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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 효과" 앞세운 서남표 총장 지원군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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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 효과" 앞세운 서남표 총장 지원군 <조선일보>

이준구 교수 "서남표보다 갈채 보낸 사람들이 더 문제"

카이스트에서 4명의 학생과 1명의 교수가 자살하면서 경쟁과 효율을 강조해온 서남표 총장의 '개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들의 자살은 극단적인 경쟁에 따른 피해라는 진단이 나오지만 그간 서남표 총장을 극찬해온 <조선일보>는 이들의 자살을 개인의 심리적 이유에 비중을 두면서 여전히 '경쟁 지상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서남표 상찬' 조선일보 "반성은 없다"

11일자 <조선일보>의 카이스트 기사는 이모저모 눈여겨볼 만하다. 1면에 낸 "이번에 교수가…카이스트 또 비극"이라는 기사에는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학생들의 추모 집회 현장을 찾아 위로하는 사진을 냈다.

▲11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 ⓒ조선일보

3면에 낸 기사는 "최우수 교수마저…안타까운 '베르테르 효과'"라는 제목이다. 4명의 학생들과 교수의 잇단 자살을 '동조·모방 자살'을 뜻하는 '베르테르 효과'라고 표현한 것에서도 볼 수 있지만 <조선일보>는 이번 사태를 극단적인 경쟁에 의한 구조적 문제 보다는 학생과 교수 개인의 문제로 몰아 가고 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가 내놓은 '유일한' 분석은 이렇다.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에 이어 교수까지 연이어 자살하게 된 데 대해 '독특한 내부문화'와 관련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기 영재'로서 실패를 모르고 자란 카이스트 학생들처럼 과학 분야에서 최고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카이스트 교수가 외부의 충격을 쉽게 이겨내지 못해 이런 사태가 빚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 외에 이 기사 아래에 배치한 "차등 등록금 폐지 이어 '영어 강의도 NO'", "공짜로 1년 더 다니는 '5학년' 과거엔 800명" 등의 기사는 서남표 총장이 추진한 징벌적 등록금제와 100% 영어 강의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국내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카이스트에서 영어강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등적 수업료제가 자살 사태를 불러온 근본 원인인 것처럼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며 비난하는 논조다.

앞서 9일 낸 사설 "카이스트 개혁, 따뜻한 마음과 어루만지는 손길 보태져야"에서는 "교수평가 강화, 100% 영어수업, 차등 수업료는 '서남표식 개혁'을 떠받치는 세 기둥이었다. 그 중 한 기둥이 학생 자살에 휩쓸려 뽑혀나가게 됐다"며 "그렇다고 이 나라에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을 하나라도 만들어보겠다는 목표까지 떠내려가게 해서는 안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조선>의 8면 특집, '글로벌 명문대 카이스트'

<조선일보>의 논조는 굳이 평가하자면 서남표 총장의 개혁을 옹호해온 그간의 취지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신문은 2006년 9월 서남표 총장이 취임했을 때와 지난해 7월 연임됐을 때 단독 인터뷰와 '글로벌 명문 카이스트'라는 기획기사 등을 통해 '서남표식 교육 개혁'라는 신화를 만드는데 앞장섰다.

▲지난 7월 <조선일보>가 '글로벌 명문 카이스트'라는 제목으로 낸 8면짜리 특집.. ⓒ조선일보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7월 '글로벌 명문 카이스트'라는 제목으로 낸 특집이다. 총 8면짜리 별도의 섹션으로 낸 이 특집에는 "'세계 톱10' 향해…1만명의 연구실엔 해가 지지 않는다", "카이스트에선 밤11시 '땡' 해야 여가생활 시작" 등의 기사가 있고 서남표 총장의 단독 인터뷰 기사 등이 있다. 섹션 3면에는 카이스트 광고도 실렸다.

이준구 교수 "서남표 뒤에서 갈채 보낸 사람들이 더 문제"

한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0일 카이스트 사태와 관련해 "서남표 총장에게 갈채를 보내며 굳건하게 뒷받침을 해준 사람들이 더 문제"라고 꼬집는 글을 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교수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KAIST 사태, 정말로 손가락질 받아야 할 사람은?"이라는 글에서 징벌적 등록금제와 100% 영어 강의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이같이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서남표 총장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데는 이의가 없으나 "그러나 정말로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 것은 징벌적 등록금제와 100% 영어 강의가 무슨 대단한 개혁이나 되는 양 뒤에서 열렬한 갈채를 보낸 사람들의 무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런 사람들의 굳건한 뒷받침이 없었다면 서 총장 혼자만의 힘으로 그런 무리수를 감히 실행에 옮길 수 있었을까"라고 물으며 "어찌 보면 서 총장은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개혁이라고 부르짖는 군중의 환호소리에 충실히 따라 움직인 꼭두각시인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것을 KAIST만의 문제로 한정해 인식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다른 모든 대학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사건이 대학교육 전반의 비(非)교육적 악습을 뿌리 뽑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학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팽배해 있는 경쟁 만능, 효율성 만능의 병폐도 함께 뿌리를 뽑아야 한다"면서 "이번 KAIST 사태는 이런 잘못된 풍조가 만들어낸 병폐의 한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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