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본심을 부각하고자 하는 말 또한 아니다. 어쩌면 그는 바뀔지 모른다. 본심은 몰라도 낯빛은 필요에 따라 바꿀지 모른다. 그래도 바뀌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세력, 이명박 대통령이 더더욱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세력이 바뀌지 않는 한 이명박 대통령의 본심은 바뀔 수 없다.
찬찬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권이 지방선거에서 완패한 주된 이유는 두 가지다. 여론조사와 천안함이다. 전자는 오판을 불렀고 후자는 오용을 낳았다. 전자는 범보수표만 결집해도 선거 승리는 무난하다는 착각을 낳았고, 후자는 범보수표 결집을 위한 행동을 촉구했다.
하지만 달랐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넘나든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수도권에서 여당 후보들이 여유있게 승리할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도 '뻥'으로 드러났다. 50%를 넘나든 건 MB가 아니라 반MB였고, 차이를 보인 건 여야 후보의 지지율이 아니라 실제와 가상이었다.
천안함 또한 달랐다. 대통령이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북한에 대한 응징에 들어가면 범보수표가 결집할 것이란 전망과 기대 또한 '뻥'으로 드러났다. 결집한 건 범보수표가 아니라 범민주표였고 분열한 건 범보수 내에서의 강과 온이었다.
이 점을 돌아보는 이유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는 세력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가 이 두 현상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5월 24일 천안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전쟁기념관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
여론조사를 헛발질로 내몬 가장 큰 사유는 공포였다. 멀리는 미네르바와 'PD수첩'에 대한 수사부터 가까이는 천안함 유언비어 단속과 선관위의 선거쟁점 논의 금지가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잘못했다가는 걸린다는 공포를 자아냈고, 이 공포가 야당표를 꼭꼭 숨게 만들었다. 천안함도 그랬다. 과도한 공세가 공포를 불렀다. 북한과 '친북좌파'에 대한 과도한 공세가 전쟁과 공안에 대한 공포를 불렀고, 이 공포가 거꾸로 안정과 평화 희구심리를 자극했다.
주목지점은 주체다. 이렇게 공포를 유발한 주체는 MB정부만이 아니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고 MB정부를 떠받치고 있는 강경보수세력이 더 열성적인 주체였다. '광장'에 대한 적개심, 그리고 '레드'에 대한 적개심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MB정부에 '강경'을 주문했다. '촛불'에 데였고 '햇볕'에 탈수증 걸렸던 과거 경험을 적개심에 아로새겼던 이들이 '강경'을 주문했고 주도했던 것이다.
이들은 변하지 않는다. 선출된 권력이 아니어서 바뀌지 않고 직접 심판 받을 일이 없어서 바뀌지 않는다. '광장'을 억누르고 '레드'를 축출해야 자신들의 세력기반과 영업기반이 넓어지기에 바뀌지 않는다. 판이 바뀌고 정세가 바뀌면 자신들의 입지가 축소되기에 바뀌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들로부터 탈출하지 못한다. 정치적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진짜' 중도실용노선을 채택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추진할 힘이 없기에 그렇다. 강경 보수세력을 버리고 온건 보수세력, 그리고 중도층에 기대어 '진짜' 중도실용노선을 펴고 싶어도 온건·중도층의 세력이 미미하기에, 온건·중도층이 언제 또 표변할지 모르기에 힘을 얻을 수 없고 믿음을 키울 수 없다. 자칫하다간 권력기반이 일거에 허물어지는 불상사를 당할 수 있기에 모험할 수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쩔 수 없다. 미우나 고우나 '믿는 구석'에 더 의지할 수밖에 없다. 강경 보수세력의 등에 올라타 달릴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바뀌지 않는다. 냉전, 수구, 퇴행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기에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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