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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만든 '부채 폭탄', 유럽 위기 겹치면…

[한국경제, '빚'과 그림자·③] 부채의 늪, 정부는 손발이 묶였다

"2008년 리먼 사태와 이후의 유럽 위기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이 될 거다."

유럽 부채위기의 악화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던 지난 4일,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직원들에게 위기 대비 태세 강화를 주문하면서 한 말이다. 한 마디로 해외발 경제위기에 철저히 대비하라는 이야기였다. 마치 국내 경제에는 별 문제가 없는데, 해외 변수 때문에 위험해졌다는 말투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국내에는 무엇보다 10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라는 폭탄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2011년 6월 발표한 '가계부채 연착률 종합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피부로 와 닿지는 않는 실정이다. 한국은행 '가계신용조사' 통계를 보면 3월 현재 국내 가계부채 총액은 911조4000억 원이다. 자영업자 부채까지 합하면 1000조가 넘는다.

대형 사업을 진행하느라 쌓인 지자체 부채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2년 기준으로 70조를 넘겼다. 이런 빚들이 지금처럼 지속해서 늘어날 경우, 굳이 해외발 충격이 아니더라도 경제 위기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가계부채 증가 및 질 악화→다중채무자 및 신용불량자 급증→내수위축→금융, 실물 불안→대규모 재정투입→경제위기 초래' 등 시나리오도 나올 수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 같은 외부 충격이 국내 빚과 만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대규모 외국 자본 주식 시장 이탈→주가 하락→경제 불황→부실 채권 증가→대규모 재정투입→경제위기' 등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부채가 높다는 건, 그만큼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경제위기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처방안은 극히 한정될 수밖에 없다. 기초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섣불리 수술을 할 경우,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 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 '부동산 가격은 무조건 오른다'는 경험칙은 '부동산 불패' 시각을 나라 전체에 퍼뜨렸다. 그에 따라 부동산 담보 대출은 늘어났고, 지금의 가계부채 주원인이 됐다. ⓒ뉴시스

부동산 경기 활성화, 그에 따른 '묻지 마'식 대출

그렇다면 이런 대규모 부채는 언제부터 생긴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하루 이틀 사이 만들어진 건 아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불어 닥친 부동산 경기 활성화, 그리고 그에 따른 '묻지 마'식 대출이 지금의 '부채폭탄'을 만들었다.

지자체 부채부터 이야기해보자. 지자체 부채가 늘어난 이유는 2000년 대 중반부터다. 참여정부 때 지방분권이 확대돼, 예산이 지자체에 상당히 이전됐다. 또한 부동산 경기가 활황기라 지방 세수가 많이 걷혔다. 부동산 거래세는 지자체의 주요 수입원이다.

당시 정부는 이렇게 걷힌 세수를 감시하는 견제 장치를 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결국 걷힌 지방세와 중앙정부로부터 이전된 예산들은 사업성 검증도 없이 대형 사업에 투자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지자체가 보너스, 즉 기존보다 늘어난 세수만 대형 사업에 투자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은 "일명 '끈끈이' 효과로, 지자체는 남는 돈만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돈까지 대형 사업에 쏟아 부었다"며 "결국 재정이 늘어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써버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한 번 시작된 대형 개발 사업은 10년~20년에 걸쳐 지속해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중앙에서 지방으로 보내는 예산도 줄어들고, 지방세도 걷히지 않게 됐다. 사업성도 현저히 떨어졌다. 그게 지금의 부채 상황을 만든 셈이다.

현재 심각한 부채 난에 허덕이는 인천시의 경우, 송영길 현 시장의 잘못이 아니라 이전 시장인 안상수 전 시장의 탓이라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지금의 인천시 부채는 대부분 안 전 시장 시절, 무턱대고 대형 사업을 진행하며 발생한 부채다. 하지만 10년 이상 지속하는 대형 사업이 대부분이라 인천시는 앞으로도 엄청난 부채를 갚아야 한다. 사고는 안상수 전 시장이 치고, 정리는 송영길 시장과 그 다음 시장들이 하는 셈이다.

물론 지자체 부채가 늘어나는 것에 이명박 정부도 일조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인위적 경기 부양을 위해 지자체 지방채 발행 한도를 늘렸기 때문이다. 빚을 권장한 셈이다. 그렇다 보니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지자체 부채는 19조 원 수준에서 28조 원으로 9조원 넘게 늘어났다.

정 부소장은 "참여정부는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을 억제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인센티브를 부과하고, 보증까지 서 주며 빚을 권장했다"고 말했다.

▲ 은마아파트. ⓒ연합뉴스

IMF 이후, 기업에서 가계로 눈 돌린 은행들

가계부채의 핵심으로 꼽히는 부동산 담보대출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들어 지나친 개발 정책, 공급 정책으로 부동산 거품이 키워졌고 여기에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부동산 담보 대출을 일반인들에게 허용했다.

여기엔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은행들의 태도도 한몫했다. 은행의 자산운용에서 비중이 낮았던 가계대출은 외환위기로 촉발된 기업 부도 등을 계기로 안정적인 자산운용처로 등장했다. 2000년대 초반엔 개인카드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했고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부동산 대출로 무게추가 옮겨졌다. 주택담보대출은 2004년 이후 연평균 10%씩 증가했다.

사람들은 대출받기가 외환위기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지자 너도나도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물론 여기엔 집값이 상승할 거라는 기대가 밑에 깔렸었다. 그러면서 투자 목적의 주택대출 수요도 급증했다. 금융기관이 적극 가계대출 확장 전략을 펼치며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이를 막기 위해선 부동산 시장 폭발 조짐을 보이던 2003~2004년에 곧바로 강도 높은 금융 규제(DTI, LTV)를 펼쳤어야 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2006년 말에야 DTI 규제를 강화했다. 이미 부동산 담보대출은 진행될대로 진행된 상태였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감시팀장은 "지금의 부동산 대출 증가 추이는 과거 노무현 때부터 이어져 오는 현상"이라며 "집값 폭등 시절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이 지금 빚을 견디지 못하고 '하우스 푸어'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부동산 활황기 때, 마구잡이로 대출을 해줘 놓고, 지금은 '나 몰라라' 하는 게 은행들"이라며 "과거 무리한 대출을 규제하는 정책이 시의적절하게 도입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지금의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출 전략도, 재정확대도 어려운 한국 경제

과거야 어떻든 문제는 현재다. 막대한 부채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해외발 위기가 한국에 상륙할 경우, '퍼팩트 스톰'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자는 과거 위기 때처럼 환율과 금리 조정을 통한 수출 중심 전략을 사용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통화정책으로 금리를 내리고, 환율을 조정해 수출 확대 정책을 펼쳐 위기를 극복한 게 사실이다. 또한, 재정지출을 확대해 내수 경기가 침체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유로존 위기가 지속할 경우, 미국 경기나 중국 경기도 침체된다. 그렇게 될 경우,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의 수출이 급감하면서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는 중국, 유럽 등에 수출했으나 지금은 유로존 재정위기, 중국, 인도 등 신흥 국가의 경제성장률 둔화, 미국 내수시장의 침체 등이 겹겹이 쌓여 있어 쉽지 않다.

이미 해외 경제 침체로 한국 경제 수출에는 빨간불이 켜져 있다. 지식경제부의 수출입동향을 보면 5월 수출은 3대 시장인 중국(-10.3%), 유럽연합(-16.4%), 미국(-16.5%)이 모두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또한 전체 수출도 최근 3개월 연속 감소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금리 인하나 통화 정책을 펼치기도 어렵다. 부채가 문제다. 1000조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건 위험을 가속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한, 환율을 높이는 건, 물가가 높아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결국, 해외발 위기가 닥쳐도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곳곳에 부채가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에선 그간 키워놓은 부채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 없이 해외발 재정위기만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 한국경제, '빚'과 그림자
<1> 집 대출금 400조 시대, '퍼펙트 스톰'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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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드오션' 자영업 "물러서면 벼랑 끝, 눈 앞엔 핏빛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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