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은 등록금은 대학을 소 잡는 우골탑과 부모의 등골을 빼는 등골탑을 넘어 학생을 잡는 인골탑으로 만들고 말았다. 이제 우리 사회는 등록금 문제를 피해갈 수 없게 되었다.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전 국민이 대학 등록금의 현재적 피해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이 여기에 있다.
등록금은 고물가와 더불어 가정경제를 파탄내는 양대 요인이다. 게다가 물가폭등의 주범은 등록금 폭등이며 등록금 폭탄의 주범은 비민주적인 대학 운영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교육범죄가 족벌사학비리이다. 사학에 만연된 족벌경영은 사학비리의 온상이며 사학분규의 배경이다. 따라서 사학비리를 척결하지 않고서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등록금 문제의 본질을 바로 보아야 한다.
반값 등록금 문제의 핵심은 등록금으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을 덜어주는 길이며, 등록금 때문에 파탄난 가정경제를 회생시키는 길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고등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는 모든 성인 국민이 대학생을 둔 학부모가 되기 때문에 반값 등록금은 전 국민의 행복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풀 것인가? 사실상 사학은 학생 등록금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방법 외에는 어떤 대안적인 수단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인데,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무작정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면 대학의 85%를 차지하는 전국 대부분의 대학은 심각한 운영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그 부족분을 지원해야 하는데 정부가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한다면 그것은 이미 사학이 아니다.
▲ 촛불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들. ⓒ프레시안(최형락) |
2. 한국 사학의 어두운 역사
이 문제의 답을 말하기 전에 우리 사학이 가진 구조적인 한계를 먼저 짚어보아야 한다. 우리는 투철한 육영의지를 가진 교육자에 의해 설립되는 고등교육기관을 사학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사학의 출발점부터 그렇다.
일제하에서 혹은 해방 직후 고등교육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되던 시점에서 육영의지를 가진 교육자들이 많은 대학을 설립했다. 그러나 해방 후 수많은 대학들이 이승만 정부의 토지개혁 과정에서 토지개혁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교육 이외의 목적으로 설립된 것도 사실이다. 그 후 문제점이 더욱 가중되었다.
애초에 육영의지와는 무관하게 설립된 대학이 많은데다 다수의 대학들이 1950년대 전쟁 이후 심각한 재정난을 겪는 과정에서 교육 외적인 목적을 가진 부류에 의해 대학의 운영권이 장악되면서 대학이 교육기관이 아니라 사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가업으로 계승되는 등 난맥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사학은 국가발전이나 지역사회의 발전에 복무하는 공교육 기관의 성격보다는 특정 개인의 사기업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으며, 대학 재정을 충당하고 대학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최소한의 사회적 개방성조차도 차단하고 철저하게 폐쇄적으로 운영되었다. 이로 인해 사기업인 대학에는 높고 견고한 담벼락이 둘러처져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하는 사유재산의 요새가 되었으며, 대학이 보유한 부동산과 각종 교육 및 실험실습용 기자재는 운영자의 사유재산으로 간주되었다.
3. 사학의 허구성
그러나 사학의 운영자들도 알고 정부도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는데 사학에 엄청난 국가 재정이 지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는 대학교육을 위해 매년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반면 사유재산임을 강변하는 사학의 운영자들이 대학에 출연하는 기부금이나 전입금은 조족지혈의 쥐꼬리만도 못한 액수이다. 결론적으로, 사학은 사인의 재정이 아니라 학생의 등록금과 국고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아닌 초중등 사립학교로 가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상당한 등록금을 받는 극히 일부의 사립학교를 제외하면 초중등 사립학교의 운영은 전적으로 국가가 담당한다. 따라서 사학 운영자가 학교를 설립하기만 하면 교직원의 인건비를 포함한 학교 운영비는 거의 전적으로 국가에 의존하게 된다.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립학교는 무늬만 사립인 것이 현실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사학의 운영자들은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을 때는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입에 발린 말을 되내는 반면 대학을 운영할 때는 공공성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사유재산의 배타성만을 강조하는 카멜레온 같은 논법을 구사한다. 그러면서 사학에 적용하는 사유재산의 관점을 사학의 자율성이라는 말로 치장한다.
그러나 이 정도라면 못 본 척 묵인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사학의 운영자들은 대학이라는 사유재산을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족벌체제를 구축하였으며, 족벌체제 안에서 온갖 불법과 비리를 저질렀다. 대학의 운영상황을 외부인에게는 물론 교수와 학생 등 교육의 주체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비밀에 부치는 것은 족벌체제의 당연한 결과이다. 그 결과가 사학의 폐쇄성으로 나타났다.
4. 만연된 사학비리와 임시이사 파견
ⓒ프레시안(최형락) |
즉, '임시이사 파견대학'이란 법률적으로는 정이사였던 비리재단을 해임하고 관할청인 교과부가 파견한 이사를 말하는 것인데, 대학운영 측면에서 보자면 비리를 척결하고 '민주화된 대학'을, 대학 수준의 측면에서는 한 단계 발전된 대학을 말하는 것이 된다. 말하자면 정부가 비리대학에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방법으로 대학을 민주화하고 발전시켰던 것이다.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방법으로 사학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방법을 통해서 만연된 사학비리의 일부나마 통제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임시이사의 파견과 부분적이지만 사학비리의 통제를 사학 발전의 성과로 평가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나마의 사학 발전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정권을 등에 업은 사분위가 총대를 메고 과거 10~20년 전에 사학비리로 쫓겨났던 사학비리의 주범들을 남김없이 대학으로 불러들이는 반교육적인 조치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영남대, 조선대, 서일대, 상지대, 세종대, 광운대에 비리재단이 속속 복귀하였으며, 조만간 대구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경기대에도 비리재단의 입성이 예고되고 있다.
5.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두 가지 조건
여기서 두 가지 중요한 사회적 쟁점이 도출된다. 첫 번째 쟁점은 반값 등록금과 사학비리의 연계성 문제이다.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되 그 부족분을 국가 재정으로 충당한다고 할 때 사학비리는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의 문제가 제기된다.
학생의 등록금을 불법적으로 집행하는 것도 문제지만 비리사학이 국가에서 지원한 재정을 불법적으로 집행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비리재단을 다시 학교로 불러들여 국가 재정을 지원한다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비리세력에게 헌납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사학비리를 척결하지 않고서는, 비리재단의 복귀를 차단하지 않고서는 반값 등록금은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을 말하는 것은 등록금 폭등의 원인을 제공한 사학 운영의 문제점을 은폐하면서 오히려 비리사학에게 국민의 세금을 퍼주는 꼴이 되는 셈이다.
ⓒ프레시안(허환주) |
두 번째 쟁점은 반값 등록금과 대학 구조조정의 연계성 문제이다. 보수 세력들이 주장하는 구조조정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대학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말은 원칙적으로 옳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구조조정이 대학 운영의 민주성, 개방성, 투명성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을 대학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번지수가 잘못된 것이거나 비리사학으로 불똥이 튈 쟁점을 고의적으로 회피하기 위한 노림수일 가능성이 높다.
대학의 구조조정이 대학에 내재한 비효율과 낭비, 타성과 안이함을 제거함으로써 대학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한다면 응당 전근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사유재산 관점과 만연된 족벌사학비리부터 제거하는 것이 순서이다. 사학비리 척결 없이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은 비리세력의 지배체제를 공고화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반값 등록금은 사학비리 척결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대학의 구조조정 역시 사학비리 척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사학비리 척결 없는 반값 등록금은 상황 회피용 말장난이거나 비리세력을 위한 세금 퍼주기가 될 뿐이며, 사학비리 척결 없는 구조조정은 도마뱀 꼬리자르기를 통한 사학비리 안정화 논리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사학비리 척결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전제조건이며 반값 등록금 운동은 반드시 사학비리 척결운동과 함께 가야 한다. 사학비리를 척결하여야, 사학비리를 척결함으로써만이 반값 등록금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 등록금 문제 해결, 사학 민주화 없이는 불가능 ☞ "썩은 내 풀풀 사립대학, 반값 등록금은 휴지조각 될 것"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