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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5명이 군대폭파, 폭력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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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5명이 군대폭파, 폭력혁명?

[국가보안법, 무엇이 문제인가·②] "되살아난 사찰의 망령"

12월 1일은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날이다. 1948년 이날 대한민국 법률 제10호로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은 여러 변천을 거쳐 올해로 63년째를 맞이한다. 그 63년 동안 국가보안법이 저지른 악행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 민족통일에 역행한다는 비판은 치명적이다. 유엔만이 아니라 심지어 미국 등 주요국들로부터 폐지권고를 받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런 속에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와 국가보안법긴급대응모임은 12월 1일을 맞아 <NO! 국가보안법, STOP! 국가보안법> 이란 기치 하에 국가보안법 대응주간을 설정하여 국가보안법의 남용억제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그 연장선에서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하여 연속 릴레이 기고를 보내왔다. 기고글은 12월 1일부터 차례로 일주일간 발행된다. <편집자>

이명박 정부에 들어 지난 3년간 국가보안법 사건이 급증하였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에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46건이 입건되었지만 2009년 57건, 2010년 97건으로 급증하였으며 2011년에는 7월까지 41건이 입건되었다고 한다.

입건은 증가한 반면에, 기소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10년의 경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입건된 97건 중 43건만이 기소되어 44%에 불과하다. 게다가 기소된 사건의 절반 정도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입건 수에 비해 기소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고, 또 기소된 사건조차 절반 이상이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것은(항소 등으로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찰, 국정원, 검찰 등 수사기관이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남발하여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공안정국을 유도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3년간 입건되거나 기소된 국가보안법 사건의 내용을 보면, 제7조(찬양고무, 이적표현물등)를 적용한 사건의 비율이 매우 높다는 특징을 보인다. 역시 대검찰청 자료에 의하면, 2008년에는 찬양고무죄 사건이 33%(15건/46건)였지만, 2009년에는 40%(23건/57건), 2010년에는 64%(62건/97건)으로 급증하더니, 2011년에는 7월까지 85%(35건/41건)의 사건이 제7조 사건이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동조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며, 제5항은 그러한 찬양고무를 할 목적으로 소위 '이적표현물'을 제작·소지·반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연합뉴스

국가보안법 적용은 제7조에 집중돼

찬양고무나 이적표현물죄는 시민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사상을 말로 혹은 글로 표현하는 것을 처벌대상으로 삼는 조항이다. 그래서 제7조는 학계나 국내외 인권단체로부터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인 인권침해 독소조항으로 지적받고 있기도 하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북한의 정책이나 선전에 동조하는 글을 쓰면 찬양고무죄가 되고, 그러한 내용의 문건을 만들거나 소지하고 있으면 이적표현물죄에 해당되어 경찰이나 국정원 등 공안기관의 수사대상에 오른다.

물론 찬양고무나 이적표현물죄가 성립하려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요건은 과거에 '반국단체를 이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고 규정되어 있었는데, 1990년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 결정 이후에 지금과 같은 문구로 개정되었다. 그런데 이 요건은 그 자체로 추상적이고 모호한지라 공안기관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주장이나 표현이 있으면 일단 이 규정에 해당한다고 단정해 버린다.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은 나중의 일이다. 수사권력의 남용은 이렇게 시작되면 바로 그래서 위험한 것이다.

국가보안법 제7조를 무기로 한 공안기관의 공격적 수사행태는 이명박 정부에 들어 크게 강화되었다. 지난 9월 간디학교 최00 교사는 제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 2008년 최 교사의 집과 학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이 사건에서 검찰은 한국진보연대 등이 발간한 자료집과 '조국통일3대헌장 해설서' 등 최 교사가 역사수업의 보조교재로 사용하고자 소지하고 있던 문건에 대하여 친북 성향의 글이라는 이유로 찬양고무와 이적표현물소지죄를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검찰은 주한미군철수라든가 미국의 패권정치를 비판하는 내용, 박정희 정권에 대한 재평가의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으로 이적표현물죄를 적용하였다. 그러한 주장과 표현은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인권과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세상일 것이다.

법원은 표현과 사상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임을 지적하면서 주한미군철수 등을 담은 문건에 대해 이적표현물이 아니라고 하였으며, 일부 문건에 대해서는 이적표현물에 해당할 수 있지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주관적 요건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사건은 시민의 기본권인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해 무차별적인 공안탄압의 수단으로 국가보안법이 남용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 예가 될 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 공간에서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하여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공안기관 중에서 인터넷상의 주장이나 표현에 대한 사찰과 통제는 주로 경찰이 담당한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경찰에 입건된 사람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 상에 친북게시글을 게재하거나 퍼나른 행위가 문제된 경우였다.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사방사) 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경찰은 사방사 사이트에 글을 올린 100여명의 네티즌들을 무더기로 수사하고 있다. 거기에 게재된 글들이 어찌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경찰 등 공안기관들은 글의 내용이 북한의 주장과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표현물을 규제하고 수사한다.

수사의 문제만이 아니다. 경찰은 사이버상의 표현물에 대하여 광범위한 사찰과 통제의 권한도 행사하고 있다. 2010년에 경찰이 친북게시글이라는 이유로 인터넷상의 해당 사이트에 삭제요청을 하거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요청을 한 건수는 무려 8만449건이었다. 2011년 10월까지의 삭제요청 건수도 6만7269건에 이른다. 2008년에 1,793건의 삭제요청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사이버 사찰이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경찰의 삭제요청을 거의 100% 받아들여 삭제명령을 한다. 경찰이나 방송통심심의위원회의 삭제요청은 법적인 강제성은 없지만 사이트 운영자의 입장에서 정부기관의 삭제요청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삭제요청의 수용율은 99.4%(2010년 12월까지의 통계)에 이른다.

용두사미식 수사가 노리는 것

한편,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의 조직을 엮어내는 것은 주로 국정원이 담당한다. 지난 8월 국정원은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김00 등 5명을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로 구속기소하였다. 소위 '왕재산' 사건이다. 이들에게 적용된 주된 혐의는 북한의 지령에 따라 인천지역을 혁명의 전략적 거점을 삼아 왕재산이라는 지하혁명조직을 결성하여 인천의 방송국 등 주요시설 및 군부대를 장악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겨우 5명 정도가 군부대 폭파와 같은 폭력혁명을 위해 반국가단체를 결성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법리적으로나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란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고 정부를 참칭하거나 체제전복을 직접적인 목표로 한 단체를 말한다. 반국가단체가 되려면 일정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조직이 있어야 하고 체제전복을 시도할 만한 세력이 있어야 한다. 왕재산 사건은 재판 중이니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5명이 반국가단체를 구성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터무니없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검찰은 왕재산 사건에서 5명을 일단 구속기소한 이후에 왕재산 조직을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80명 이상의 시민들에 대하여 강압적인 소환조사를 자행하고 있다. 참고인조사를 한다고 집요하게 전화하고 문제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집 근처에 있다면 만나자고 하기도 하고 조사에 불응하면 강제구인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왕재산 사건의 수사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 7월 초였지만, 사실 국정원은 이미 1년 여 전에 은밀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미 2010년 7월 경부터 이번에 구속기소된 피고인들의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기도 하였다. 국정원과 검찰은 1년 이상 수사를 해 놓고도 왕재산이라는 반국가단체 조직을 엮어내지 못했다. 일단 5명을 반국가단체구성 혐의로 기소해 놓고, 이제 와서 하부조직을 밝혀낸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인 소환조사와 협박수사를 일삼는 식으로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다.

공안당국의 국가보안법 수사형태를 보면, 수사할 때는 조직사건으로 거창하게 포장해 놓고는 정작 이적표현물죄 정도로만 기소하는 경우도 하다하다. '자본주의연구회' 사건이 단적인 예이다. 공안당국은 대학생들의 학술연구단체를 이적단체라고 하여 처음에는 이적단체구성 혐의로 압수수색영장 및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정작 이적단체 구성혐의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중이라고 발뺌하면서 이적표현물죄로만 기소하였다.

이러한 행태들은 분명 공안당국의 수사 및 기소권 남용이다. 2004년에는 국회의원 과반수가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에 서명하였었다. 한국형사법학회 같은 순수 학술단체마저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런 국가보안법이 이명박 정부에 들어 공안정국을 유도하면서 시민들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압살하는 도구로 거듭나고 있다.

경찰은 인터넷상의 표현과 주장에 대해 이적표현물이라는 이유로 광범위한 단속과 마구잡이식 수사를 자행하고 있고, 국정원은 조직사건을 엮어내면서 시민들의 자유로운 주장과 소통을 위축시키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무기로 한 공안당국의 광범위한 사찰과 수사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안정국 조성과 빨갱이 덧칠하기로 국민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음에 다름아니다.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그것은 민주주의의 후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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