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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MB가 불러올 엄청난 재앙이 두렵다"

[현장] '삼보일배' 팔당 농민들 "김문수? 기대 접었다. MB에게 직접…"

징 소리가 경기도 남양주시청 앞 공터를 울렸다.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던 30여 명의 시민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세 발을 걷고 다시 엎드렸다. 이들의 몸에는 '팔당유기농지 보존, 팔당 상수원 보호', ' 생명의 강을 흐르게 하라', '김문수 도지사님, 이명박 대통령님, 농민과의 약속을 잊으셨나요' 등의 몸 자보가 붙어 있었다.

이들 맨 앞에는 1년 넘게 팔당 유기농 단지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농지 보존·친환경 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 유영훈 위원장이 서 있었다. 16일, 경기도 팔당에서 친환경 유기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농민들이 삼보일배에 나섰다. 종착점은 서울 종로구 세종로 1번지 청와대.

"수십 년을 가꿔온 유기농 단지를 수용해 자전거도로와 공원으로 만들고, 1급수로 지켜온 상수원구역에서 개발행위를 하겠다"는 4대강 사업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가장 낮은 자세로 읍소를 하고 나섰다. 하지만 청와대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경찰은 남양주시청을 나서서 삼보일배를 진행하는 농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들이 삼보일배를 하지 못하도록 제지했다. 유영훈 위원장은 "우리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며 "삼보일배는 집회가 아니라 염원을 모으는 의식"이라고 길을 터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묵살했다. 결국 유영훈 위원장 한 명만이 삼보일배를 진행하는 선에서 경찰과의 마찰은 마무리됐다. 유영훈 위원장은 대책위원회 회원들과 교대로, 삼보일배를 하면서 청와대까지 갈 계획이다. 도착 예정일은 19일이다.

▲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팔당 농민들. ⓒ프레시안(허환주)

"아스팔트에 엎드려 가장 낮은 곳의 민심을 보여주려 한다"

'팔당공동대책위원회'는 삼보일배에 앞서 이날 경기도 금곡동 남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팔당 농민들은 더 이상 이명박 대통령의 독단적인 국정운영과 반환경적인 국토파괴 행위를 좌시할 수 없어 온 몸으로 맞서고자 한다"며 "비록 작은 힘이지만 온 몸을 던져 이명박 정권의 전횡을 중단시키고 싶다"고 삼보일배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뜨거운 아스팔트에 엎드려 가장 낮은 곳의 민심을 보여주려 한다"며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 혼자만의 맹신과 판단 착오가 불러올 엄청난 재앙이 두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6.2 지방선거는 4대강 사업이 중단되어야 할 이유를 분명히 제시해 주었다"며 "국민들은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 추진 등에서 보여준 이명박 정권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국영운영에 준엄함 경고를 내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들은 "하지만 여전히 4대강 사업을 강행하겠다고 하니 우리는 매우 혼란스럽고 허탈감까지 느껴진다"며 "말 못하는 뭇 생명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농민이 자살을 하고 성직자가 소신공양을 해도 대통령은 차갑게 외면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얼마나 더 죽어야, 얼마나 더 파괴돼야 멈추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4대강 삽질을 당장 중단하고 모두가 사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들은 삼보일배를 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프레시안(허환주)

"김문수 도지사, 이명박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다"

팔당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팔당은 유기농체험과 견학, 학습을 위해 연간 12만 명의 시민이 찾는 명소가 됐다. 또한 수도권 지역 35만 가구에 유기농 농산물을 제공하는 산지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2011년에는 세계 108개 국의 유기농민과 관련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세계유기농대회' 유기농올림픽이 팔당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그간 팔당 지역 농민들이 일궈 놓은 이러한 업적들이 일시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유기농단지를 수용한 뒤 잔디공원을 만들 계획이다. 또한 유기농 농지들을 자전거 도로로 변경할 예정이다.

팔당공동대책위원회는 "각종 맹독성 농약과 화학약품으로 관리되는 잔디공원을 만들 경우 유기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팔당은 더 이상 식수원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팔당공동대책위원회는 "농민들과 함께 이탈리아 모데나까지 달려가 세계유기농 대회를 유치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4대강 사업이 발표되자 초지일관 이명박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다"며 "함께 대안을 찾자는 팔당 농민들의 외침에도 1년 넘도록 얼굴 한 번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팔당공동대책위원회는 "대통령의 눈치만 보며 농민들과의 정치적 신뢰를 헌 신짝처럼 버리는 김문수 지사에게 더 이상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이제 대통령에게 직접 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권력의 힘으로 자본의 힘으로 사업을 밀어붙일 수는 있지만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며 "4대강 삽질을 당장 중단하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 팔당 농민들은 남양주시청을 한 바퀴 돌고 청와대로 향해 삼보일배를 향했으나 경찰은 이들을 제지했다. ⓒ프레시안(허환주)

"어디까지 우리 국민의 희생을 강요할 것인가"

유영훈 팔당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또 다시 길을 나선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어디까지 우리 국민의 희생을 강요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유영훈 위원장은 "하지만 우리 농민들은 끝가지 포기하지 않고 오늘 삼보일보를 시작으로 또 다시 새로운 싸움을 할 것"이라며 "기약 없는 싸움을 온 몸으로 부딪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남 4대강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이 정부 들어 편한 집과 일터를 버리고 길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며 "얼마나 더 희생을 해야 대통령은 자신의 고집을 버릴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종남 위원장은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며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해 국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행동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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