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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상황악화…체르노빌 넘어선다"

장정욱 교수 "일본 정부 알고 있었을 것. 주민들 피폭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태가 일어난 지 한달이 넘어가고 있다. 매일같이 신문지면과 방송을 뒤덮던 후쿠시마 원전 상황에 대한 보도도 이제는 뜸해졌다. 후쿠시마 원전의 상황은 '최악의 고비'를 넘긴 상황일까?

일본 원자력 전문가인 장정욱 마쓰야마 대학교수(경제학부)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대지진 당시 한국에 와 있던 장 교수는 현재 다시 일본의 마쓰야마 대학으로 돌아가 원자력 정책에 관한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장정욱 교수는 "1~4호기가 폭발했을 당시와 크게 상황이 바뀐 것은 없다"면서 "오히려 방사능을 띤 오염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악화되었다고 볼 수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얼마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급을 7등급으로 올린 것을 두고 "이제껏 일본 정부는 사고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숨겨왔다"고 비판하면서 "이 상태가 몇 달 더 이어지면 유출된 방사선량은 체르노빌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1~4호기 폭발에서 '악화'됐다"

프레시안 : 지금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상황은 어떻게 평가하면 될까?

장정욱 : 원전 1~4호기 폭발한 이후 상황이 바뀌지 않고 있다. 원자로 내의 냉각을 위해 물을 계속 주입하고는 있지만, 냉각계통의 고장으로 순환을 하지 못한 채 일방적인 주입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자로 및 원자로 격납용기에서 새어 나오는 고준위 방사능을 띤 오염수가 계속 쌓이고 있으므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다만 바뀐 상황이라면 두 가지 정도인데, 하나는 외부전원을 끌어 와서 원전 내부에 전기가 들어온 것이고 다른 하나는 1~3호기에 넣는 물이 바닷물에서 민물로 바뀐 것이다.

전기 공급은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중앙제어실 등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에는 원전 내부 기기들이 얼마나 파손되었는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아 충분치 않다. 1~4호기의 경우 원자로 안의 기기 중에는 부서진 것이 많아서 사실상 전원이 완전히 연결됐다고 보기 어렵다. 23일경부터 연료교환이 필요했던 디젤 발전기 대신 전동 발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26일부터 주입되는 냉각수가 바닷물에서 민물로 바뀌었다. 사상 처음으로 원자로에 바닷물을 넣은 긴급조치로 인해, 바닷물의 염분이 소금으로 남아 핵연료표면・원자로・전선의 부식 및 배관을 막는 경우가 있으므로, 냉각순환계통이 회복되었을 때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핵연료봉의 표면에 소금이 붙어 냉각이 방해되고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프레시안 :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사태의 진전이 없는 이유는?

장정욱 : 만약 냉각순환 계통을 확인해 물을 돌려 원자로를 냉각시킬 수 있다면 아무리 길어도 1주일, 짧으면 이틀 정도면 안정된 상태, 즉 섭씨 100도 정도의 냉온정지가 될 거다. 이를 위해서는 냉각순환계통을 돌릴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터빈실 밑에 고여 있는 오염수를 제거하고, 원자로 건물 안의 냉각순환계통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내부의 방사선량이 낮아지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현재 약 6만 톤에 달하는 고준위방사성의 오염수는 얼마전에 바다에 방출한 저준위(?)의 오염수를 버린 시설에 부분적(3만 톤 정도)으로 옮기고, 다른 임시설비(인공섬을 만들때 사용하는 강철튜브) 등에 보관할 예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위 '저준위 오염수'란 원전 내의 작업복 등을 세탁한 오염수로 보통 증발 과정을 거쳐 응축시켜서 버린다.

지금 도쿄 전력은 원자로 건물밖에서 냉각순환계통의 설비를 설치해서 물을 순환시키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원자로 건물 벽을 뚫고, 그런 장치를 임시적으로 만드는 것도 한 달 이상 걸린다고 하고, 게다가 원자로까지 연결되는 배관이 안전한 지도 확인해야 하는데, 방사능 방출이 심한 상태라 배관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일본원자력위원회도 원전의 안정화까지 최소 수개월에서 1년까지도 예상하고 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지금 일본정부가 하고 있는 대책은 무엇인가?

▲ 장정욱 교수 ⓒ뉴시스
장정욱 :
가설펌프로 물을 주입하고 있으나 물도 연료봉이 잠길 만큼 넣지도 못하고 있다. 물을 많이 넣으면 증기가 대폭 늘어나서 압력이 높아져 터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증기로 빠져나가는 정도의 물을 넣고 있는 상황이므로 노심 내의 연료봉이 부분적으로 계속 노출된 상태가 된다. 1호기의 70%, 2호기의 30%, 3호기의 25%정도가 노출되어 있으며, 녹은 연료가 부분적으로 연료봉의 밑에 떨어져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그리고 물을 넣을 수록 새는 오염수는 늘어나는데 원자로에 제어봉을 삽입하는 장치 및 다른 배관에서 계속 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고등급 숨기는 동안 주민들만 피폭"


프레시안 :일각에서는 체르노빌의 경우처럼 시멘트로 덮어버리는 방안도 이야기하는데?

장정욱 : 체르노빌 사태와 달리 핵연료가 계속 붕괴열을 방출하고 있는 상황이라 시멘트로 덮어버리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은 열때문에 시멘트가 갈라지고 방사성물질이 배출될 것이다. 또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C)등에서는 '격납용기 가득 물을 채우자'는 제안도 한 것으로 아는데 일단 수소가 흘러나온 이상 격납용기도 새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격납용기에 물을 가득 채워놓으면 큰 지진이 왔을 때 진동으로 파괴될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 얼마 전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등급을 7등급으로 올렸는데.

장정욱 : 이미 1, 2, 3호기가 폭발했을 때 특히 2, 3호기, 그리고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수조의 폭발시에, 이미 이 사고가 7등급에 해당한다는 것은 일본 정부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유출된 방사능 량이 5만 테라베크렐 이상이 되면 사고 등급 7등급이 된다. 물론 원자로 등의 시설 상황도 고려된다. 당시 사고시에 방출된 방사능량이 1시간에 1만 테라베크렐의 방사능이 측정됐다.

그리고 7등급으로 최대사고이었던 체르노빌원전 발전소의 경우 설비용량이 100만kW인데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1~4호기를 합하면 용량이 3배 정도 된다. 만약 체르노빌 발전소처럼 터진다든지, 혹은 터지지 않더라도 이 상태가 몇 달 더 이어지면 유출된 방사선량은 체르노빌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본 정부는 충분히 유출된 방사능 량이 5만 테라베크렐을 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숨기고 있었다고 본다. 최초의 3km, 두번째의 10km, 그리고 20km로 피난지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빠른 피난을 하지 못한 지역주민들이 피폭 받게 되는 것을 일본 정부가 방조한 셈이 됐고 국제적으로도 신뢰를 잃어버린 셈이 됐다.

일본 정부는 12일에야 피난 지역의 확대를 발표했는데, 동심원의 균일한 범위는 아니지만 바람 방향 때문에 방사선량이 높은 약 60km의 북서방향의 지역까지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인 지역이 곧 확정되면 그 지역의 주민은 앞으로 1개월에 걸쳐 피난하게 된다. 그리고 동심원의 20~30km의 주민은 긴급시의 피난준비를 항상 해야 하고, 어린이, 임신부,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이 지역에 출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프레시안 : 최근 골수암을 일으키는 스트론튬도 검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장정욱 :일본 정부가 '그간은 측정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거짓말일 것이라고 본다.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원소가 40가지 정도, 질량수로 보면 100개의 핵분열 생성물이 생성되는데 이 중 생성확률로 따지면 제논133이 6.6% , 세슘137이 6.2%, 요오드131이 3.1% 등이며 스트론튬90은 5.8%다. 반감기가 29.1년의 스트론튬90은 반감기 30년의 세슘137와 함께 핵분열생성물중에서 발열량이 가장 높은 물질이다. 요오드 등은 측정하면서 스트론튬은 측정하지 않았을까? 그러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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