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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들이 애들이 흘린 밥풀 닦다 청바지 무릎 나가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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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늬들이 애들이 흘린 밥풀 닦다 청바지 무릎 나가봤니?"

[아이 키우기, 엄마 아빠는 봉?④] 열악한 처우 보육교사, 피해자는 아이들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출산율을 바라보는 정부는 답답하다. 그러나 "아이 많이 낳으라"고 외치는 정부를 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더 답답하다.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의 수도 크게 늘어났고 2010년도 중앙정부 보육예산은 약 2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 정책은 대다수 부모들에게 피부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들은 여전히 아이 키우기가 어렵다고 말하고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는다. 비용만 높은 보육 현실과 헛바퀴 도는 보육 정책, 그 속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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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소재 A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명희(27) 씨는 작년부터 부동산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올 겨울에 시험이 있다. 벌써 3년 넘게 보육교사로 일해 오는 그가 부동산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씨는 20여 명의 아이들이 있는 가정형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침 7시 반에 출근해 저녁 7시 반에 퇴근한다. 3년차인 그가 한 달에 받는 돈은 120여만 원. 여기서 4대 보험 등을 제하면 그에게 떨어지는 돈은 100만 원 남짓이다.

어린이집은 총 네 반으로 한 반에 5~6명의 아이들이 들어간다. 하지만 보육교사는 자신을 포함해 3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보니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보고 나면 정신이 멍할 지경이다. 원래 교실 1개 당 1명의 정교사가 있어야 하지만 원장이 돈을 아끼려 정교사를 채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파트타임 교사를 채용해 임시로 아이들을 돌보게 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주는 시간이 이 씨에겐 점심시간이다. 그렇다 보니 정신이 없을 수밖에 없다. 아이 밥 먹여주랴, 돌보랴. 자신의 밥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20여 명의 아이들 중 기저귀를 아직 벗지 못한 아이들이 5~6명 정도 된다. 그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물 한 잔도 못 마시고, 화장실도 가지 못한다. 아이 부모님이 늦게 올 경우는 집에 가는 건 꿈도 못 꾼다. 7시 30분이 퇴근이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날은 손가락을 꼽는다.

어린이집에서 재롱잔치를 할 경우, 재롱잔치 준비를 하느라 번번이 밤을 샌다. 하지만 특근 수당은 생각도 못한다. 택시비라도 지원받으면 감사할 뿐이다. 아파도 근무 시간에는 병원 한 번 가지 못한다. 자신이 맡고 있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빠질 경우, 그 구멍을 매울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월차는 생각도 할 수 없다.

▲아이들을 돌보는 어린이집 교사들은 업무에 비해 대우가 열악한 수준이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어린이집 내에 CCTV까지 설치

사실 이명희 씨는 이번 직장이 첫 직장은 아니다. 다른 어린이집에서 2년 가까이 보육교사로 일을 했었다. 일이 너무 힘들어 그만뒀지만 제자리걸음으로 다시 보육교사를 시작했다.

전에 일하던 곳은 놀이학원이었다. 아이들 대부분이 부유하게 사는 집 자식들이어서 원비도 매우 높았다. 그렇다보니 부모들의 기대를 부응하기 위해 놀이학원에서는 각 반마다 CCTV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돌봄을 받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주도록 했다. 목소리까지도 녹음이 되는 기계였다.

일하는 당사자인 이 씨로서는 매우 불편했다. 일하는 내내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들의 사생활이 모두 드러나는 셈이었다.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원장은 보육교사들의 동의를 구하고 설치했다고 하지만 상황 상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일을 찾아봤지만 일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다시 어린이집으로 돌아왔다. 이전에 다니던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어린이집 원장은 이전에 일했던 경력을 인정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업계 관행이라는 것. '울며겨자먹기'로 다시 1호봉부터 시작했다.

MBC 라디오 <박명수의 2시의 데이트>의 '억울한 차트' 코너에 울산의 어린이집 교사가 사연을 보냈다. 차트 제목은 '이런 학부모 만나면 억울해진다.' 어린이집 교사 8명과 원장님, 차량 기사 등 10명이 털어 놓은 고충이다.

4위 "어디어디 유치원 다니는 누구는 벌써 한글을 읽던데 우리 애는 왜 그렇죠. 안 가르치세요?"

3위 "우리애 오늘은 000문화센터 앞에서 내려주세요. 어린이집을 콜택시 쯤으로 생각하는 학부모."

2위 "갑자기 전화해 죄송한데 오늘 늦게까지 봐주세요 하는 부모님."

1위 "선생님은 왜 우리 아이만 미워하세요."

어린이집 교사들 나름의 고충이 담겨있다. 특히 최근 유아시절부터 한글, 영어 교육 등 선행학습으로 인해 아이들마다 언어 능력 발달 정도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이런 갈등은 역으로 아이에게 너무 앞선 교육을 시켜 발생하기도 한다. 한 학부모는 "어린이집에서 영어 구연동화를 하는데, 어린이집에서 우리 아이가 영어를 잘 못해 힘들다는 얘기를 하더라"면서 "그 순간 어린이집을 옮겼다"고 말했다.

"늦게까지 봐달라"는 경우에는 부탁하는 부모나 부탁받는 교사나 안타까운 상황이다. 보통 교사들이 당번을 정해 늦게까지 봐주곤 하지만, 야근이 잦거나 아예 야간 근무가 주업무인 경우 등 근무 시간이 다른 형태의 부모를 위한 24시간 어린이집이 필요한 대목이다.

어린이집 교사는 말한다. "늬들이 밥 먹다 응가한 애 챙겨주고 다시 밥 먹어봤겠니. 애들 흘린 밥풀 닦다 청바지 무릎이 나가봤겠니."

특히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들 때문에 힘들겠지' 하지만, 사실은 학부모 때문에 힘든게 더 많다"고 한다.

공공연하게 도는 보육교사 블랙리스트

아이가 놀다가 조금이라도 다쳤을 경우, 학부모들은 보육교사가 자신의 아이를 때린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럴 때면 정말 난감하다. 아니라고 말해도 소용없다. 그냥 제대로 돌보지 못한 자신을 탓할 뿐이다.

지금 어린이집 원장은 재정을 아낀다고 아이들에게 간식도 제대로 안 먹인다. 식빵도 질이 좋은 게 아니라, 어른이 먹기도 질긴 퍽퍽한 빵을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반찬 같은 경우도 넉넉히 해야 하는데, 아낀다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침에는 우유에 시리얼을 넣어서 주는데, 시리얼을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준다. 죽 같은 경우도 꿀꿀이 죽 정도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먹기에는 영양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 씨는 원장에게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공공연하게 도는 소문으로는 원장들끼리 일명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 소위 '찍'힌 보육교사의 경우, 원장들끼리 담합을 해서 이직을 원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면접조차도 보지 못한다. 그렇다보니 아이들의 부당한 처우 개선을 위해 원장에게 쓴 소리 한 마디 못하는 이 씨였다.

▲ 서울형 어린이집의 경우 전용방송채널(IP TV)을 통해 부모들이 아이들의 생활모습을 간편하게 볼 수 있다. ⓒ연합뉴스

열악한 근무조건에 이직률이 높은 보육교사

현재의 보육교사 처우는 심각한 수준이다. 나라에서 정해준 기본 근무시간인 하루 9시간이나 이는 있으나 마나한 기준이다. 하루 기본 12시간 이상을 근무해야 한다. 하지만 한 달에 받는 돈은 기본급여와 처우개선비를 포함해 겨우 100만 원 남짓이다.

물론 경력이 높을수록 월급은 올라가지만 대부분 어린이집 원장들은 보육교사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실정이다. 되레 경력직을 피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국공립시설 및 법인시설의 경우 임금체계가 마련돼 있어 저임금이지만 안정된 임금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정 및 민간 시설(약 85% 차지)의 경우 여전히 최저임금에 준한 급여가 기준이다.

정부는 2009년 보육시설실태조사를 통해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 급여 평균이 102만 원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민간시설의 난립과 파편화된 교사고용형태를 볼 때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고 근무 조건이 편한 것도 아니다. 공공노조 보육분과에 따르면 보육교사들은 대개 근골격계질환, 방광염, 위장병, 관절염, 성대 결절 등 각종 질병을 달고 산다. 화장실을 제 때 가지 못해 방광염에 걸리고, 밥 먹을 때도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위장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상당수다.

또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느라 항상 무릎을 꿇고 있어 관절염에 쉽게 노출된다. 말 안 듣는 20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성대 결절은 수시로 찾아온다. 1명의 교사가 3~5명의 영아들을 안아서 돌봐야 하는 경우가 많아 오른팔의 근육이 늘어나 파스를 붙이고 병원을 찾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보니 임신을 한 보육교사의 경우 유산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에 이직률이 높은 게 보육교사다. 하지만 이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방안은 미흡한 상황이다.

보육교사의 부당한 처우,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가돼

보건복지가족부가 2009년 보육시설을 직접 방문해 조사한 전국보육실태조사 내용을 보면 보육교사 이직과 관련해 한 해 동안 이직한 교사 수는 보육원 1개당 평균 2.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상 보육시설 당 평균 4.2명의 보육교사가 있는 것에 비춰 매년 절반 정도의 보육교사가 그만두고 새로 들어오는 구조인 셈이다.

보육교사 근무시간은 1일 평균 9.5시간을 일하고 월 평균 급여는 126만 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보육교사의 평균 호봉인 4.2호봉을 전제로 한 수치다. 제갈현숙 사회공공성연구소 연구위원은 "아이들에 대한 지원비는 늘어났지만 정작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육교사에 대한 지원금은 제자리인 게 현실"이라며 현재의 보육교사 처우를 설명했다.

그는 "특히 서울형 어린이집에서 진행되고 있는 IPTV, 일명 CCTV로 인해 보육교사들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고 있다. 이러한 CCTV는 점차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육체적 스트레스에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겹쳐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보육교사의 처우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가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제갈현숙 연구위원은 "보육교사들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할 경우, 아이들을 돌보는 데 집중력이 떨어져 자칫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심선혜 공공노조 보육분과장은 "교사 대 아동비율을 축소시키고 보육시설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노동을 공식화해 관련된 종사자를 고용하고 최소한의 직원휴게실을 마련, 쉬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는 곧바로 아이들의 돌봄 부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선혜 분과장은 "건강한 교사가 건강한 아이들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행복하게 일할 권리와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고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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