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부자동네 아이들이 서울대 진학률 높은 '진짜 이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부자동네 아이들이 서울대 진학률 높은 '진짜 이유'

['사교육 중독', 이젠 빨간불] '3불 정책' 비난했던 MB정부의 한계

- '사교육 중독', 이젠 빨간불
<1> "엄마가 말하길 제 꿈은 하버드대 편입이래요"
<2> 세계에서 가장 머리 나쁜 한국 학생들?
<3> 가정 경제 파탄내는 사교육 : 아이들이 진학하면, 엄마는 '알바' 뛴다
<4> '강남 불패' 신화 휘청?
<5>"나이 마흔에 잘려서 호프집 차리느니…"

철학 석사 출신 논술 강사 "나도 대입 논술 부담스럽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즐거운 학문', 임화의 '고전의 세계-혹은 고전주의적인 심정', 사회학자 가브리엘 타르드의 '모방의 법칙', 매튜 살가닉-피터 도즈-던컨 와츠가 <사이언스>에 공동으로 낸 과학논문….

2012학년도 연세대 서울캠퍼스 사회계열 논술시험에서 사용된 지문이다. 대학생이 읽고 이해하기에도 만만치 않은 내용이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논술 강사로 일하는 A씨 역시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대입 논술 문제에 대해 "철학 석사 학위가 있는 나조차도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시간내에 문제를 풀라고 한다면 부담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의 논술 문제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사냥꾼 딜레마(한양대 2010학년도 수시2 인문) △늑대의 딜레마, 지속 가능한 성장(동국대 2011학년도 수시1) △사회적 자본, 사회적 신뢰(서강대 2011학년도 수시2차 인문계). 문제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대학 수준의 지식이 필요하다.

대학 신입생 뽑는데, 대학 졸업생 수준 지식 묻는 모순

대학에 들어올 학생을 뽑는데, 이미 대학을 마친 사람 수준의 지식을 묻는 모순. 대학들은 왜 이런 짓을 할까. 공식적인 해명은 이렇다. '지문 자체는 대학 수준이지만, 문제는 고교생 수준이다.' 요컨대 낯선 지문에 당황하지만 않으면, 고교생 수준의 지식을 응용해서 풀 수 있는 문제라는 이야기다. 대학 측이 요구하는 것은 지문 자체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사고력이라는 것. 과연 그럴까. 앞서 소개한 A씨의 설명을 들어보면, 오히려 반대다.

"논술이 처음 도입된 1990년대 중반만 해도 한국 대입 논술의 방향은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였다. 일상을 주제로 철학적 깊이를 따지는 문제였다. 2000년 모 대학의 눈술 문제는 '인간이 나이들어 감에 따라 욕망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논하라'는 게 주제였는데, 이런 유형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논술은 다르다. 짧은 지문 여러 개를 말 그대로 각 전공분야의 전문분야에서 발췌해 나열한 후, 여러가지로 쪼개진 짧은 질문을 던진다. '(가) 지문과 (나) 지문에서 나타난 인간의 욕망을 비교해 (다) 지문에 적용하라 / (다) 지문의 주장을 요약하고 이를 비판하라'는 식이다. 엄밀해 말해 과거보다 사고력 검증 수준은 오히려 낮아졌고, 문제가 요구하는 답안의 깊이도 얕아졌다."

"지문 낯설어지고, 사고력 검증 수준 낮아지고"…논술 빙자한 본고사

한마디로, 논술을 빙자한 본고사다. 공교육을 정상적으로 이수하고 풍부한 독서를 통해 사고력을 키운 학생이라면 쉽게 풀 수 있다는 대학 측의 설명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문제 유형에 적응하는 훈련 없이는 풀기 힘든 출제 방식이다. 그리고 최근 수년 사이 대입 논술 출제 경향에선 이런 현상이 뚜렷해졌다. 본고사가 금지된 상황에서 수능 시험 난이도가 낮아지자 대학들이 택한 방식이다. 실제로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 대부분 대학이 수리논술에서 본고사 방식의 문제를 내고 있었고, 인문계 수시 논술전형(경희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에서도 수학 문제가 등장했다.

수리논술은 처음 도입될 당시 기존 수학 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환영받았었다. 수학의 기초 개념을 깊이 이해해서 그걸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한다는 것. 제대로 정착한다면, 문제 풀이 요령을 암기하는 기형적인 고교 수학 공부 방식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수리논술은 본고사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대학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수많은 지원자 가운데 원하는 학생을 뽑으려면, '변별력' 있는 시험이 필요한데, 최근 2~3년 사이 수능 난이도가 워낙 낮아져서 '변별력'이 없다는 게다.

'사실상 본고사' 방치한 채 수능만 쉽게 내는 정부…'반쪽짜리' 사교육 대책

그럼, 정부는 왜 수능을 쉽게 낼까.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일종이다. 학교 수업만으로도 수능 만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취지는 좋다. 그러나 이런 취지가 수능에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대학 입시의 전 과정이 학교 수업만으로 해결돼야만,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취지가 살아날 수 있다.

본고사나 다름 없는 논술을 준비하려면,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무리다. 게다가 논술 사교육은 비용도 높다. 정부의 반쪽짜리 사교육 대책이 오히려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을 늘리는 셈이다. 강남 지역 논술 강사 A씨는 "돈 없는 애는 논술 준비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라고 단언했다. 흔히 다니는 영어, 수학 학원에 논술학원을 추가하면, 학생 한 명 당 사교육비가 100만 원대로 뛴다. 어지간한 가계에선 감당하기 힘들다.

'부자 동네' 아이들이 서울대 진학률 높은 이유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하늘교육'이 2012학년도 서울대 합격생 31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에 합격한 서울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생 706명 중 68.3%(482명)가 강남·서초·송파·양천·노원구 등 이른바 '사교육 특구' 학생들이었다. 앞서 2010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는 5개 구 일반계 고교생이 서울 전체 합격생 중 차지하는 비율이 53.75%였으며, 2011학년도 입시에서는 57%였다. 수능이 쉬워지면서 본고사나 다름 없는 논술이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과 '사교육 특구' 학생들의 서울대 진학률 상승이 거의 비례한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뿐 아니라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인천 등 전국 대도시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8학군'으로 통하는 수성구 학생들의 대구 시내에서 차지하는 서울대 합격생 비율은 2010학년도 44%에서 2011학년도 52.1%, 2012학년도 66.7%로 뛰었다. 대전에서는 유성구도 마찬가지였다.

서울대는 2010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면접과 구술고사를 폐지한 뒤 그동안 수시모집에서는 면접 및 구술고사, 정시모집에서는 논술고사를 시행해 왔다. 이 때문에 수험생의 경우 면접과 구술고사, 논술고사까지 모두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컸다. 하지만 오는 2013학년도 입시부터는 자연계열·경영대학의 논술고사가 폐지된다. 이런 결정이 입학생 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논술 사교육' 문턱, 해마다 높아져

그러나 큰 틀에선 논술 사교육이 대학입시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상당수 대학들은 수능의 영향력이 적은 수시 선발 인원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또 수시전형에서 논술을 치르는 경우도 흔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0학년도 수시 선발 인원은 22만7092명, 2011학년도 23만5250명, 2012학년도 23만7681명으로 계속 늘어났다. 총 모집인원에서 수시 모집인원이 차지하는 비율도 59→61.6→62.1%로 해마다 증가했다.

수시모집에서 논술고사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서울의 주요 11개 대학 대입 수시전형을 분석한 결과, 서강대(47.9%), 성균관대(45.9%), 한양대(43.0%)는 전체 수시모집 정원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을 논술전형으로 선발하고 있었다. 조사한 대부분 대학도 30%를 넘었다. 논술전형 경쟁률 역시 날로 높아지고 있다. 수시모집인원 803명의 31.4%(252명)를 논술전형으로 뽑는 서울시립대의 경쟁률은 123.7대 1(2012학년도)로 전년도 29.2 대 1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

833명(수시인원의 33.9%)을 뽑는 연세대의 2012학년도 경쟁률은 60.8대 1로 36.2대 1(2011학년도)보다 치열하다. 한양대 2012학년도 경쟁률도 86.9대 1로 전년도(59.7대 1)보다 높아졌다.

'3불 정책' 비난했던 현 정부의 한계…"'사실상 본고사'에 대한 규제 절실"

과거 대학별 본고사가 사라졌던 이유 역시 당시 정부의 사교육 근절 의지 때문이었다. 대학별 본고사를 학교 수업만으로 준비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여론이 높았던 까닭이다. 현 정부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려는 의지가 있다면, '사실상 본고사'인 논술에 대해서도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차피 입시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에선 수능을 쉽게 내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

그러나 이런 지적이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과거 정부의 '3불 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를 거세게 비난하며 집권한 현 정부의 한계 때문이다. '본고사 금지'를 비난했던 입장에서 '사실상 본고사'를 규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 ⓒ프레시안(최형락)
- '협동', 경쟁보다 우월한 대안

"평등 교육이 더 '실용'적이다"
"'혼자 똑똑한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로마'만 배우는 역사 수업"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아이들은 숲 속에서 뛰노는 게 원칙"
"노는 게 공부다"

"충분히 놀아야 다부진 어른으로 자란다"
1등도, 꼴찌도 없는 교실
"왜?"라는 물음에 익숙한 사회

"19살 넘으면, 부모가 간섭할 수 없다"
"세금 많아서 자랑스럽다"…"튼튼한 복지는 좋은 교육의 조건"
"협동·배려·여유 vs 경쟁·욕심·긴장"

"부모 잘 만나야 우등생 되는 사회…벗어나려면"
"멀리 봐야 희망을 찾는다"
"일등을 포기한 학교에서, 더 많이 배웠다"

"차별, 더 강력한 차별이 필요하다"
국제학력평가 1위, 핀란드의 비결은?
"경쟁? 100m 달리기 할 때만 들어본 단어입니다"

"외운 것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지식일 뿐"
청소부에게 야단맞는 대학 교수
"한국 학생들이 유난히 머리가 나쁜 걸까?"

"일제고사, 교사 해직…한국은 놀랄 일 투성이"
"교원노조는 좋은 교육 위한 동반자"
"관리자는 '윗사람'이 아니다"

"'피드백'이 교육을 살린다"
"'사람값'이 비싼 사회를 찾아서"
새총과 PC방 : "문제는 사회안전망이다"

꼴찌 없는 교실, 이유는?
"자율 선택 강조하는 평등교육"
"직업교육이 더 자랑스럽다"

"혼자서 잘 해내는 아이를 키운다"
"수업시간에 잠자는 아이를 보기 어려운 이유"
"관료주의 깨야 공교육 산다"

"'기름밥' 잘 사는 꼴 못보는 그들, '룸살롱 여대생'엔…"
"너, 대학 안 나와서 뭐 먹고 살래?"
"서울대가 등록금 2000만 원 받는다고 정원 못 채울까"

"복지는 약자만을 위한 것?"
"'복지'는 정치다…누가 '복지'를 두려워하는가"
"인구 많아서 북유럽식 복지 못한다고요?"

"대학 졸업장 '강매'하는 나라, 행복하십니까?"
"대학 진학률이 높아서 문제?…'최저임금'부터 올리자"
"'시장의 포로' 대학 캠퍼스…술집 빼고 다들어왔다"

"반값 등록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안 되려면…"
"썩은 내 풀풀 사립대학, 반값 등록금은 휴지조각 될 것"
"사학법 개정 반대한 박근혜, 등록금 해결 말할 자격 있나"


등록금 400만원, 대학교육 '원가'는 도대체 얼마?
"한국의 대학, 이제 시장의 포로가 됐다"
"비참해진 대학, 뭘 가르칠지 목표도 방향도 잃었다"

자살 또 자살, '공짜' 없는 카이스트는 지금…
"카이스트의 유령들…그들을 못 보는 당신도 괴물이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 '서남표식 개혁'은 왜 실패했나

"모니터를 닦았더니 인터넷이 빨라졌다"? : 카이스트 학생들의 문제제기
천재를 범재로 만드는 서남표식 학점 경쟁
네 명의 예술영재들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카이스트 100% 영어 강의는 미친짓이다"
"김연아가 영어 잘해서 금메달 땄나요?"
대학교 영어 강의는 '개그쇼'?…교수도, 학생도 '영어 공포증'

영어 교육, '변방 엘리트'의 욕망부터 떨쳐내야
"'묻지마 영어교육'…아이들만 멍든다"
"'콩글리시'는 '잘못된 영어'가 아니다"

"'오뤤지' 발음하면, 영어 잘 한다?"…'NO'
"교수 월급이 청소부보다 많아야 할 이유, 과연 있나?"
"최저임금 인상이 산업경쟁력 높인다"

"경직된 문과-이과 구분이 '황우석 사태'낳았다"
"문과-이과의 차이는 제도가 만든 허상에 불과"
'하얀 거탑' 속에는 무엇이 있나?

'핀란드 교육'이 부럽다고요?
과학수업이 FTA를 만났을 때…
'서남표식 개혁'이 추종한 미국의 충격적 현실

여관이 된 학교·괴물이 된 아이, 그 이유는 바로…
장래 희망 '농부'! 연봉 2400만 원! 꿈이 아냐!
임신과 범죄가 일상이 된 교실…한국의 미래!

10대는 프랑켄슈타인…인간이 되는 방법은?
"아이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아나키즘, 네가 고생이 많다!

핀란드는 '엄친아'가 될 것인가?
"핀란드는 틀렸다, 덴마크에서 배우자!"

"학부생 인질 잡힌 대학원생 등록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 가난할수록 공부할 수 없는
'스펙 괴물'이 된 대학생의 시한부 인생
"접대 자리엔 인문학 전공자 노래 한 곡이 효과적?"


누가 대학생과 대학을 욕하는가
"2차 나가냐?" 추근거림은 참아냈지만…
"1000만 원짜리 사시 과외…우리는 영원한 '고3'"

"좋은 대학 간 것도 아닌데…'불효자'는 웁니다"
"교수 딸 문제지 정리하는 대학원생, 이유인즉슨…"
"때 묻은 토슈즈, 무용학도들은 왜 '108 계단'에 올랐나?"

"합격 하고 펑펑 울었다. 500만 원이 없어서…"
"스펙 쌓는 동아리가 붐비는 '진짜 이유' 캐보니…"
"대학은 '썩은 정글', 마음 붙일 곳은 없다"

"서울대 총장실이 별 거야?"
"나는 '서울대 자퇴생'이 아니라 '고졸'일 뿐"
"링거 한 방에 날린 하루 일당, 누군 방학이라 여행가는데…"


"한국에서 대학은 '1000만 원짜리 청심환'"…왜?
"학벌 기득권 정점, 서울대를 떠납니다"
"고졸 스무 살, 저는 안녕합니다"

"핀란드에는 공고·상고 학생이 더 많아요"
이건희 회장 손자에게도 '무상복지'가 필요한 이유
"'좌파'보다 국익에 무관심한 그들, '진짜 우파' 맞나?"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