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 거부한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장 항소심까지 끝난 용산참사 사건 재판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전망이나, 앞으로의 형사 사건 재판에서 검찰 수사기록 공개를 둘러싼 갈등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헌재는 24일 "재판관 8(위헌) 대 1(각하)의 의견으로 증거개시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법원이 수사서류에 대한 열람·등사 허용을 결정 하였음에도 검사가 변호인의 열람·등사 신청을 거부한 행위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만일 검사가 수사서류 열람·등사 허용 결정을 신속하게 이행하지 않는 경우 해당 증인 및 서류 등을 증거로 신청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피고인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까지 침해하게 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로써 수사기록 공개 범위와 여부를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일단락될 전망이다. 대검찰청 측도 "향후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수사기록도 법원의 허용 결정이 있을 경우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은 수사기록 정보 측면에서 검찰에 비해 불리한 입장이었는데, 앞으로 재판부의 허가만 받으면 수사기록 공개 신청을 통해 수사기록 정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보다 대등한 위치에서의 변론이 가능하다는 기대다.
다만 문제가 된 용산참사 사건의 경우 헌재 결정으로 피고인 측이 실익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용산참사 피고인 측에서는 2009년 3월 1심 재판 도중 검찰에 미공개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겠다고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공개 결정을 내렸으나 검찰이 거부했다. 시간이 흘러 1심 재판은 수사기록 공개가 이뤄지지 않은 채 선고가 내려졌다.
하지만 2심 재판에서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검찰에게서 받은 미공개 수사기록을 피고인 측에 공개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헌재에서 유일하게 '각하' 의견을 낸 김희옥 재판관도 "변호인들이 수사서류 열람·등사를 마쳐 이미 권리구제를 받았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에는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헌재의 결정으로 대법원의 판단이 바뀔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위헌 상태 진행된 재판 결과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용산참사 피고인 측은 "1,2심 모두 무효"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헌재 결정은 용산 재판이 얼마나 왜곡되고 편향적으로 진행됐는지를 명명백백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기록을 감춰 피고인들의 변론권을 심각히 침해해 재판을 파행적으로 이끌었고, 그 결과 철거민들에게 중형이 선고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비록 항소심 재판부가 철거민들의 재정신청 사건 기록에 있던 수사기록에 대한 변호인의 열람과 등사를 허용했다고 해도, 항소심이 위헌적 조건에서 진행된 1심 재판의 기록들을 중요한 증거자료로 채택해 진행된 것이므로 항소심 역시 공정하고 정당한 재판이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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