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연임에 성공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시사교양국을 제작본부에서 편성본부로 이관하는 조직개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사실상 경영진이 <PD수첩>의 제작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편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MBC가 지난 18일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정영하)에게 드라마국, 예능국, 시사교양국으로 이뤄진 TV제작본부를 '드라마 예능 본부'로 축소하고 시사교양국만 따로 떼어 내 편성 본부 산하로 이관시키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통보했다. MBC 노사는 이번주 초 노사개편안 협의를 할 예정이다.
"결국 <PD수첩> 옭아매겠다는 것"
MBC 내에서는 이러한 조직개편을 두고 구성원들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해괴한 개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MBC 노조는 "여태껏 MBC 조직구성은 제작과 편성의 분리라는 대원칙 아래 이뤄져왔다"면서 "주요 제작국이 편성본부 산하에 배치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시사교양국 PD들도 조직개편의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19일 긴급 총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21일 성명을 내어 사측을 비판했다. 총회에서는 "결국 사장과 편성본부장이 시사교양국과 <PD수첩>을 직할통치하려는 속셈 아니냐"는 등의 성토가 쏟아졌다.
이들은 성명에서 "TV제작본부는 창의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곳이며, 편성본부는 완성된 프로그램을 전술적으로 배치하고 경쟁 환경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곳"이라며 "지상파 경쟁사 모두가 제작부서와 편성부서를 분리해 운영하는 까닭"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이 황당한 조직개편의 속내는 지난 1년간 <PD수첩>의 4대강 비판 등으로 정권의 눈 밖에 난 시사교양국을 통째로 길들여보자는 것 아니냐"며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소위 '본부장책임제'라는 주장 아래, 편성본부장이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제작에 직접 개입하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PD수첩>의 제작 과정이 더욱 위축되어 진실을 말할 수 없게 되고,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기획과 각종 통제를 통해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정권홍보에 동원되고, 종당에는 공영적 기반이 허물어져 가는 파행적 결과를 우려한다"며 "사장 연임 첫 일성이 고작 시사교양국 통제와 MBC 공영성 훼손 시도라는 이 암담한 현실에 분노를 넘어 슬픔마저 느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크리에이티브 센터? 오더성 프로그램 남발하려고?"
또 MBC는 예능국과 시사교양국의 프로그램 개발 부서들을 따로 모아 부사장 직속으로 배치한 '크리에이티브 센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혀 역시 우려를 샀다.
MBC 노조는 "부사장 직속의 크리에이티브 센터가 오더성 프로그램을 남발할 경우 크리에이비티를 완전히 뺏긴 제작PD들은 이른바 하청PD로 전락할 수 있다"며 "말그대로 자율과 창의는 실종되고 주문생산만 남는 암울한 제작 환경이 현실화 될지 모른다. 더 나아가 부사장 직속 부서인만큼 정치적 목적을 띤 오더성 프로그램을 기획해 주문하거나 외주를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MBC 노조는 "이번 주 초 사측과의 조직개편안 협의에서 사측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 , 관련 구성원들은 물론 전 조합원과 함께 조직개편안을 철회시키기 위한 강고한 반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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