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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 표절 논란은 정말 해소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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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 표절 논란은 정말 해소된 걸까?

[기고] 한 나쁜 음반사가 찾은 돌파구…"입 다물라!"

와이지 엔터테인먼트(YG Entertainment)의 양현석 대표가 홈페이지를 통해 지-드래곤(G-Dragon)의 <Heartbreaker> 리믹스 버전에 미국 래퍼 플로라이다(FloRida)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모두가 알듯 플로라이다는 <Heartbreaker>와 표절 논란이 일었던 <Right Round>를 부른 가수다.

잠시 돌아가 보자. 지-드래곤이 앨범 발매와 동시에 음원 차트를 정복했을 때 언론은 '표절 논란을 잠재웠다'고 했다. 대중이 표절곡에 열광할 리 없다 → 대중은 지-드래곤의 앨범에 열광했다 → 이는 곧 지-드래곤의 음악이 표절이 아님을 증명한다, 는 논법이었다.

일치한다. 정확히 일치한다. 위 공식은 이번 사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떠한 가수도 자신의 곡을 표절한 곡에 참여할 리 없다 → 플로라이다는 지-드래곤의 곡에 참여했다 → 고로 지-드래곤의 곡은 표절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실제로 언론은 저마다 '지-드래곤 표절 논란 종지부' 같은 헤드라인을 달아 기사를 썼고, 그의 팬덤은 '거 봐라. 표절이 아니지 않느냐. 표절이라고 주장했던 XX들아 보고 있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플로라이다가 지-드래곤의 억울함을 직접 풀어주었다'는 해괴한(?) 해석도 있다.

나는 이러한 작금의 상황에 절망 비슷한 것을 느낀다. 위에 언급한 삼단 논법들에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반갑다 논리야 - 논리야 놀자 - 고맙다 논리야' 3권 1세트를 다시 일독하길 권한다.

당연히(!), 위의 두 삼단 논법은 갖가지 구멍을 안고 있다. 전자는 대중과 팬덤을 혼동했고, 대중(팬덤)을 오류 가능성 없는 완벽한 존재로 파악했으며, 무엇보다 가치 판단의 문제를 다수결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잘못을 저질렀다(물론 요즘의 표절 문제가 여론 추이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은 있지만 이것이 기본적으로 올바른 것은 아니다).

후자는 얼핏 보면 전자보다는 상대적으로 그럴듯해 보인다. 어떤 가수가 자신의 곡을 표절한 곡에 직접 참여하는 일은 별로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면 표절 혐의는 말 그대로 혐의일 뿐인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플로라이다의 참여는 지-드래곤을 표절 혐의의 수렁에서 구할 '근거의 일부분'을 제공한다.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먼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다. 가장 근본적인 것이다. 바로 플로라이다가 지-드래곤 노래에 참여한 경위와 의도가 확실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실로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순전히 돈의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표절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모양새 좋게 끝내는 쪽을 원했을 수도 있고, 표절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피처링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또한 하기 싫었지만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회사의 강요로 억지로 참여했을 수도 있다. 이도 저도 아니면 자신의 곡과 관련해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다.

맞다. 이것들은 나의 추측일 뿐이다. 분명 추측이다. 그러나 지-드래곤을 옹호하는 쪽이 내세우는 논리 역시 이 수많은 경우의 수 중 하나일 뿐이다. 진실은 와이지 엔터테인먼트만이 알고 있다, 가 아니라 와이지 엔터테인먼트도 모른다.

현장에서 직접 뛰는 이들이 더 잘 알겠지만 뮤직 비즈니스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다. 산업(혹은 상업) 논리가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는 곳이다. 실제로 이미 고인이 된 전설적인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는 생전에 한 백인 래퍼의 곡에 참여한 사실과 관련해 '실력은 형편없었으나 비트가 좋고 돈을 많이 주었기 때문에 참여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사안을 '표절'로 좁히면 이 산업(상업) 논리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자신의 곡을 표절했다는 사실을 의심하면서도 수입의 절반을 나누거나 공동저작권자에 이름을 올리는 조건 등으로 이미 건 소송을 취하하거나 애초에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았던 예를 우리는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다.

오해는 하지 말자. 플로라이다의 참여를 무조건 꼬아보거나 부정적으로 몰아가고자함이 아니다. 이렇듯 복잡다양한 상황과 조건에 기인한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플로라이다가 지-드래곤의 노래에 참여한 의도와 경위를 확실히 파악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추측에 의한 그 어떤 긍정적/부정적 해석도 '실재'가 아닌 '바람'일 뿐이다.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지-드래곤의 안티라면 '돈으로 플로라이다를 매수했다'고 할 것이며, 지-드래곤의 팬이라면 '이로써 표절이 아님이 증명되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 '제 눈의 안경'에 불과하다.

만약 플로라이다가 정말로 지-드래곤의 노래를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참여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플로라이다의 생각은 지-드래곤의 음악에 대한 평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지금껏 늘어놓은 말들이 왜인지 공허해지는 순간이다). 물론 표절은 법적으로 친고죄에 해당한다. 원작자가 문제를 제기해야 죄(?)가 성립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법적/제도적/규정적 차원의 일이다.

나는 처음부터 지-드래곤의 음악을 표절이라고 보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한마디로 법적/제도적/규정적 차원의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준에 안 걸리게 요리조리 빠져나가면 그만이고, 실제로 많은 표절 혐의 곡들이 심증은 확실하나 법적으로는 표절을 입증하지 못하도록 처음부터 정교하고 영리하게 제작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규정과 제도에 입각한 표절 판명'이라는 무의미한 이분법을 탈피해 '창작자의 양심과 음악가의 윤리'에 의거해 '좋은 음악'과 '못된 음악'을 구분해야 한다(☞ 바로 가기 : 지-드래곤 노래, 표절인가? '못된 음악'인가? <한겨레> 2009.8.19.).

이런 맥락에서 지-드래곤의 솔로 앨범에 수록된 몇몇 곡은 원작자의 평가와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 못된 음악이요 나쁜 창작으로 보인다. 양현석 대표와 지-드래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플로라이다를 참여시켰는지 나는 모른다. 또 계속되어온 일부 대중의 지나친 비난과 억측에 불쾌하거나 서운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새겨들어야할 상식적인 비판까지도 모르쇠로 일관했고, 지금도 역시 그러고 있다. 이것이 이번 사안의 가장 큰 문제다.

플로라이다의 참여를 성사시키기 위해 공 들일 시간에 그들은 설명했어야 했다. <Heartbreaker>와 <Butterfly>를 비롯한 지-드래곤의 곡들, 그리고 그 곡들과 표절 혐의로 엮인 원곡들의 관계에 대해 음악적으로 해명했어야 했다. 만약 거론되는 원곡들을 정말로 들어본 적이 없다면 그렇게 솔직히 말했어야 했고, 혹시 참조했다면 그 정도가 지나치지 않느냐는 세간의 평가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당당히 밝혔어야 했다. 참조/흉내/모방/표절 혹은 레퍼런스/샘플링/오마쥬 등의 개념에 대한 자신들의 기준을 밝히고 대화를 통해 대중과 접점을 찾아나가려는 시도를 했어야 했다. 설령 그게 잘 되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려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플로라이다가 직접 참여했으니 이제 입 닫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했다. 이 나라의 국군 통수권자가 즐겨 하는 '동문서답'의 일종이다. 또 양현석 대표는 '더 이상 불필요한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음원 공개 및 온라인 서비스를 따로 진행하지 않았으며, 해당 음원 서비스로 발생되는 모든 수입은 불우 이웃 돕기에 전액 기부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기부는 좋은 일이다. 그러나 무엇이 해결되었는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들과 그들의 팬덤만이 모든 게 해결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위한다. 음악이 실망시켰고, 태도가 질리게 했다. 와이지 엔터테인먼트와 지-드래곤에게는 어떠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까.

▲논란이 됐던 지-드래곤의 데뷔앨범은 작년 9월 열린 '2009MAMA(Mnet Asian Music Awards)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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