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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천국' 외치면 강도 죽고 경제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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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천국' 외치면 강도 죽고 경제도 죽는다"

[홍성태의 '세상 읽기'] '생명파'의 승리를 위해

2010년 5월 28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09 회계연도 정부 결산>을 보면, 2009년의 국가 채무는 359조6000억 원으로 2008년에 비해 무려 16.퍼센트(50조6000억 원)나 폭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22조 원 또는 3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액수의 혈세를 불과 3년 만에 강 죽이기에 투여하겠다는 계획을 국민적인 반대에도 강행하고 있다.

수천 명의 교수들이 그 문제를 지적하고 있고, 수만 명의 성직자들이 그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명박 정부는 오로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강 죽이기를 강행하고 있다. 생태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불필요할 뿐더러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강 죽이기를 강행해서 국가 채무는 더욱 더 급속히 크게 늘어나고 말 것이다.

아름다운 강변이 졸지에 포클레인과 불도저와 트럭의 난장판으로 바뀌고 말았다. 곳곳에 엄청난 '준설토 산'들이 들어서면서 황사가 날리고 자연이 파괴되고 있다. 강의 파괴가 들의 파괴로 이어지면서 국토 전체가 황량해지고 있는 것 같다. 차를 타고 강가를 지나다 보면 보이느니 희귀한 살풍경들이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강변이 졸지에 황량한 서부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거대한 '준설토 산'들에서 황사가 불어오는 가운데 포클레인과 불도저와 트럭의 무리가 강변을 마구 도륙질하고 약탈하는 모습이다. 이 '강변의 무법자'를 몰아내고 강을 지켜야 한다. 강을 무참히 죽이는 엉터리 서부극을 한시바삐 끝내야 한다.

영웅은 따로 있지 않다. 우리 자신이 강을 지키는 영웅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4대강 살리기'의 실체에 대해 혼란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에서 하도 대대적으로 '강 살리기'라고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 살리기'라는 대대적인 선전에 따른 혼란은 사실에 비추어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폭약을 터뜨려서 강을 파괴하는 것이 '강 살리기'인가? 포클레인으로 강을 파괴하는 것이 '강 살리기'인가? 불도저로 강을 파괴하는 것이 '강 살리기'인가? 트럭으로 강을 파괴하는 것이 '강 살리기'인가? '4대강 살리기'가 벌어지고 있는 어느 현장을 찾아가 보더라도 '살리기'라는 선전의 실체가 '죽이기'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아니, 현장을 찾아가 보지 않고 사진만 보더라도 이 사실을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서 또 다시 희한한 주장을 하고 나섰다. '4대강 살리기'의 실체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해서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던 선관위가 이번에는 5월 29일(토)에 서울의 봉은사에서 열릴 '강의 노래 콘서트'에서 4대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은 전시해도 좋지만 그 파괴상을 보여주는 사진을 전시해서는 안 된다는 참으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선관위는 '4대강 살리기'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알린 시민단체 활동가들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고발했으나 '4대강 살리기'의 선전을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행한 이명박 대통령과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전혀 고발하지 않고 있다. 선관위의 편파성과 정치성이 전면적인 논란의 대상이 된 상태에서 선관위는 더욱 더 심각한 편파성과 정치성의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관위가 아무리 '4대강 살리기'의 실체에 대해 국민들이 알 수 없게 하려고 해도 국민들은 '4대강 살리기'의 실체에 대해 잘 알 수밖에 없다. 처참히 파괴되는 강과 황당하게 쌓이는 '준설토 산'을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를 눈앞에 두고 전쟁을 서슴없이 주장하는 자들이 우리를 기막히게 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의 강들은 이미 지난 겨울부터 참담한 전쟁터가 되고 말았다.

우리의 눈과 귀가 열려 있는 한, 그 누구도 이 파괴의 현실을 감출 수는 없다. 파괴의 현실을 감추려는 것은 파괴에 덧붙여서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는 것일 뿐이다.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아무리 늦었어도 빠른 것이다. 늦었다고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 것은 더욱 더 큰 지옥의 고통을 자처하는 것일 뿐이다.

▲ 이명박 정부는 자연의 강(왼쪽)을 인공 수로(오른쪽)로 만드는 것을 '강 살리기'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이것은 '강 죽이기'이다.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는 크게 세 가지 방식의 선전을 통해 '4대강 살리기'의 실체를 호도하려고 했다. 첫째, 거짓말 선전이다. 생생히 살아 있는 우리의 강들이 죽었다고 거짓말하는 선전이다. 이명박 정부는 우리의 강들을 물고기가 살지 않는 강이라거나 철새가 찾지 않는 강이라고 거짓말 선전했던 것이다.

둘째, 녹색 물감 선전이다. '4대강 살리기'를 통해 갈색으로 죽은 강이 녹색으로 살아난다는 선전이다. 그러나 녹색 물감으로 뒤바른 선전물이 유포되는 이면에서 실제 강은 회색으로 처절히 파괴되고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현장에서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셋째, 반민주적 선전이다. 거짓말 선전과 녹색 물감 선전이 사실상 모두 실패하자 이명박 정부는 박정희-전두환 군사 개발 독재의 상징인 <대한뉘우스>를 되살리는 시대착오적 방식으로 '4대강 살리기'를 선전하고자 했다.

이명박 정부의 엄청난 선전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살리기'의 실체가 '4대강 죽이기'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선관위의 이상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살리기'의 실체가 '4대강 죽이기'라는 사실은 결국 모든 국민이 알게 될 것이다. 폭약과 포클레인과 불도저와 트럭, 그리고 군인까지 동원해서 대대적으로 강을 파괴하는 것이 어떻게 '강 살리기'일 수 있는가?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기기'의 실체가 '4대강 죽이기'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4대강 죽이기'를 강행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해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죽이기'를 '살리기'라고 주장해도 '죽이기'가 '살리기'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4대강 살리기'의 문제는 단지 '4대강 죽이기'에 그치지 않는다. 강은 생명의 원천이니 강의 죽음은 무엇보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성장과 고용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 부박한 경제의 시대에 강의 죽음은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충분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니 경제의 면에서 '4대강 살리기'의 문제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불과 3년 만에 22조 원 또는 30조 원의 혈세를 토건업에 투여하니 토건업의 활성화를 통한 성장과 고용의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일시적이고 부분적일 뿐이다. 우리는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이미 심각한 문제인 토건업의 병적 비대 상태는 국토의 파괴와 경제의 파괴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토건국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토건국가 한국의 '잃어버린 30년'으로 재연될 수 있다.

우리는 생명을 위해서 강을 지켜야 한다. 우리의 생명은 자연과 경제에 의해 유지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연과 경제를 동시에 지켜야 한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우리의 생명은 근본적으로는 경제가 아니라 자연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다. 자연이 파괴된 곳에서는 경제도 유지될 수 없다.

그러므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리고 사실 경제를 지키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먼저 자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폭약으로 강바닥을 폭파하고, 포클레인으로 강변을 까뭉개고, 불도저로 강변을 짓뭉개고, 트럭으로 강변을 긁어내는 것은 결코 강을 살리는 것일 수 없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급속하게 '강 죽이기'를 강행하면 자연과 경제의 동시적 파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생명과 후손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4대강 죽이기'에 저항하는 것이다. '4대강 죽이기'를 막지 않는다면 우리의 생명과 후손의 미래가 모두 커다란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특히 20대 이하의 후세는 '4대강 죽이기'에 막대한 혈세를 투여하는 바람에 현재 누릴 수 있는 복지에서 피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그 비용을 치르기 위해 앞으로 누려야 할 복지에서도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전면적인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 등의 선진적인 복지, 교육 정책은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후진적인 '강 죽이기'에 돈을 퍼붓기 위해 안하는 것이다. 우리는 '강 죽이기'를 중단하고 후진적인 토건국가를 넘어서 선진적인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4대강을 지키기 위해 명동성당 앞에서 신부님들이, 성공회성당 앞에서 목사님들이, 조계사 앞에서 스님들이 천막을 치고 기도를 올리고 있다. 5월 29일(토) 저녁에는 서울의 봉은사에서 강을 지키기 위한 시민 음악회가 열린다. 광장의 이용을 가로막고 있으니 성소를 찾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강 죽이기'에 저항하는 것은 생명을 지키고 자연을 살리기 위한 필수적인 실천이다. 이에 대한 보수니 우파니 하는 쪽의 진보니 좌파니 하는 비난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강 죽이기'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후손의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생명파'이다. 우리 각자의 힘은 약하지만 손을 맞잡으면 반드시 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생명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 독일 뮌헨의 이자르 강은 100년 전에 인공 수로(오른쪽)로 만들어졌다가 최근에 자연의 강으로 다시 살아났다. 이것이 바로 '강 살리기'이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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