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이 항소심에서도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과 민동석 전 통상정책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다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부는 2일 선고 공판에서 "방송 중 다우너 소, 아레사 빈슨, MM형 유전자 관련 보도의 내용은 지나친 과장, 번역 오류 등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허위에 해당한다"면서도 "이날 방송의 취지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 및 우리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협상 문제점을 비판하려 한 점 인정"
재판부는 "이 보도의 내용은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한 것으로 피해자들의 명예와 직접 연관을 갖는 것이 아니고 피고인들은 어느정도 사실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보도를 한 것이지 전혀 근거없는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PD수첩> 제작진이 명예훼손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방송의 전체적인 취지 및 내용은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것으로 공공성 사회성을 가지는 것이고 쇠고기 수입 협상에 관련된 공무원들은 공적인물에 해당한다"며 "공인인 피해자들의 공적 업무에 대한 비판을 담은 보도에 관해 명예 훼손죄 성립 여부를 심사할 때는 사적 영역과는 달리하여 언론의 자유를 보다 폭넓게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봤다.
재판부는 "해당 보도 전체 취지에 비춰볼 때 제작진이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 및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려 한 점이 인정된다"면서 "<PD수첩> 제작진이 악의를 가지고 협상단의 명예를 훼손하려고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에 관해서도 재판부는 "방송 내용 가운데 일부 보도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만으로 제작진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쇠고기 수입업자의 업무를 방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일부 보도 내용 허위…'의도성' 있는 것은 아니다"
이날 법원은 정부와 검찰이 중심적으로 문제삼은 방송 내용 5가지 가운데 3가지에 대해 '허위'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에서는 5가지 쟁점 모두에 대해 "허위 사실이 아니다"고 판단했었다.
법원은 '다우너 소' 동영상 관련 보도의 허위 여부를 판단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잡았다. 법원은 "(방송 내용은) '동영상에 나오는 소들은 광우병에 걸린 소들이거나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큰 소'라는 것인데 소가 주저앉는 증상의 발생 원인에는 광우병 외에도 다양한 원인이있고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가 취해진 1997년 8월 이후 미국에서 출생한 소 중 광우병에 걸린 소는 발견되지 않으므로 이 보도 내용은 허위"라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에 대한 보도에 대해서도 "방송 당시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고 사망한 상태였던 것은 사실이나 부검 전에는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확실히 할 수 없는 상태였고 방송 이후 부검 결과 아레사 빈슨은 인간 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허위"라고봤다.
재판부는 MM형 유전자에 대한 보도에 대해서도 "한국인의 94.3%는 위유전자형이 MM이고 MM형인 사람이 인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유력한 논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인간 광우병의 발병에는 다양한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작용 할 수 있는 것이고 MM형인 사람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한다고 해서 무조건 100% 광우병에 걸리는 것은아니므로 이 부분 보도는 허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잘못된 발언이나 번역 오류 등이 피고인들이나 번역자들의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어렵고 편집 방법에 있어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려는 의도의 과장이 있다고 하여 위 사실을 작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까지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그외 다른 쟁점 특정위험물질(SRM)에 대한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에 부합한다"고 봤고 우리 정부 협상단의 실태 파악 부족 등 대응을 비판한 보도에는 "새로운 협상안을 논의하기위한 전문가회의나 가축 방역 협의회가 열리지 않은 사실 등 여러 가지 사실을 근거로하여 우리 정부와 협상팀이 충분히 대처하지 못하고 이 사건 쇠고기 수입 협상을 체결한 것 아닌가 라는 비판 내지 의견 제시에 해당한다"고 봤다.
검찰 "즉시 상고"…<PD수첩> 제작진 "부족하지만 환영"
한편 검찰은 MBC <PD수첩> 제작진 전원에 대한 항소심 무죄 판결에 반발하며 즉각 상고할 뜻을 밝혔다. 검찰은 이날 "(판결문을 살펴본 뒤) 즉시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D수첩> 제작진은 이날 판결에 대해 "미흡하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PD수첩> 제작진의 법률 대리를 맡은 김형태 변호사는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는 점을 확인하고, 언론 비판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 판결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검찰 측이 무죄를 예상하면서도 정치적 의도에 따라 기소와 재판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송일준 PD도 "일부 허위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정책을 비판하고 방송을 빨리 만들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에 의한 결과적 허위라는 판결로 본다"며 "일부 언론 보도에 허위 사실이 포함돼 있더라도 의도적인 허위가 아닌 한 면책 사유에 해당하며, 당연한 언론의 자유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능희 전 <PD수첩> 책임PD는 "처음부터 형사재판 감이 아니라는 것은 검사도 알고 있었다"며 "언론인을 얼마든지 잡아다 법정에 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정치적 재판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겁박해도 MBC와 〈PD수첩〉은 절대 굴하지 않고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애초 고소의 목적이 허위 보도 때문이었고 허위 사실을 인정해준데 대해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재판부가 '협상 관련 정부의 대책과 준비가 미흡했다'는 재판부의 판단과 관련해선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전문가회의 등을 다시 열어야 한다는데 대해 공감할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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