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는 15일 오전 경남도가 정부를 대신해 사업을 시행해온 낙동강 13개 공구의 대행 사업권을 회수하고, 이 공구의 사업을 직접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경남도가 맡은 13개 공구의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이행 거절'을 사유로 대행 협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한 것.
국토해양부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은 현재 방일 중인 김두관 경남도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런 사실을 전했으며, 아울러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이 경남도 부지사를 찾아가 경남도가 제안했던 '낙동강 사업 조정협의회' 구성에 대한 거부 의사와 함께 사업권 회수 방침을 통보했다.
이재붕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부본부장은 "경남도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이유로 사업권을 위탁해 달라고 요구해 대행 사업권을 부여한 것인데, 전체적으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고 47공구의 경우 유일하게 발주조차 하지 않는 등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사업권 회수의 사유를 밝혔다.
▲ 하늘에서 내려다 본 낙동강 공사 현장의 모습. 준설 작업으로 인한 탁수가 선명하다. ⓒ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운동본부 |
현행 하천법은 국가하천에 대한 공사를 시·도지사에게 대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4대강 170개 공사구간 중 각 지방국토관리청이 지방자치단체에 사업 대행 협약을 맺은 공구는 전체의 사업 구간의 31.8%로 총 54곳에 이른다.
이 중 경남도는 낙동강 6~15공구, 47공구(남강), 48공구(황강), 섬진강 2공구 등 총 13곳의 공사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진행해 왔다. 총 공사비 1조2000억 원 규모에, 준설 물량만 7000만㎥에 이르는 구간이다.
국토해양부는 "경남도 대행 사업 구간의 현재 공정률은 16.8%로, 낙동강 전체 공정률(32.3%)이나 다른 수계 및 지방자치단체 대행 사업 구간의 공정률보다 크게 낮고, 특히 7~10공구는 1.6%에 그친다"며 사업권 회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법정 다툼으로 번지나…경남도 "모든 방안 동원해 맞설 것"
반면, 경남도 측은 그간 "경남도가 낙동강 사업을 일부러 지연시켰다거나 불법 행위를 하는 등 (정부가 사업권을 회수할만한) 귀책 사유가 없다"며 "국토해양부는 사업권 강제 회수의 명분도, 자격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일부 구간의 공사가 지연되고 잇는 것은 낙동강 사업 공구에 매립됐던 다량의 불법 폐기물과 보상 협의, 문화재 지표 조사 때문이지 고의로 지연시킨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낙동강사업재검토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남도 강병기 정무부지사는 지난 2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 같이 밝히고, "국토해양부가 사업권을 끝내 회수한다면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충청남도 안희정 지사 역시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을 들며 "현재로선 충남과 경남이 힘을 모아 중앙정부에 맞서는 모양새는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만약 사업권이 일방적으로 회수되는 사태가 온다면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공동 대응을) 함께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예고한 바 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역시 지난달 27일 "경남도가 행정 사보타주(태업)을 해서 공사가 지연된 것이 아니므로, 경남도의 귀책 사유가 안 된다"며 "협약서에도 예산 등의 사유와 양 측의 합의 하에 협약을 해지할 수 있지, 일방적으로 한 쪽이 해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간 사업권 반납을 거부해온 경남도에 국토해양부가 '강제 회수'라는 초강경 조치를 내놓으면서, 결국 사업권 회수의 적법성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법정 공방을 벌일 공산도 커졌다.
이날 국토해양부의 사업권 회수 방침이 나온 직후 경남도 임근재 정책특보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지사가 일본 출장 중인 상태여서 최종 대응 방안을 말할 수 없다"면서도 "법정 대응과 농경지 리모델링 승인 취소 등을 포함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경남도가 낙동강 사업 구간의 30여 개 농경지 리모델링 승인을 무더기로 취소할 경우, 낙동강에서 퍼올리는 막대한 규모의 준설토를 처리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 사업에 적잖은 차질이 예상된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경남도와 맺은 위탁 협약을 해제하고 사업권을 경남도에서 국토해양부 장관(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으로 바꿀 예정이다. 다만 경남도와 시공사 간 기존 계약은 유효한 것으로 보고, 이들 업체에게 그대로 공사를 맡겨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국토해양부는 역시 준설과 보 건설에 반대한 충남도와 충북도에 대해서는 "핵심 공정은 모두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직접 맡아 하는데다 경남도를 제외한 41개 대행 사업 구간의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어 사업권 회수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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