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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 특명 '메가뱅크', 오바마가 최대 훼방꾼?

747경제팀, UAE 원전 자금 조달 등 위해 추진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추진했던 정책 중 하나가 '메가뱅크(초대형 은행)'이었다.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어 통제가능했던 산업은행, 우리금용, 기업은행을 합쳐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메가뱅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구상은 그해 9월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쑥 들어갔다.

최근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 이어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현 정부 초기 메가뱅크를 추진했던 인사들이 화려하게 귀환하면서 이 구상이 재추진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후 국내 금융사들을 통한 자금 조달이 벽에 부딪히자 은행 합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강만수 경제팀'이 은행 합병을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런 메가뱅크 구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미 오바마 정부다. 최근 '월가의 대표은행'이라 불리는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고발하는 등 대형은행들과 전쟁을 선포한 오바마 정부는 은행의 시장점유율을 10%로 제한하는 금융개혁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메가뱅크'가 실제로 탄생할 경우, 시장지배력을 확대한 메가뱅크가 국내 시장 위주로 안주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금융산업의 시스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했던 성과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다. 미국의 대형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이라는 점에서 이미 한번 입증된 사실이기도 하다.

747경제팀의 부활과 이 대통령 특명

▲ 지난 12일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이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을 대상으로 한국 원전 기술의 우수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연합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와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표적인 메가뱅크론자다. 강 특보는 현 정부 첫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있을 당시에도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메가뱅크를 주장했었다. 강 특보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우리금융, 기업은행을 합치는 '챔피언뱅크'는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이명박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보고된 방안이었다. 하지만 미국발 세계금융위기가 닥치고 '강만수 경제팀'이 정책 실패로 차례로 물러나면서 메가뱅크 구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었다.

최근 최중경 수석까지 정책라인의 주요 자리로 복귀하면서 메가뱅크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정부 소유인 우리금융과 국책은행이었던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메가뱅크를 현실화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6월 지방선거 이후 구체화되면서 하반기 은행권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게 이명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다. 금융계에는 이 대통령이 자신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홍보했던 아랍에미레이트 원전 수주와 관련된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자 그 해법으로 국내은행간 인수합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달 말까지 자금을 조달할 대주단을 국내외 금융회사들로 꾸릴 계획이었지만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400억 달러에 이르는 이 프로젝트에서 실제 한전 컨소시엄이 수주한 금액은 186억 달러로 정부는 절반인 93억 달러를 대주단을 통해 차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이 프로젝트가 60년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 한전이나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아랍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나 외국금융사보다 낮아 이들보다 고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참여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단기간에 높일 수 있는 방안인 은행간 합병을 지시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들도 하반기 금융권 질서 재편을 기정사실로 인정하면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지난 2일 "한국 금융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메가뱅크가 현실화할 경우 KB국민은행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팔성 우리금융회장도 2일 창립9주년 기념사를 통해 "민영화와 금융산업 재편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더라도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지난 1일 "앞으로 글로벌 금융지형을 바꾸는 세계 금융의 큰 산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1일 "7월 이후 은행권 M&A 윤곽이 구체화될 것"이라며 준비를 요구했다.

한국 금융은 '초딩' 수준 VS G20의장국으로 책임

문제는 정부의 메가뱅크 구상이 국제 흐름과는 정반대라는 사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금융회사의 대마불사(too-big-to-fail) 폐해로부터 납세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투자 제한과 대형화 억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인 폴 볼커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볼커룰'이라 불린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 3월 금융개혁안을 의회에 제출해 상하원의 논의 과정을 거쳐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볼커룰'은 금년 11월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기도 하다.

'볼커룰' 중 이명박 정부의 메가뱅크 구상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은 바로 은행 규모에 대한 규제다. 부채기준 시장점유율이 10%를 넘는 금융회사에 대해 인수합병이나 추가 지분인수를 못하도록 막고 있다. 2009년 현재 부채기준 시장점유율이 10%를 넘는 국내 은행은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3개사다. '볼커룰'이 국내에도 적용된다면 이들이 덩치를 더 키우는 것은 제약을 받게 된다. 금융경제연구소 서병호 연구위원은 '볼커룰의 주요 내용과 국내 파급효과'라는 보고서에서 "우리금융 민영화와 외환은행 매각을 앞둔 상황에서 중요한 제약요인을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는 볼커룰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월 한 세미나에서 "볼커 룰을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며 "한국 금융은 글로벌 차원의 흐름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도 같은 자리에서 "금융규제를 강화하면 중학생 수준으로 올라가려는 국내 금융산업이 초등학생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며 규제보다는 성장 쪽에 방점을 찍었었다.

하지만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볼커룰'이 도입될 경우 한국이 이를 외면하기 힘들다. 의장국으로서 이 같은 규제안을 조율하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서병수 연구위원은 "볼커룰이 미국에서만 도입될 경우 미국 금융회사들의 국제경쟁력이 현저히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볼커룰의 국제적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G20 정상회의에서 여타 회원국들이 미국의 의견을 배제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메가뱅크가 국제경쟁력 강화? 오히려 약화

한편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메가뱅크의 기대 효과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1일 '초대형 은행 출범 논의의 평가와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초대형은행(메가뱅크) 출범에 따른 국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 여부도 불투명하다"면서 "이는 시장지배력을 확대한 초대형 은행이 국내 시장 위주로 안주할 가능성이 있고,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글로벌화를 추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특히 리스크 관리 능력을 확충하지 않은 상태에서 초대형 은행의 해외 진출은 외화관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입법조사처는 메가뱅크는 대사불사 정책의 유인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 리스크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초대형 은행의 파산이 일으키는 직접적 또는 간접적 비용은 막대하다"며 "이는 예금보호대상이 되지 못하는 예금자 및 채권자의 손실을 야기할 뿐 아니라 지급결제시스템의 혼란과 신용경색 등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또 "대사 불사정책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기대가 형성되는 경우 불공정 경쟁이 심화되고 시장규율이 약화될 수 있다"며 "예금자들이 대사불사 정책의 대상이 되는 대형은행을 선호함에 따라 중소형 은행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으며, 은행의 건전성과 경영상태에 대한 예금자나 투자자의 모니터링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초대형 은행들도 대사불사 정책을 근거로 위험 선호 경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 경영진에게는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통해 이익과 그에 따른 보상을 늘리려는 유인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주요국 대형 은행의 파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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