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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승용차 타고 보건소 가면 '도덕적 해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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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승용차 타고 보건소 가면 '도덕적 해이'인가?"

도시형보건소가 선심성 공약이라고?

1. 보건소를 비롯한 공공의료기관은 오히려 더 늘어나야 한다.

최근 일부 언론에 도시형 보건소를 폐지하거나 그 기능을 대폭 축소하자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폐지·축소 주장은 대한의사협회나 공중보건의, 의대교수 등 의료정책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2005년부터 시행된 도시형 보건소는 현재 27개소가 설치되었고, 최근 지방선거를 맞아 이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들의 대거 등장으로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의사들이 반대하는 논리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참여정부가 추진한 도시형 보건소는 자원의 심각한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대표적인 "포퓰리즘적 접근"이라는 것이다(Doctor's News, 2010.1.21). 둘째, 농촌이나 도서와 달리 의료 인프라를 갖춘 도시에서 보건소는 고급 자가용 이용자 방문객을 양산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있다(관련기사 보기). 셋째, 보건소의 기능과 규모의 확대가 이를 담당할 공중보건의의 업무 과다로 인해 결국 지역주민의 건강관리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넷째, 가장 솔직한 속내라고 여겨지지만 내 놓고 말하기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도시형 보건소의 확대가 민간 병원의 재정 악화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이다.

2. 의사들의 우려와 주민들의 엇갈린 반응

이러한 주장들은 얼마나 사실과 부합할까? 먼저, 필자는 이 글을 의료정책과 관련된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 시민이자 납세자로서 쓰고 있음을 밝힌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일반 시민은 전문성이라는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더구나 의료나 원자력, 경제 및 무역정책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하지만 다소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는 발언권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도시형 보건소 논쟁은 민영화와 공공성이라는 철학적 가치는 물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시설이라는 점에서, 보다 중요하게는 사회적 현안에 대해 보통 상식을 갖춘 시민으로서의 관여가 민주 시민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감히 발언하고자 한다.

먼저, 보건소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평가를 보자. 2008년 의료기관 만족도조사 결과 보건소가 1위를 차지하였다는 사실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과거 보건소는 영세민이나 장애인, 노인들만이 이용하는 후진적이고 낙후된 시설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보건소는 2000년 이래 건물과 장비의 대폭 향상으로 이미 주민들이 믿고 선호하는 의료기관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시민들은 의사들의 주장과 달리 도시든 농촌이든 보건시설이 폐지·축소보다는 확대·발전되기를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그림 1> 보건의료기관 유형별 서비스 만족도(단위: %)

3. 잘못된 가정: 도시 빈곤계층은 없나? 아니 중산층은 보건소에 가면 안 되나?

반대론자들은 노인이나 고급 승용차를 타고 보건소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근거로 재정 고갈을 우려한다. 먼저, 한국의 의료취약인구 구성을 보면, 도시형 보건소가 왜 필요한지를 금방 알 수 있다.

▲ 도시 유형별 의료취약인구 비율
* 자료: 보건복지부. 『도시지역 보건지소의 설치 및 운영을 위한 기초연구』(2003)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광역도시이든 기초도시이든 10%-15%의 의료취약인구가 존재한다. 이들에게 인근의 도시형 보건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그리고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공공의료시설이다. 제대로 된 의료 인프라가 없는 섬마을에 보건소가 필요한 것처럼, 한 푼이라도 아쉬운 도시의 취약계층에게 보건소는 맘 놓고 진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없는 사람들이 의사 선생님 눈치나 지갑 걱정 덜 해도 되는 신뢰할만한 의료 기관인 것이다.

고급이 어느 정도가 고급인지 모르겠으나 승용차 타고 보건소 가는 풍경이 왜 도덕적 해이일까? 세금을 꼬박꼬박 납부하는 납세자로서 보건소에 가서 금연상담도 하고, 무료 패취도 얻고, 식생활 개선 방법도 알아보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임산부나 주부의 영유아 예방접종이나 영양·보육에 관한 상담은 꼭 대학이나 일반 병원에 가서 해야 하나?

4. 도시형 보건소에 대한 오해와 우려의 또 다른 근거

반대론자들이 가장 우려하고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보건소의 기능 확대가 공공보건이나 예방업무보다 진료행위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보건소가 양질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일단, 그 문제는 차지하고 현재 도시형 보건소의 주요 업무와 기능이 일반인들의 진료보다는 노인과 임산부, 장애인 등 관내 주민들의 일상적 건강관리와 상담 즉 사후치료가 아닌 사전예방에 주력함으로써 의료재정의 고갈보다는 오히려 급증을 예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아래 모범적 사례로 언론에 자주 소개된 강동보건분소의 현황은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 강동보건분소 이용 현황

이는 비단 강동구만이 아니다. 대전광역시 중구의 보건지소에서 운용하고 있는 장애인 재활치료 서비스는 지난 해 한해에만 무려 8787명의 1-3급 장애인과 65세 이상의 장애인이 활용하였다. 여기서는 전담 물리치료사가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을 방문하여 재활운동을 시키며 가족 상담소를 운영하기도 한다(충청신문. 2010.3.21). 광주서구 상무보건소의 방문치료팀 역시 재활방문과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관리 사업으로 주민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한겨레. 2006.5.17).

5. 지방정부가 주민건강에 관심을 갖는 것은 선심이 아니라 정당한 책무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갑자기 도시보건소 사업의 폐지와 축소 주장이 공세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우연일까? 혹 거기에는 세종시든 종합부동산세 등 참여정부의 모든 정책을 지워버리고 싶은 단절과 부정의 의지가 개입된 것은 아닐까? 보다 본질적으로는 "국가의 공중보건사업을 재검토해 필수적, 최소한의 영역은 국가가 부담하되 이외의 부분은 민영화하거나 민간위탁, 대행 등을 추진해야 한다"(정상혁 이화의대 교수)는 철학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반가운 구호는 친환경 무상급식이다. 이는 그동안의 지방선거가 무능정부 심판론이나 추상적인 일꾼론 등 정당의 거대구호에 좌우되었다는 점에서 생활정치, 정책선거로의 발전을 보여주는 좋은 징후이다. 민주대연합이니 진보대연합이니 큰 담론이 범람하는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우리사회의 진보를 바라는 이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공공성과 연대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확장하는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도시형 보건소의 확대는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 지방정부에게 당당히 요구해야 할 주권자의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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