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명 연장한 고리원전 1호기로부터 반경 20km 이내에 살고 있다. 만약 신고리 5,6호기가 건설된다면 그로부터도 30km 이내다. 신고리 5,6호기까지 지어진다면 부산-울진 지역의 원전 수는 12개가 된다. 부산 시민으로서 이런 상황 분통터진다.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중대사고가 나면 부산 시민은 살지 말라는 말인가."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와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예정지 부근 주민 251명과 함께 8일 헌법재판소에 '원자력 이용시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등에 관한 고시'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2019년 12월 준공 예정인 신고리 원전 5,6호기와 관련된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서를 작성할 때 원전의 중대사고에 따른 평가를 제외하도록 한 고시는 위헌"이라며 "사업시행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러한 규정을 악용해 사실상 외부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수 있는 모든 사고를 제외한 채 사고로 인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극히 부실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후쿠시마 사고에서 확인된 것처럼 중대한 원전 사고를 가정해 각 원전 별로 사고 발생시 방사성 물질이 어느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어느 범위까지 확산되어 피해를 미칠 수 있는지 평가가 되어야 유사시 인근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피난 체계에 관한 실효성 있는 매뉴얼과 훈련이 행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신동아>는 지난해 5월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이 개발한 '원전 사고 피해예측에 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고리 원전 1호기에 체르노빌 수준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의 피해 상황을 예측한 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울산 부산 등 인구밀집 지역이 근처에 있는 고리 원전 1호기의 경우 바람이 거의 불지 않을때, 반경 38km가 허용치 이상의 피폭 영향을 받고 30일 이내 1만 5200명 사망, 10년 이내 3만 9100명 사망, 후유증과 유전질환자 24만 6000명 발생, 허용치 이상의 피폭자 159만 명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바람 방향에 따라 수도권 대부분도 피폭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 ⓒ프레시안(채은하) |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참여한 주민 251명의 대표를 맡고 있는 서토덕 환경과자치연구소 기획실장은 부산지역에 원전이 밀집되는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후쿠시마나 체르노빌과 같은 중대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작은 가능성에도 철처한 안전기준을 마련해야만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마치 부산 지역을 위해 원전을 짓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며 "핵발전소가 안전하면 수도권에 짓지 수도권의 전력 자립률은 0.32%에 불과하고 대부분 지방에서 끌어다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 74세 농민 이치우 씨가 분신하는 등 초고압 송전탑 건설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밀양 지역의 주민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아네스 밀양 상동면 가르멜수녀원 대표는 "신고리 원전 5,6호기가 지어지면 밀양 지역에는 69개 송전탑이 지나간다"면서 "수도권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시골 농민들이 자기 재산을 약탈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전국의 군과 면들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