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는 삼성SDI의 노동자 휴대전화 불법위치추적 의혹을 제기했으나 검찰은 삼성SDI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대신 김 위원장을 구속시켰다. 그가 펴낸 <삼성재벌 무노조 탄압백서>가 삼성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이유였다. 이로 인해 김 위원장은 3년 5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2007년 12월 24일에야 석방됐다.
그런 김성환 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에 노조 사무실을 냈다. 2003년 삼성일반노조를 만든 이후 7년 만에 노조 사무실을 차린 것. 15년째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성환 위원장. 그가 바라보는 삼성은 어떤 모습일까. 13일 밤 <칼라TV> '정태인의 호시탐탐'에 출연한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 족벌과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있어선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 방송 보기)
"이건희의 복귀는 경영 복귀가 아니라 범죄 복귀"
▲김성환 위원장의 모습. ⓒ프레시안 |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의 비자금 조성을 두고 "이 돈은 국민을 위해서도, 삼성 계열사를 위해서도 쓰이지 않는다"면서 "이것은 삼성 이 씨 일가를 위해서만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더 이상 삼성이 이 씨 일가에 의해 망신 당하는 일이 없기 위해서라도 삼성에서 이 씨 일가가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를 계기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다시 복귀한 상태다. 김성환 위원장은 이를 두고 "살찐 돼지가 발악하는 모양새"라며 "경영 복귀가 아니라 범죄 복귀"라고 칭했다.
"부정으로 삼성을 쌓아올렸는데 이게 한순간에 날라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대대로 권력을 누리고 부를 누려야 하는데 이것이 무너질까봐 경영에 복귀한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방법대로 뇌물을 주고, 무노조를 위해 노동자를 탄압하기 위해 경영에 복귀한 셈이다."
김성환 위원장은 "결국 이 씨 일가가 자본주의 경제구조를 다 짓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삼성 재벌을 견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세력은 미비한 상황이다.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을 개혁하고 견제할 수 있는 세력으로 노조를 꼽았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그렇다 하더라도 바위는 썩은 내가 진동할 것"
철저한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고 있는 삼성에서 노조를 설립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지난 15년 동안 삼성은 김성환 위원장에게 협박, 회유, 고소 등을 쉼 없이 이어갔다. 노조를 만들려는 김 위원장이 삼성 입장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도 앉아서 당하고 있지만는 않았다. 명예웨손죄로 감옥에 있는 동안에는 삼성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을 아홉 차례나 진행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 고백을 했을 당시엔 영치금을 모아 신문에 격려 광고도 냈다. 감옥에서 출소한 이후 아직까지도 현장 노동자를 만나며 이야기를 듣고 삼성의 부도덕성을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주위에선 삼성과의 싸움을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만류한다. 그는 삼성과 싸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마 양심 때문인 거 같다. 나와 삼성의 싸움이 아니라 온갖 부정부패와 그를 반대하는 세력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계란이 당연히 깨진다. 하지만 그 바위는 계란의 썩은 내를 풍길 수밖에 없다. 더러운 바위가 되는 것이다. 삼성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삼성의 문제를 알려내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은 도청을 하고 감시를 하는 등 탄압을 쉼없이 하고 있다"며 "하지만 결국 삼성일반노조라는 사무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감옥에 있을 때 현장 노동자들이 면회를 왔었고 사무실 개소식 때는 많은 노동자들이 왔다"며 "이런 과정들이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는 아닐지 몰라도 언젠가는 커다란 흐름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김성환 위원장은 "당장 조직화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분노가 있다면 조직 건설은 들불처럼 한순간에 번져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되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지금 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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