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의 낯선 이름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그를 떠나보냅니다.
문수 스님이시여!
이제 그 고요한 날개 짓의 거대한 울림만 우리 곁에 남기고, 대자유의 열반에 드소서."
49재의 시작을 알리는 다섯 번의 종이 울리고, 참가자들은 일제히 두 손을 합장했다. 3년 동안 문 밖을 나서지 않고 수행에만 전념했던 한 승려가 낙동강 둑방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인 지 어느덧 49일.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지난 5월 소신공양(燒身供養·부처에게 공양하고자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행위)한 문수 스님의 49재가 18일 오전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됐다.
조계종단과 불교단체,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가 광범위하게 참가한 '문수 스님 소신공양 추모위원회' 주최로 열린 49재에서 참가자 1000여 명은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문수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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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공양은 수행자가 부처님께 올리는 마지막 공양입니다."
이날 조계종 법계위원회는 문수 스님의 영전에 종사(宗師) 법계를 추서했다. 종사 법계는 조계종에서 두 번째로 높은 법계로, 승납 30년 이상의 스님들에게 품서된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직후 불교단체들로부터 '장례 축소' 의혹을 샀던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이날 49재에 참석해 문수 스님의 유지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승 스님은 "오늘 49재를 맞아 문수 스님의 자비와 공덕을 거듭 되새기며, 마지막으로 스님을 보내드린다"고 추모한 후, "뭇 생명의 아픔을 우리의 아픔으로 삼고, 세상을 구하는 일에 앞장서는 보현행자가 되어 우리 종단 사부대중은 함께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각각의 본성에 맞게 후손 만대에 길이 전해져야 한다"며 "개발은 이런 정신에 어긋남이 없어야 하며, 많은 국민의 지혜에 기반해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승 스님은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악습을 버리고,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일어설 수 있도록 문수 스님의 정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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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승가대학교 총장 태원 스님은 추모사를 통해 "문수 스님은 소신공양으로 강과 우주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했지만, 인간의 욕심에 의한 개발로 지금도 많은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며 "문수 스님의 유지가 헛되지 않도록 4대강 사업의 재검토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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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계종은 49재 이후에도 문수 스님의 뜻을 계승하기 위한 추모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문수 스님이 마지막으로 수행했던 군위 지보사에 무문관을 개설하는 등 추모 사업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불교단체들 역시 조계사 마당에 꾸려진 서울선원에서 매주 '생명 평화를 위한 대화 마당'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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