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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세가 과격? 지하경제 절반만 줄여도 세금 2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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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유세가 과격? 지하경제 절반만 줄여도 세금 20조"

[복지국가 강연 ①·정치] 정동영 "2013년 체제를 준비하자"

"우리 국민은 이미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준비가 돼 있지 않습니다."

21일 프레시안-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 공동 주최로 열린 '복지국가, 왜 우리의 미래인가' 첫 연사로 나선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이와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정 의원이 강조한 것은 "대통령 개인이 아닌 세력이 집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 의원은 "대통령이 취임해도 결국 관료에 포위되면서 정권 초의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다"며 "백낙청 선생이 '2013년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는데, 개인이 아닌 세력이 집권해야 한국 사회의 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명선

정 의원은 "지금까지의 '진보개혁세력'이라는 표현은 의미가 모호한 감이 있었다"며 "2012년 화두가 될 평화와 복지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평화복지세력'으로 부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구한말 우리 국민은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우리 스스로의 운명을 제어하지 못했지만, 지금 우리 국민은 직관으로, 삶의 지혜로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알고 있다"며 "민주당이 진보적으로 바뀌고 시민들이 풀뿌리 운동을 통해 결합을 하면 충분히 복지국가의 꿈을 이뤄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정동영 의원이 생각하는 '질적 변화' 플랜은 무엇일까. 정 의원은 "산업화 시기 경제발전 5개년 계획처럼 복지국가 계획을 5년 단위로 세워 3차례에 걸쳐 15년 동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집권해 5개년 계획이 성공하면 다시 집권해 2차 계획에 착수하는 식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위해 "다섯 가지 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세정책팀 △재정정책팀 △복지전담팀 △노동정책팀 △재벌개혁팀 5개다. 조세개혁팀은 부유세 등을 통해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고, 사회복지세 등을 통해 복지 재원을 마련한다. 재정정책팀은 조세정의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고르게 분배하는 역할을 하고 복지전담팀은 복지 전략을 수립해 집행한다. 노동정책팀은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매진하고, 재벌개혁팀을 통해 균형 있는 경제의 발전을 꾀한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특히 '부유세'를 얘기하는 대목에서는 "즉각 실현할 수 있다"면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문명선
"우리나라 GDP가 1170조입니다. 여기서 세금의 82%가 걷힙니다. 그런데 부동산 전체 자산 규모가 7500조인데 여기서 걷히는 세금은 18%에 불과합니다. 30억 기준으로 부유세를 매기면 30억 초과분에 부유세를 매기기 때문에 31억 가진 사람은 1억에 대한 세금 100만 원, 35억 가진 사람은 5억에 대한 세금 500만 원 냅니다. 30억 가진 사람이 세금 100만 원 못 내겠습니까? 재벌들 창고에 그림이 가득하다고 합니다. 그 창고에 얼마 어치의 그림이 있을까요? 10억? 1조? 10조? 아무도 모릅니다. 대한민국 지하경제가 GDP 대비 27%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이 다 노출이 돼 지하경제를 죽여야 합니다. 지하경제를 절반만 줄여도 세금 20조 원이 더 걷힙니다. 빠져나가는 게 너무 많습니다. 이는 부자의 책무입니다. 빌 게이츠의 아버지는 미국 전국을 돌면서 상속세 폐지 반대 운동을 하고 다닙니다. 부유세 주장은 하나도 과격한 게 아닙니다."

정 의원은 지난 10년 '민주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반성도 말했다. 그는 "미국 헌법에도 없는 경제민주화 조항이 우리나라 헌법에는 있다"며 "집권자들은 빛나는 헌법 제119조 경제민주화 조항의 칼을 한 번도 휘둘러보지 못한 것, '권력이 시장에 넘어 갔다'고 항복해버린 점을 뼈아프게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 집권해야 가능한 구상들이다. '진보대통합'은 선결과제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정 의원은 "시민사회의 복지세력들이 먼저 원탁회의를 구성하고 나중에 제정당이 결합하는 형태가 바람직한 것 같다"며 "역사적 상상력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정 의원은 "통합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궤멸한다고 가정하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이 최소 20석, 최대 40~50석을 확보하게 된다"며 "진보정당이 교섭단체로 국회 원내에 포진하게 되면 대선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베버리지, 애틀리는 누구?

강연 뒤에 이어진 순댓국집 뒤풀이 자리에서는 정 의원 개인의 경험담이 뒤섞여 풍부한 대화가 오갔다. 그는 2006년 지방선거 참패 후 한동안 독일 포츠담에서 머물렀던 기억을 꺼냈다.

"포츠담은 1945년 역사적인 포츠담 회담이 이뤄진 곳이에요. 독일이 패전하고 승전국 열강들이 모여 세계 질서 재편을 논의하는 자리였죠. 그런데 최대 승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그 해 4월에 서거했습니다. 그래서 트루먼이 왔는데 트루먼은 외교에 문외한에 가까운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영국에서는 처칠이 참가했다가 '선거 좀 하고 올께'하고 영국으로 갔다가 돌아오지 못해요. 선거에서 졌거든요. 그 때 대신 온 새 영국 총리가 애틀리입니다. 트루먼과 애틀리가 초보에 가깝다 보니 포츠담 회담에서 스탈린의 목소리가 엄청 클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소련이 평양까지 진군해 우리나라가 분단의 아픔을 겪게 됐다고 볼 수도 있죠.

각설하고, 당시 처칠이 회담 도중에 선거하러 갔다가 참패를 합니다. 전쟁 중이던 1942년 '사회보험 및 관련 사업에 관한 각 부처의 연락위원회' 위원장이던 베버리지가 낸 보고서가 그 유명한 '베버리지 보고서'(Beveridge Report)입니다. 보건의료보장제도, 아동수당, 사회보장보험 등 국가 차원의 복지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권유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처칠의 보수당은 이를 받아들이는데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러다 1945년 7월 총선에서 애틀리의 노동당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영국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당시 영국은 오랜 전쟁을 치르느라 국민들은 지쳐있고 삶이 피폐해져, 변화에 대한 열망이 높았던 것입니다.

600만 자영업자들이 아무리 죽어라고 일을 해도 살림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800만 비정규직은 일을 안 해서 먹고 살기 힘든가요. 우리 국민들은 지금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복지를 원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문제는 누가 한국의 베버리지가 되고 애틀리가 되느냐죠."(웃음)


ⓒ문명선

※'복지국가, 왜 우리의 미래인가' 다음 강연은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입니다. 김 교수는 2004년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무상의료 정책포럼'을 발족해 복지국가 운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강연은 6월 28일 오후 7시 반 새로 이사하는 장충동 사무실 강당에서 열립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강의안내 보기 (전화문의: 02 722 8494 담당자: 민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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