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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으로 책을 쓴다고?

[나도 책 쓴다]<5>책상 서랍의 만년필과 원고지

자유의 복원

장미셸 바스키아는 낙서 화가로 유명하다. 신표현주의 화가이다. 앤디 워홀의 친구이고 28살에 요절했다. 죽기 1년 전에는 마돈나의 연인으로 유명해졌다. 신표현주의 화가로 분류하지만 그게 무슨 우리에게 의미가 있겠는가. 그림이 좋으면 그만이다. 바스키아는 뉴욕이 캔버스였다. 아스팔트 바닥과 빌딩 벽에 그림을 그렸다. 손에 분필이든 뭐든 잡히는 대로 그림을 그렸다. 자신 만의 색깔을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만들어냈다. 천재화가라고 칭찬하기 전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가 작품을 언제 어디서든 쏟아내었다는 것.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은 화가였다. 그에게 창작의 자유가 있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런 자유를 주어보면 어떨까.

데스크탑 pc나 노트북의 경우 원고를 다듬고 쓰려면 책상과 의자와 사무실이나 작업실이 필요하다. 지금 원고를 쓰고 있는 곳은 성북행 1호선 지하철 안이다. 내 옆에 앉아 있는 여학생도 노트에 글을 쓰고 있다. 뱁새 눈으로 보니 남자친구와 일기장을 돌려쓰고 있는 것 같다. 소름 돋는 인사말들이 보인다. 명함을 줄 뻔 했다. 책 내자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 옆에서 아이패드로 나는 책을 쓰고 있다. '메모장'으로 책을 쓰다니. 옆의 학생이 알면 웃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나를 위로해 주는 저자도 있다. '지문 사냥꾼'으로 유명한 가수 이적은 트위터를 이용한다. 140자씩 책을 쓴다. 트위터로 책을 연재하는 것처럼 우리도 각종 툴로 책을 쓸 수 있다. 이렇게 하기 전에 어떤 툴로 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워드에 쓸 것인지. 한글에 쓸 것인지 같은 문제이다. 소소해 보인다. 뭐 그냥 평소에 쓰던 툴을 쓰면 될 일을 결정까지 해야 하다니. 앞 문장에서 우리가 신경써야 할 단어는 '평소'이다. 우리가 평소에 글을 쓰는 툴이 뭔지 생각해보자.

우리는 핸드폰 문자도 보낸다. 메일도 보낸다. 카카오톡도 한다. 메신저도 한다. 블로깅도 한다. 페이스북도 한다. 트위터도 한다. 댓글도 쓴다. 일기도 쓰고 숙제도 한다. 필기도 한다. 기획안도 쓴다. 연애편지도 쓴다. 감사 카드도 보낸다. 사진도 찍는다. 그림과 만화도 그린다. 동영상도 촬영한다.

아주 가끔은 녹음도 한다. 노무사를 준비하는 친구 중에 노동법을 자기 목소리로 녹음에서 mp3파일로 만들어 듣고 다닌다. 노무사 2차 시험에는 법전을 사용할 수 없다. 문제는 이렇게 출제된다. '노동법 65조 2항에 대해 논하라!' 노동법을 통째로 외워야 한다. 평소에 우리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쓰거나 찍거나 그리거나 녹음한다.

혹 잊었는지 모르지만 이 연재의 제목은 '전자책 작가 되기'이다. 전자책 작가는 글 뿐 아니라 사진과 동영상, 그림, 음성까지 모든 것을 활용해서 책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우리의 손가락이 만져서 만들어 내는 무엇이든 책으로 연결된다.

우리 집 비법 요리를 했다. 핸드폰으로 요리 과정을 사진으로 찍고 레시피를 블로그에 올렸다. 우연하게도 네이버에서 요리법을 메인 화면 오픈캐스트에 올려 주었다. 이 상황이 되면 인지도 있는 필자 하나가 탄생하게 된다. 그 재미로 계속 요리법 소개를 하면 네이버 메인에 당신의 블로그는 자주 나올 것이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네이버 쪽지로 연락이 온다.

20년 전에 당신이 요리책의 작가가 되려면 전공을 하거나 호텔 요리사이거나 혹은 엄마나 시어머니가 유명한 요리 연구가여야 가능했다. 당신이 하는 요리를 발표할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블로그 포스트 작성만 해도 작가가 될 수 있다.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어 편집할 수 있는 저작 도구가 많다. 그리고 바로 당신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상황도 만들어진다.

덧붙여 말하자면 어떤 저작 도구를 쓰느냐에 따라 글쓰기의 내용이나 효율이 달라진다. 게다가 책이 나오기도 전에 독자도 생긴다. 책을 출간하기 전에 이미 책이 팔려가는 것이다.

어떤 작가는 이메일을 활용해서 1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고도원의 아침편지이다. 짧은 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긴 메일은 일이 아니면 끝까지 읽기 힘들다. 이메일은 짧을수록 읽기 편하다.

이런 글쓰기 툴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하게 되면 책의 내용이나 방향이 달라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 쓸 것인지 결정하라. 만약 당신의 워드에 글을 쓴다면 당신 밖에 보지 못할 것이다. 블로그에 쓴다면 다른 사람이 보게 될 것이다. 대중문학 연재 사이트인 '조아라닷컴'(www.joara.com)이나 '고무림'(www.munpia.com)에서 글을 쓰게 되면 판타지, 로맨스, 무협, 추리소설을 써야 할 것이다.

문자 메시지로 쓴다면 독자는 한 명이다. 공개된 네트워크를 활용하게 되면 당신의 원고를 모니터링 해줄 당신이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에게 친구란 여느 다른 사람이랑 다른 역할을 하게 된다.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기준은 친숙하게 많이 사용하는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에 글쓰기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게시판은 아직도 PC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약간의 효율도 고려해야 한다. 다른 일 때문에 쓸 시간이 없는데 고집스럽게 PC앞으로 향한다면 글이 안 나올 수 있다. 다이어리를 잘 쓴다면 그곳으로 결정해도 좋을 일이다.

결정했다면 다음은 창고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 수 많은 문장과 말들을 저장해야 한다. 당신이 얼마나 멋진 말을 하고 쓰고 있는지 아직 모른다. 원고 창고, 문장 저장소를 만들어라. 수 없이 꺼내 쓸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밤새 연인에게 썼던 편지를 아침에 일어나서 읽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너무 유치해서라는 말을 덧붙인다. 이제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버리지 말아야 한다. 생각해 보라. 당신이 버린 편지를 들고 행복해 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당신이 찍는 사진, 동영상, 직접 그린 그림, 녹음한 음성 그리고 쓰는 글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창고에 쌓아라. 그리고 자주 들여다보면 숙성된 김치도 있고 햄이나 소시지도 있을 것이다. 이제 모아 요리를 하면 된다. 재료 창고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이 창고는 후에 다른 사람이 생산한 재료도 넣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생산한 재료를 직접 넣어 놓아야 한다. 지금 당신의 밭에서 신선한 야채가 나오고 있다. 그것을 버리고 사다가 넣는 바보짓은 피해야 한다.

낭만의 복원

우리는 초등학교 가기 전에 이모한테 선물 받았던 가방과 노트를 기억한다. 학교를 간다는 두려움에 새 가방과 노트와 연필이 주는 설레임이 같이 있었다. 글을 쓰는 것도 이렇게 느껴야 한다. 이 오래된 마음을 꺼내보자. 책가방, 노트, 연필, 필통, 지우개 같은 설레는 소품이 작가에게 있다. 이런 소품들이 정서적으로 우리를 저자로 만들어 준다. 소품이 주는 감정은 낭만이다.

문학 저자뿐만 아니라 교재를 쓰는 저자도 비슷하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애틋함이 없다면 교재를 쓰기는 쉽지 않다. 어떤 이유에서든 낭만주의를 채택해야 한다. 어디에 글을 쓸 것인지 결정하면서 우리를 위한 낭만적인 선택을 해보자.

돈이 드는 일인지라 추천하기 부담스럽지만 많이 들지 않으니 걱정은 하지 않는다. 글을 쓰는 도구 중에 가장 그럴 듯한 것은 과거의 것이다. 그렇다고 파피루스나 거북이 등껍질, 죽간을 찾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구한다면 인테리어 소품으로 좋을 것이다. 작가의 소품은 다르다.

bc4000년 전이지만 계속 개발되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고대 로마에서는 송진으로 이것을 만들었다. 잉크다. 5000년이 넘게 필자들이 사용했던 도구이다. 이때는 갈대나 거위 깃털에 잉크를 묻혀 썼다. 잉크가 나오긴 전에는 좀 더 강한 것으로 흑판에 긁어서 썼다. 종이가 출현한 후에는 긁을 수 없기 때문에 잉크 활용이 더 높아졌고 기술 발전도 있었다. 근대에 와서 강철로 만든 펜촉이 생겼다. 그리고 원고지 형식도 개발된다.

원고지가 생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원고라는 상품의 가격 단위를 정하기 위해서다. 이 글의 값은 동양에서는 글자 당으로 계산한다. 200자 원고지 몇 매인지가 중요하고 그 매수에 따라 인세나 원고료가 지급된다. 지금도 원고 청탁은 원고지 매수로 하고 원고 매당 원고료가 정해진다. 작가의 노동력을 돈으로 바꿔주는 기준이 되었다.

근대적인 저작 도구. 원고지, 잉크, 펜촉, 펜대. 물론 더 투자할 수 있다면 만년필도 좋다. 이렇게 원고지 위에 손으로 쓰는 것(manuscript)이 가장 낭만적이다. 이것은 작가에게 자의식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미지 트레이닝 역할도 한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도 카메라를 들고 다니니 무엇을 하는 줄 안다. 유독 저자만이 외관상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 길을 걸을 때 옷에 저자라고 붙이고 다닐 수는 없는 일이다. 회사원들이 컴퓨터를 켜놓고 열심히 무엇인가를 쓰고 있으면 그가 애인과 네이트온을 할지라도 외관상은 분명 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트북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있으면 그 사람이 저자인지 혹은 게임을 하는 지 알 방법이 없다.

행운이 있었다. 글쓰기가 무엇인지 눈으로 보았다. 낭만을 눈으로 보는 마지막 기회였다.

시청 앞에는 프레스센터가 있다. 언론재단이 있는 건물이다. 나의 첫 직장은 그 빌딩에 있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나중에 MBC 사장을 했던 김중배 선생님이 대표를 맡았던 시민단체이다.

한 번은 오후 세시가 조금 안돼서 선생님이 나타났다. 술 냄새를 풍겼다. 코는 빨간색이다. 작은 키. 볼품도 없고 낮술까지 했다. 그 때 햇빛이 커튼을 통해 은은히 비추고 있었다. 선생님은 서류가방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양복 안주머니에서 낡았지만 비싸 보이는 만년필을 꺼냈다. 가방에서 꺼낸 것은 잉크병과 원고지였다. 잉크병 뚜껑을 열고 만년필을 거기에 담갔다.

필름을 빨리 돌리는 영화 같았다. 그 장면 하나 하나 눈에 박혀있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뚜렷이 기억난다. 선생님은 큰 숨을 한 번 쉬고 원고지를 펼쳤다. 그리고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대가의 느낌이 은근한 햇빛을 강렬함으로 바꿔 놓았다. 볼품도 없고 낮술까지 먹은 아저씨는 거기에 없었다.

글쓰기란 그렇게 눈에 보이는 행위였다. 분위기와 느낌. 낭만이었다.

그가 쓰던 글은 일요신문에 매주 기고하던 칼럼이었다. 당시에도 글을 쓰는 주된 도구는 컴퓨터였다. 이메일로 원고를 보내면 된다. 하지만 그의 원고지는 누군가 용산에 있는 일요신문사로 가지고 가야 한다. 술, 만년필, 잉크, 원고지, 원고를 배달하는 사람. 이런 재료가 작가의 것이다.

그 이후로 원고지에 글을 쓰는 성인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만약 당신이 저자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면 김중배 선생님처럼 하면 된다.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저자가 되려고 한다면 원고지와 만년필과 잉크를 사들고 카페로 가라. 펜촉을 잉크병에 담근 후에 원고지에 글을 쓰면? 창피할 수 있다. 너무 낭만적이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원고지 퍼포먼스를 하기 힘든 사람을 위한 방법도 있다.

낭만 보관법이다. 당신의 책상 서랍에 이 낭만을 넣어 놓아라. 위치는 맨 위가 좋다. 글이 안나오거나 하는 일에 치여 글을 못 쓴다면 서랍을 열어 당신의 꿈을 보라.

어디에 쓸 지 결정했고 글 창고도 만들고 낭만도 서랍에 넣어두었다면 연애를 시작하자. 가슴 한 번 아파보지 않고 어찌 글을 쓸 수 있을까?
'교보문고가 '교보이리더'라는 새로운 전자책 단말기를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5.7인치의 화면에 제한된 기능(주로 전자책 구독 용도), 적지 않은 가격(34만 원)을 갖고 아이패드, 갤럭시탭과 같은 '화려한' 태블릿PC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교보문고는 삼성전자와 e-ink 형태의 전자책 단말기를 내놨었지만 외면을 당한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책 시장' 자체는 앞으로 더디지만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전자책 독서에 강점을 가진 태블릿PC의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콘텐츠입니다. 미국의 아마존이 '킨들'이라는 제품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양의 전자책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향후 콘텐츠 수익이 커질 것임을 예상해 싼 값에 킨들을 보급했습니다.

결국 전자책 시장의 성패는 얼마나 좋은 콘텐츠를 얼마나 싸고 편리하게 제공하느냐에 걸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제2의 킨들'을 기대하며 인터넷서점과 통신사(태블릿PC 서비스)들이 전자책에 내놓을 콘텐츠들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이제 누구나 양질의 콘텐츠를 갖고 있다면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쉽게 전자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이 이 기회를 잡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 12월 7일 전자책 저자(작가) 되기 강의에 대해 더 많은 내용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된 웹페이지를 참조하세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11118142928§ion_code=04

☞1편, <'나꼼수', 무료 전자책 버전이 나왔다고?…전자책, 기계가 아닌 사람이 관건>
☞2편, <전자책 시대…"나도 해볼까?"의 현실. 꿈을 먹고 살면 굶어 죽는다>
☞3편, <까뮈도 공무원이었다…전업작가가 될 수 없다면? 불어로 책을 쓰든가>

☞4편, <에코는 '왼쪽에서 오른쪽' 글을 썼고, 난 '태블릿PC'로 글을 쓴다…'메모장' 글쓰기의 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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