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김인겸 부장판사)는 15일 "박원순 상임이사가 국정원의 '민간사찰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았더라도 국가에 대한 악의적인 비판으로 보기는 어려워 배상 책임이 없다"고 원고인 국정원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 박원순 상임이사. ⓒ프레시안(최형락) |
재판부는 특히 "국가는 업무 정당성과 청렴성과 관련해 국민의 비판과 감시, 견제를 받아야 하므로 비판 내용이 현저히 악의적이거나 허위일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입증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판시했다. 국가의 개인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국가를 명예훼손 소송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국가가 개인의 상대로 명예훼손을 제기할 수 있게 되면 국가의 정책에 대한 비판 등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을 상대로 소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데다, 국가라는 권력을 통해 스스로 명예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와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었고 박원순 상임이사-국정원 사건 재판부에 인권위 공식의견으로 제출할 것을 검토했으나, 지난 4월 재적위원 11명 중 6명이 반대해 보고서 제출이 무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원순 상임이사 사건 외에도 천안함 사건을 두고 국방부 장관, 현역 대령 등 개인 명의이긴 하지만 사실상 국방부가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안보전략비서관,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언론사 <뉴시스>, 이정희 의원 등을 무더기 고소한 상태여서 이번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박 상임이사는 현재 회의 참석차 싱가포르 체류 중이다. 이번 사건 변론을 맡았던 차병직 변호사는 판결 전 박 상임이사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두 변호사(윤지영, 박주민) 다음으로 박수를 받아야 할 사람은 이 사건 재판부의 재판장"이라며 "그는 국정원의 사실상 압력 행사에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고 원칙대로 재판을 진행하였습니다. 아마 소심하고 눈치를 살피는 재판장이었다면 선고는커녕 아직 변론을 종결하지도 못 하였을 것입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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