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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 스님 '소신공양' 1년, '두번째 유언'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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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수 스님 '소신공양' 1년, '두번째 유언'에 주목하라"

[좌담회] 제 몸 사른 가르침, 우린 과연 기억하고 있을까?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31일은 경북 군위군 지보사에서 수행 중이던 문수 스님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소신공양(燒身供養·부처에게 공양하고자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행위)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의 소신공양 이후 불교를 비롯한 종교계에서 대대적인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이 일었고, 매번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를 뒤바꿀 정도로 각계의 대규모 시국선언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그러나 1년 후, 공사는 예정대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의 죽음 이후 20명의 건설노동자들이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줄줄이 목숨을 잃었지만, 당시와 같은 저항 대신 이젠 사업을 막을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회의론마저 고개를 든다.

<프레시안>은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1주기를 맞아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과 함께 '자본의 위기, 생명의 위기'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30일 서울 종로구 불교대학에서 열린 좌담회엔 경상대 장상환 교수(경제학), 조계종 인권위원장 진관 스님이 참여했다. 좌담 진행은 지율 스님과 함께 전시 공간 '스페이스 모래'를 운영하는 아트디렉터 박은선 씨가 맡았다. <편집자>

▲ 지난해 6월 열린 문수 스님 추모제에서 중앙승가대학 동문들이 스님의 영정을 모시고 입장하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국민 모두에게 던진 '숙제', 스님 두 번째 유언에 주목해야"

박은선 :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한 지 이제 1년이 됐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도 충격적이었지만, 더욱 가슴 아팠던 것은 스님의 소신공양에도 단 하루도 공사를 멈추지 않는 건설자본의 잔악함, 그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정권, 그리고 대중의 냉담함이었다. 스님의 소신공양의 의미, 어떻게 보나.

장상환 : 두 가지 말씀을 남기셨다.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는 것과,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었다.

먼저 전자의 경우 시시비비가 분명한 일이라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간단한 말씀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두 번째로 남긴 말의 무게는 상당히 크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사회 양극화 문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가 재벌 중심으로 재편되고, 모든 정책이 자본의 이익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동하면서 생긴 필연적인 결과였다. 문제는 거의 모든 이들이 양극화 체제에 속박이 되면서, 그 체제에 순응해 살아가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거기서 도태된 이들이 수없이 자살을 하지만 그조차도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 사회가 됐다.

사실 민주주의나 독재의 문제는 명확하게 잘잘못을 가릴 수 있고, 모두가 나서 싸우지 못하더라도 많은 이들의 공감과 호응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 자본주의 체제의 적자생존 시스템은 그 자체를 부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가 도태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 '기업이 역할을 해야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냐', 이런 논리 때문에 완전히 거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문수 스님은 소신공양을 통해 이런 체제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 매우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4대강 사업 중단이 정부를 대상으로 한 말이었다면, 두 번째 말씀은 단순히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던진 숙제인 셈이다.

진관 스님 :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불교계에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스님의 소신공양은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세상, 이 나라 불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스님의 소신공양을 신라 법흥왕 시대 이차돈의 순교에서부터 이어지는 불교 저항의 역사로 보고 있다. 불교사적 맥락에서 신라시대의 호국불교, 일제 식민지 시기 민족운동에서 계승되는 저항 정신이었던 셈이다. 그만큼 스님의 소신공양이 불교계에 미치는 충격과 가르침은 컸다.

"문수 스님 소신공양, 한국 불교에 희망의 씨앗 남겼다"

박은선 : '불살생(不殺生)', 즉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것이 불교 오계의 첫 번째 계율이고, '중생이 앓으므로 나도 앓는다'는 유마경의 말도 있다. 지금 벌어지는 4대강 공사는 분명 도를 지나친 살생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놀라웠던 점은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에도 불교계가 예상과 다르게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진관 스님 : 불교계가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24개 본사 1만5000명의 스님들이 모두 나서서 싸우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4대강 공사로 강이 죽어간다는 것에 대해 지역적으로 보는 눈이 다르고,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 진관 스님. ⓒ프레시안(최형락)
당장 조계종 종단 행정이 움직이는 것은 어렵지만, 지율 스님 같은 분이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누군가 나서서 실천하는 모습을 통해 불교 전체도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

문수 스님이 불교계에 준 가르침은 단순히 4대강 사업의 문제뿐만 아니라, 불교가 정치적으로 어떤 정치권력에 귀속되지 않아야 하며, 공동체의 자각을 이루고 그로 인해 당당하게 설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스님의 소신공양으로 하나의 희망이 생겨나고 있다고 본다.

사실 이승만 정권부터 시작해 불교가 정치권에 속박됐던 역사가 길었다.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그나마 자율을 얻게 됐는데, 이제 숨 고르기 단계라고 생각한다. 내년 문수 스님 2주기 때에는 더 제대로 된 추모제를 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양극화와 낙후된 복지, 개발 사업에 대한 '열망' 낳았다"

박은선 : 이제 4대강 사업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사업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속도전 식 공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 자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장상환 : 많은 이들이 반대했지만 정작 경북 북부 등 낙후된 지역의 주민들이 찬성했다.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 상황에서 사회복지 등 사회 안전망이 부재하니까, 개발 사업에 대한 환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사실 이런 식의 자연 파괴의 문제는 단순히 4대강 사업뿐만 아니라 전자본주의적인 생태 위기와 연관이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경우 짧은 기간 내 고도성장을 하면서 복지체제를 확충할 기회도 없이 바로 신자유주의 위기를 맞았다. 긴 산업화의 역사를 가진 서구사회가 19세기 후반~20세기 초중반반에 걸쳐 복지국가 체제를 확립한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바로 신자유주의 체제로 재편이 됐고, 양극화가 심해졌다. 자본에 대한 규제와 노동 기본권 보장 등의 기본적인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체제로 휩쓸린 것이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복지국가에 대한 열망 역시 있었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이마저도 좌절됐다. 결과적으로 두 정부 모두 자본에 대한 규제에 실패하면서 일종의 회의론도 생겨났고, 기업의 성장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에 대한 기대 속에 이명박 정부가 탄생했다.

4대강 사업도 이런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심화된 사회 양극화 속에서 낙후된 지역주민들은 4대강 사업 같은 개발 사업을 통해서라도 땅값을 올려 이익을 취하려 한다. 그게 이 사업을 막아내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식의 개발 사업이 최근 지역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유한 지역에서 증세를 해 낙후된 지역에 대한 보조를 해야 하는데, 지역 균등 발전 자체가 안 되니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 방식의 개발 사업조차 승인이 되는 것이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박은선 : 사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수질 개선'이나 '수량 확보' 등의 명분보다는 친수구역특별법 등을 통한 하천 개발에 있다고 본다. 이미 강에서 퍼 올린 모래를 농토에 쌓는 농지 리모델링 사업이 시행 중이고, 유람선 선착장 등 위락 시설이 하천변에 들어서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강 주변의 주민들이 이런 개발 사업에 자신들이 함께 살아온 옥토와 강을 기꺼이 내주었다는 점이다. 일종의 개발 독재에 대한 향수도 있는 것 같다.

장상환 : 사실 4대강 사업에 가장 강하게 반대해야 할 사람들이 이 사업으로 인해 자신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보상이 넉넉하다 보니, 농민들도 직접적인 이해관계로 엮여버리게 된다.

하천 둔치의 경작은 인류사적으로도 오랜 시간 계속돼 왔던 것인데, 지금 4대강 사업으로 농경지를 없애고 대신 자전거 도로나 위락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이 현재 26.7%로 세계적으로도 정말 낮다는 것에 비춰본다면 농사짓기에 최적의 땅인 둔치 경작을 중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워낙 우리 사회가 식량을 수입하는데 의존하다 보니,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그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런 자원의 위기는 전 세계적 자본주의의 위기로 볼 수 있다. 기후변화로 자연자원의 활용이 한계에 봉착했고, 이에 따라 자연을 파괴하면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자본주의 체제도 위기를 안은 채 작동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의 위기를 두 가지 현상에서 진단해 본다면 하나는 경제 그 자체의 위기, 일종의 '순환상의 위기'가 있을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런 자연과 인간의 재생산의 위기, 즉 '지속성의 위기'일 것이다. 전자가 자본에 대한 규제 완화로 지난 2007~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현실로 나타났다면, 후자의 경우 심화되는 저출산과 자연자원의 고갈 등으로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베이징올림픽 노동자 사망에 분노했던 한국, 4대강 건설노동자 죽음엔…"

박은선 :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건설 당시 11명의 건설 노동자가 사망해 중국 정부가 세계 언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한국의 네티즌 역시 "인권 없는 나라다"라며 중국 정부를 맹비난했다. 반면 4대강 공사 시작 1년 반에 건설 노동자 20명이 사망한 일에 대해서는 냉담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진관 스님 :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도 대중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은, 그만큼 한국의 인권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가 인권과 생명에 대한 감수성 자체를 상실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장상환 : 많은 이들이 표현의 자유나 정치적 민주주의의 문제, 즉 '자유권'에 있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사회권'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노동권은 기본적인 '권리'로서 인식조차 되지 못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비극적인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지만, 사람들이 이런 일들에 점점 무감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 기업은 살찌는데 일자리는 늘지 않고, 일을 하지만 빈곤은 대물림된다. 이것을 어떻게 바꾸느냐가 과제일 것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선 젊은 세대들이 점차 이러한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도성장 사회에서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데 바빴던 기성세대와 달리,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에 대한 자각이 분명한 것이다. 이런 목소리들이 향후 복지국가를 관철시키는 힘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최형락)

"4대강 사업, 수십 조 원 투입돼도 끝나지 않는 공사 될 것"

박은선 : 4대강 공사 현장을 다니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이 농촌 공동체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번 4대강 소송에서 유일하게 승소한 지역이 바로 팔당인데, 소규모 농촌 공동체가 대형 국책사업을 막아낸 유일한 사례였다. 사업은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이 공사를 막기 위한 지역의 생명운동은 어떤 형태로 가능할까?

장상환 : 팔당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팔당 농민들이 생산자 조직을 탄탄히 꾸려오면서 생협을 통해 도시의 소비자들과 신뢰와 연대를 쌓아왔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이런 방식의 생산자-소비자 연대가 유기농을 제외한 관행 농업 쪽에선 아직 자리잡고 있지 못한데, 식품에 대한 불신이 워낙 큰 요즘 도농연대는 농촌 공동체 구성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정부 역시 노동조합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듯, 이런 협동조합을 지원해 대형유통업체의 지나친 가격 인하를 막아야 한다.

또한 안전한 물을 마시고자 하는 지역 주민들의 열망과 운동이 4대강 사업을 저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부산의 경우 4대강 남강댐 물을 더 가두거나 함양 지리산댐을 막아 용수를 확보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런 계획 자체가 4대강 사업의 수질 개선 명분이 허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진주, 사천, 함양 등 지역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대구의 경우 영주댐을 막아 상수원을 확보하려 하지만 이 역시 주민들과 내성천 유지를 원하는 전 국민들의 반대에 처해 있다. 흐르는 물을 가두는 4대강 사업은 생명의 원천인 먹는 물을 오염시키는 사업으로, 이를 정화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추가될 것이다.

사실 4대강 사업은 합리성이 전혀 없는 토목공사다. 6m로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선 계속 토사를 파내야 하는데, 결국 추가적으로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공사가 될지도 모른다. 정권이 바뀌면 사업도 중단될 것이고 강도 결국은 원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끝으로 낙후된 지역에 대한 재분배, 사회복지의 문제 등 큰 틀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그렇지 않은 이상 이런 종류의 개발 사업에 대한 열망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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