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강 8공구는 수도권 시민들이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남한강 본류에 위치해 있어, 석면 함유 자재 사용으로 인해 "수도권 2000만 명 시민의 식수원이 오염 위기에 놓였다"는 경고다.
▲ 충북 충주시 금가면 유송리 '한강 살리기 8공구' 사업 현장. 공사를 위해 쌓아둔 석재에서 다량의 트레몰라이트 석면이 검출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 |
환경보건시민센터·제천환경운동연합·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등은 지난 12일 충북 충주시 금가면 유송리 '한강 살리기 8공구' 일대의 석재를 채취해 조사한 결과, 총 20개의 고형 시료 중 16개 시료에서 1급 발암 물질인 트레몰라이트 석면이 검출됐다고 14일 밝혔다.
각섬석 계열인 트레몰라이트 석면은 슬레이트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백석면과 달리 입자가 날카롭고 뾰족해, 호흡기를 통해 깊숙이 흡입되면 입자가 폐에 박히기 쉬워 발암성이 강한 물질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2003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돼 왔다.
이번에 발견된 석면 오염 석재 역시, 15공구와 마찬가지로 제천시 수산면의 한 채석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채석장은 이미 폐광된 석면 광산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환경단체들은 지난해부터 이 채석장의 석면 오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왔다. 대규모 채석장 운영으로 폐석면 광산에 묻혀 있는 석면 광맥을 파헤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7월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가 문제의 채석장 주변에서 석면 오염 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형 시료는 물론 대기 중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트레몰라이트 석면이 검출된 바 있다.
▲ 석면 오염 석재가 생산된 폐석면 광산 인근의 채석장과, 석재가 사용된 한강 15공구 일대의 지도. ⓒ환경보건시민센터 |
수도권 시민 식수원 '비상'…"4대강 사업 전 구역서 석면 오염 조사해야"
이에 대해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한강 8공구에서만 1500여 톤에 이르는 석면 오염 석재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2000만 명의 수도권 시민이 식수원으로 이용하는 남한강이 석면에 오염될 경우, 공중보건상 치명적인 위협 요인이 될 수 있으며, 강변 여가 활동 과정에서 비산된 석면에 노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 물질로, 석면에 노출되면 10~50년의 긴 잠복기를 거쳐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진폐 등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석면이 함유된 석재를 사용하는 것을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폐암, 중피종암 등 석면에 의한 건강 피해는 주로 호흡기를 통해 이루어지며, 피부 노출이나 식수 등의 음식물 섭취를 통한 피해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연구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위장계를 포함해 다양한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학계의 보고가 있는 만큼, 건강 위해 물질에 대한 사전예방원칙에 의거해 노출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또 "폐석면 광산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책이 이번 사태를 낳았다"며 "충남 홍성, 보령, 예산 등지에서 수많은 석면 피해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제천 지역의 폐석면 광산도 아무런 안전 조치 없이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남한에는 총 36개의 폐석면 광산이 있으며, 이중 8개가 제천시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임을 알리는 안내판. ⓒ환경보건시민센터 |
한편, 4대강 사업 현장의 석면 문제가 한 차례 논란이 되자, 국토해양부는 지난 12일 해명 자료를 내고 "한강 15공구에 반입된 석재는 즉시 반입 및 시공을 중지했으며, 이미 시공된 석재는 석면 검출 여부 등을 조사해 석면이 검출될 경우 폐기 처분하고 재시공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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