 분배도 미국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낫다는 것이다. 안정적 성장을 하는 것이 진보이고 미국 민주당이었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은 민주당이었다. 공화당은 단기적으로 거품을 일으켜 빚을 내는 성장, 이명박식 성장을 했다.

(앞에서 말했듯) 진단이 잘못된 것에 더해 이명박 정부의 두 번째 문제점은 빚을 내서 위기를 봉합했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늘어난 가계 부채, 정부 부채, 공공기관 부채 액수를 다 더해보자. 그걸 엉뚱한 곳에 안 쓰고 국민들에게 나눠줬으면 우리 경제는 아마 20퍼센트씩 성장했을 것이다. 미스터리다. 그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실) 그게 다 집으로, 부동산으로 간 것이다. (그런 식으로) 빚을 증가시켜서 문제를 계속 덮어온 것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 이게 보수주의, 신자유주의의 문제다.

최근 재밌는 걸 봤다. 무너진 남유럽 나라들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낮다는 것이다. 집값이 뛸 때 사람들이 불안해서 쫓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20-30퍼센트쯤 되면, 사람들이 '뭐 돈은 별로 없지만 어디 살 데가 없지는 않겠지' 할 것이다.

한국의 하우스푸어들은 2005년까지 잘 참다가 2006년쯤 와서 '지금 못 사면 평생 집 못 산다'며 상투 잡은 사람들이다. 그때 상투를 잡았는데, 그 후 몇 년 동안 계속 집값은 떨어지고 빚에 허덕이는 게 하우스푸어들이다.

"이명박 정부, 빚을 내서 위기 봉합"

프레시안 : 대선이 있는 해이고 민주당에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경제 정책 면에서 어떻게 다른가.

홍종학 : 방에 붙여 놓은 게 있다. '경제는 민주통합당입니다'라고.

프레시안 : 보수에서 부풀린 면도 있지만, 김대중-노무현 두 번의 정부를 거치는 동안 경제가 좋지 않았다는 학습이 돼 있는 상황이다.

홍종학 : 새누리당이 집권하면 우리 경제에 재앙이 온다. 보수정당이 집권할 때 한국 경제는 항상 위기로 끝났다. 금년이나 내년쯤이 굉장히 위험한 때다. 새누리당은 그걸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위기가 올 때 또 부자와 재벌을 지원하는 것이 그들의 해결 방식일 것이다.

1기 민주정부는 (IMF 구제금융) 위기를 받아서, 뭘 해볼 수 없는 상황으로 끝났다. 핵심 문제는, 구조적 문제가 왔다면 그걸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하는데 이를 신자유주의로 해결하려 했던 것이다. 그 당시엔 해답이 그것밖에 없었다. 나 같은 사람이 (비판적인 어조로) 이야기하면 소수의견이었다.
저쪽과 우리의 경제 정책은 다르다. 저쪽은 재벌과 부자에게 지원해서 그 효과가 아래로 떨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게 안 떨어지니까, 그 다음에 하는 것이 빚을 준 후 소비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반값 등록금을 이야기하면 저쪽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자고 한다. 요즘은 돈 많은 얘들이 공부도 잘 한다. 돈 많은 아이들에게 또 돈을 주고,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낮은 금리로 빚을 또 주자는 것이다.

굉장히 큰 철학의 차이가 있다. 우리 주장은 빚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건 위기를 증폭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그걸 명확히 해줬으면 좋겠다. 새누리당 정책은 부자와 재벌에 투자해 경제를 돌린다는 것이다. 이게 개발연대에는 먹혀들어갔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더 이상 그것이 작동하지 않는다. 이제는 삼성전자가 국내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거나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아웃소싱하거나 노동자를 고용하는 걸 늘려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대형 중화학 공업에서는 이익을 엄청나게 내면서도 직원을 거의 뽑지 않았다.

사실 1, 2기 민주정부 때는 그런 정책밖에 없는 줄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이다. 지금은 민주통합당에 다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게 경제 민주화다. 새누리당도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하지만 우리 것과 완전히 다르다. 저쪽의 경제 민주화는 부자를 계속 지원하면서 중소기업 영역에 들어가는 건 삼가달라는 것이다. 성장의 근원을 재벌과 대기업에서 찾는 것이다. 우리는 성장의 원천을 대기업과 재벌을 지원하는 것에서가 아니라 그 밑, 중소기업이 잘되고 서민이 잘되는 것에서 찾자는 것이다. 옛날엔 트리클다운이었다면, 이제는 분수경제다. 넓은 계층을 포괄하는 방식의 성장을 하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현실에서 그에 대한 저항이 존재할 수 있지 않나.

홍종학 : 재벌들은 저항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재벌이 장기적으로 사는 방식이라고 확신한다. 국민도 각성해야 한다. 과거와 같은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위기를 촉발한다.

▲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재벌에 주는 특혜만 줄여도 보편적 복지, 고용 촉진 가능"

프레시안 : 경제 구조를 바꾸는 문제가 있다. 민주통합당에서도 경제 민주화, 노동시장 개혁, 보편적 복지를 말하는데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나.

홍종학 : 다 돼 있다. 어느 걸 먼저 하는 게 아니라 그 세 가지가 일체화된 청사진이다. 서로 맞물리는 톱니바퀴다. 복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부자를 중심으로 성장할 때 발생하는 피해 계층의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 시혜적 복지, 구휼적 복지를 하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경제통으로 꼽히는) 이한구 의원이 이야기하는 걸 가만히 들어보면, 딱 이 프레임이다. 입막음용 복지, 떡고물 복지다. 이와 달리 우리 정책은 복지를 통해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자를 중심으로 새롭게 성장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업가 정신을 확산하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서민들에게는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괜찮은 일자리가 얼마나 늘어날까, 최저임금이 현실화할까 같은 것이 피부에 와 닿는 사안이다. 민주통합당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로드맵이 있는가.

홍종학 : 최우선 정책 목표가 일자리다. 고용률을 70퍼센트까지 올린다는 것이다.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그 핵심은)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 못하면 미래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청년 의무고용할당제를 이야기한다.

그 재원? 재벌을 지원하는 돈만 이쪽으로 돌려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최저임금도 높일 것이다. 새누리당에서 말하는 일자리는 허드렛일자리, 비정규직이지만 우리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공공 기관에서 최소한 매년 몇 만 명은 뽑아줘야 한다. 그리고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나누고, 그러면서도 임금이 보전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이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다. 재벌에 얼마나 많은 돈을 지원하는지 알면 다들 깜짝깜짝 놀란다. 삼성전자에 매년 세금 2조, 3조 깎아주고 있다. 재벌 전체에 세금을 깎아준 액수가 어림잡아 5조쯤 된다. 국민들이 질문할 때가 됐다. 이익을 독식하는 대기업에 또 5조 원을 지원하는 게 맞나? 이걸 물어야 한다. 이런 사실을 국민들이 알기만 해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보편적 복지, 고용 촉진 같은 일을 할 돈이 어디 있느냐고 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재벌을 지원하는 것에는 아무런 이의제기를 안 한다. 그들이 그동안 특혜와 특권을 누려왔다는 것, 과거에는 그것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면이 있었기 때문에 합리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없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지금 재벌을 지원하는 합리성이 무엇이냐, 이게 경제 민주화의 핵심이다. 경제 민주화에 대해 '재벌 때리기 아니냐'고들 하는데, 아니다. 재벌이 특혜와 특권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나? 그렇지 않다. 이걸 이제는 아니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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