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틈을 타고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는 8만4822톤으로 전년 대비 4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전체 쇠고기 수입 증가율 16.2%의 2.5배가 넘는 수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 증가는 국내를 휩쓴 구제역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된 지난해 12월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주당 평균 2000톤 수준으로 높아졌고, 연말에는 주당 2500톤을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쇠고기 중 미국산의 비중도 급격히 늘어나 2009년 26.5%에서 지난해에는 32.5%로 높아져 1위인 호주산 쇠고기(53%)와의 격차를 좁혔다.
돼지고기의 경우, 미국산이 전체 수입물량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미국산 돼지고기 총 수입량은 7만5362톤으로, 전체 수입 돼지고기 중 26.1%를 차지하며 캐나다산 18.9%를 크게 앞질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구제역 파동으로 국내산 육류 공급량이 감소하고, 국내 육류에 대한 불안 심리까지 겹칠 경우 수입 육류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상엔 '구제역 음모론' 솔솔…축산 농민 자살도
사상 초유의 구제역 사태와 겹쳐 미국산 쇠고기 수입까지 증가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구제역 음모론'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인터넷 상에서 처음 제기된 음모론은 구제역 사태를 틈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늘리려고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구제역이 창궐하기 시작한 시점과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한 시점이 겹치면서,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해 일부러 방역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괴담이 확산됐다.
이 같은 음모론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5일 현안브리핑에서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에 대한 음모론을 언급하며 "이런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부류의 사람들은 미국산 소 수입을 위해서 미국 측에서 (구제역을) 퍼트렸느니, 또는 우리 정부가 퍼트렸느니 식의 악성 유언비어를 퍼트린 사람들로 생각된다"며 "우리 사회의 신뢰를 실추시키고 갈등을 부추기려는 간첩의 소행이나 다름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괴담은 단순한 음모론일 뿐이지만, '재앙' 수준의 구제역 사태로 축산농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일엔 구제역 판정을 비관해 60대 축산 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충북 충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30분께 충주시 가금면 창동리 뒷산에서 이 마을 주민 김모(62) 씨가 농약을 마시고 숨진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김 씨는 지난 1일 키우던 소 30마리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집을 나가 유족들이 실종 신고를 한 상태였으며, 수색에 나선 경찰은 농장에서 200여m 떨어진 마을 뒷산에서 반듯이 누운 상태로 숨진 김 씨와 빈 농약병을 발견했다.
김 씨는 평소 소들에 대한 애정이 깊어 이 일대에 구제역이 발생하자 두 달이 넘도록 외출도 하지 않고 밤낮으로 소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의 한 주민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0여 년 전 경북 봉화에서 우리 마을로 이사 와 남의 농장의 일을 봐주다 소 1마리를 키우기 시작해 현재 30마리까지 불린 사람인데, 그 소가 구제역 판정을 받자 충격이 너무 커 극단의 방법을 택한 것 같다"며 "구제역이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다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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