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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꼭 안아주신 어머니의 한 마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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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꼭 안아주신 어머니의 한 마디가…"

[현장]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민주사회장 진행

행렬 맨 앞은 전태일 영정 사진을 껴안고 오열하는 마흔 살의 과부 이소선 여사를 그린 대형 그림이 차지했다. 그 뒤를 온화한 얼굴을 한 이소선 여사가 두 팔을 벌리고 있는 그림이 따랐다.

이소선 여사의 영정 사진은 둘째 아들 전태삼 씨의 아들 동준·동명 군이 함께 들었다. 이소선 여사가 안치된 관은 가로세로 2m 크기의 꽃가마 상여에 태워져 행렬과 함께 이동했다. 그 뒤를 고인의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며 뒤따랐다.

행렬 좌우를 길게 늘어뜨린 100여 개 가까이 준비된 만장에는 '고맙습니다. 우리가 어머니를 따르겠습니다', '노동자는 인간이다', '우리 모두 전태일이 되자'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60여 명의 농악대는 쉼 없이 꽹과리를 치며 고인이 떠나는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7일 이승에서의 마지막 길을 떠나는 이소선 여사를 배웅하기 위해 2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민주사회장 장례위원회'는 이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을 하고 대학로에서 영결식을, 전태일 다리에서 노제를 지냈다.

▲ 발인식을 마치고 서울대병원에서부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어머니의 고귀한 삶을 표현할 수 없어 괴롭다"

이날 민주사회장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은 모두 고인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며 그리워했다. 누구보다도 고인과 가깝게 지낸 조헌정 향린교회 목사(전태일 재단 이사장)는 "오늘이 너무도 괴롭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조 목사는 "미국에서는 자동차 뒤편에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이들이 많다"며 "그중에 기억이 나는 게 '당신의 장례식에서 목사로 하여금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해라'는 구절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목사는 "아무리 살인자라고 하더라도 오열하는 유족들 앞에서 당신 가족이 나쁜 사람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좋은 말 밖에 할 수 없어 늘 목사들은 괴로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조 목사는 "하지만 오늘의 경우, 나는 다른 이유로 괴롭다"며 "그건 어머니의 아름답고 고귀한 삶을 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어머니 삶의 그릇이 크고 깊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목사는 "이소선 여사는 깨어 있는 삶을 살았다"며 "이 분이 가족이었다는 점에서 오늘 유가족은 슬퍼하기보다 기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수호 전(前)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소선 여사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이 전 위원장은 "2005년께 비정규직법을 제대로 만든다고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한 적이 있다"며 "당시 어머니는 농성장을 찾아와 두 손을 꽉 잡고는 함께 끌어안으며 '고맙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어머니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했다. 하나로 뭉친다는 건 이해하고 용서하며 서로 사랑하는 걸 의미한다"며 "어머니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이것을 가르쳐주셨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 이날 양대 노총 위원장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다짐했다. ⓒ프레시안(허환주)

▲ 고인의 영상이 나오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유가족들. ⓒ프레시안(허환주)

"언제나 나를 꼭 안아 주신 어머니"

<전태일 평전>을 쓴 고(故) 조영래 변호사 부인 이옥경 씨는 "조 변호사가 간 뒤에 나를 보면 언제나 꼭 안아 주신 분이 어머니다"라며 "조 변호사가 그렇게 간 것이 당신에게 한이 되었다고, 그렇지만 당신도 힘내서 열심히 살 것이니 나도 그래야 한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 씨는 "조 변호사는 늘 '저 어머니이니까 전태일이 나왔나 보다'라고 말하곤 했다"며 "어머니는 아들 전태일을 훌륭히 살려냈다. 어머니의 그 고투와 사랑이 있었기에 전태일은 이렇듯 많은 이들의 가슴에 살아서 지표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 씨는 "하지만 부족했던 나는 어머니 영전 앞에서 그저 드릴 말씀이 없다"며 "하늘에서 전태일과 조영래와 만나 재미있게 노시라는 말씀만 드린다. 안녕히 가시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영결식에 함께 참석해 고인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다짐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합법화되던 날 태일이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기쁘다고 하던 어머니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며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용득 위원장도 "생전 그토록 원하던 노동자 단결과 통일을 보여 드리지 못한 불효가 심장에 박혀 눈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 흐른다"며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어우러지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힘을 모아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유가족 "어머니의 교훈 잊지 않고 살겠다. 모두 감사하다"

이소선 여사의 아들이자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 씨는 "모든 분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전 씨는 "말로써 이 고마움을 나타낼 수 있을까, 보여줄 수 있을까 싶지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전 씨는 "우리 유가족은 어머니가 가르쳐준 '사랑하라, 불의와 타협하지 마라, 어려운 일을 피하지 마라'는 교훈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며 "어머니를 보내며 이 말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전 씨는 "장례식에 참석한 여러분이 모두 이소선 어머니였고 여러분의 눈동자가 모두 전태일이고 어머니였다"며 "다시 한번 모든 이에게 감사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한편, 전태일 다리에서 진행된 노제에는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장례위원회는 오후 3시께 노제를 마치고 오후 5시께 마석 모란공원에서 하관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프레시안(허환주)

ⓒ프레시안(허환주)

▲ 전태일 다리에서 열린 노제에 참석한 박원순 상임이사가 조사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 헌화를 하고 있는 시민들. ⓒ프레시안(허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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