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안동발 구제역의 바이러스가 베트남이 아닌 홍콩과 러시아의 바이러스 유전자와 99%가량 일치한다는 국제식량농업기구(FAO) 구제역공식표준실험실(World Reference Laboratory for Foot-and-Mouth Disease)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구제역공식표준실험실은 국제수역사무국(OIE) 및 FAO에서 구제역 진단을 공인한 기구다.
다시 불거진 '진실공방'…"베트남이 원인" VS "홍콩, 러시아와 유사"
14일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안동에서 구제역이 공식 확인된 지 이틀만인 지난해 11월 30일 발표된 이 보고서를 공개하며 "유전자 검사 결과 안동의 구제역은 베트남과는 무관하며, 결국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농민 때문에 구제역이 창궐했다는 주장은 정부의 책임 전가 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안동의 구제역 바이러스는 2010년 홍콩과 러시아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99.06%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안동 바이러스와 근접한 10개의 유전자 중에서도 베트남형 바이러스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 보기)
▲ FAO 구제역공식표준실험실의 구제역 유전자 검사 결과, 안동의 구제역 바이러스는 홍콩(HKN)과 러시아(RUS)의 바이러스와 99.06% 가량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WRLFMD |
이 보고서가 논란이 되자, 방역 당국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이날 해명 자료를 통해 "구제역 바이러스가 베트남과 관계가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반박했다.
검역원은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를 조사한 결과 2010년 홍콩, 러시아, 일본에서 보고된 바이러스와 99%가량 일치했고, 2009년 베트남에서 보고된 바이러스와도 98.59% 유전자 서열이 일치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검역원은 "2010년 베트남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 정보는 국제기구에 공식 등재되지 않아, 미국 국립생화학정보센터(NCBI)에 등재된 2009년도 바이러스와의 일치율을 검역원에서 지난해 12월 초에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검역원의 주장대로라면, 축산 농가가 베트남을 방문한 2010년도의 바이러스는 FAO 구제역공식표준실험실에 등재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 해 전인 2009년 베트남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를 비교해 높은 일치율을 확인했다는 것이 된다.
이어 검역원은 "안동 양돈 농장주와의 관련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최초로 안동 양돈단지 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고, 해당 농장주가 11월 초 베트남을 여행하고 귀국 시 소독조치 없이 농장을 방문했기 때문"이라며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정부, 축산농가 책임 전가 전에 뚜렷한 입증 자료 내놔야"
'축산 농가의 안일한 방역 태도'를 꼬집는 정부와 '정부의 마녀사냥 식 책임 전가'라는 반대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구제역 발생 원인에 대한 공방은 정부가 뚜렷한 입증 자료를 내놓기 전까지는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 파주 일대의 구제역 매몰 현장. ⓒ윤후덕민주당파주지역위원장 |
박 정책국장은 "정부는 이제까지 '추정'으로만 구제역 발생 원인을 베트남 방문 농가에 돌렸는데, 좀더 과학적인 입증 근거를 가지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추정'만 가지고 책임을 돌린다면 지난해 4월 강화군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종식되지 않고 재차 확산됐다고 볼 수도 있고, 일본 미야자키현의 바이러스와 99%가량 일치한다는 점에서 안동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이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제역 발생 원인에 대한 입증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는 강화군의 구제역 바이러스와 안동의 바이러스는 다른 종류라고 밝혔지만, 이조차도 이를 뒷받침하는 충분한 근거를 내놓지 않았다. (구제역 때문에) 농민들이 자살까지 하는 상황에서 뚜렷한 입증 자료 없이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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