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홍준표 의원은 "서민들과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무상급식을 하는 것이 복지지, 가진 사람들과 부자들에게 무상급식하는 것은 복지가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쓰지 않아야 될 곳에도 쓰는 좌파 포퓰리즘"이라며 "얼치기 좌파들이 내세우는 국민을 현혹하는 정책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 달라"고 당에 주문했다.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인 정두언 의원도 "무상급식에 대해 여론조사를 하면 한나라당 입장 지지가 더 많아 자신 있게 가도 된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서민 무상급식'을, 저 쪽은 '부자 무상급식'을 하자는 것인데, 영유아 보육지원, 방과 후 지원을 하지 왜 '부자 무상급식'을 하느냐고 주장하면 된다"고 프레임 대결 구도를 제안했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무상급식 비용으로 취약계층의 유치원비 지원이나 저소득층 밀집학교 지원 등 저소득층 지원 확대 방안에 대해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 한나라당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이 1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무상급식 등 지방선거전략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무상급식에 대해 여론조사를 하면 한나라당 입장 지지가 더 많아 자신 있게 가도 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
이에 대해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참 어안이 벙벙한 얘기"라며 "현재 결식아동에 대한 무상급식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이 결식아동들은 대개 극빈층이고, 초중고생의 대부분은 서민과 중산층의 자녀들"이라며 "한 반에 2~4명의 아이들에게 급식을 제공한다고 해서 서민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우 대변인은 "민주당은 비록 일부 부자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다수 서민과 중산층 자녀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서민 무상급식', '부자 무상급식'이라는 소위 홍보용 문구로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방어막을 쳤다.
"부자 무상급식" vs "눈칫밥 급식"
'전면 무상급식'이냐, '저소득층 무상급식'이냐는 복지 철학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과 같이 '보편적 복지'에 기반한 제도를 갖추고 있긴 하지만 복지제도의 근간은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이 빈곤층 대상 '선별적 복지'다. 이를 '시혜적 복지'라고도 부르는데, 전면 무상급식은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볼 수도 있다.
'선별적 복지'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준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의 주장은 "모든 아이들에게 공짜 점심을 줄 것이 아니라, 가난한 아이들에게만 공짜 점심을 주고 밥값 부담 능력이 있는 아이들의 점심값으로는 가난한 아이들 학용품이라도 더 사주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반면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선별적 복지가 필연적으로 '심사'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인데, 심리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무상급식을 받기 위해 부채 증명서, 심지어 이혼증명서까지, '가난'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다른 아이들에게 '가난해서 무상급식 받는 아이'로 놀림을 받는 낙인효과가 아동보호나 인간성 교육 측면에서 해롭다는 것이다.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 중인 전북 장수 중학교 김인봉 교장은 "과거 무상급식이 실시되지 않던 시절에는 평소 마음 좋은 급식 아주머니들이 어찌나 급식비 안 낸 아이들을 귀신처럼 잡아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규모가 작은 일선 학교에서는 교장 재량으로 학교 운영비를 통해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학교도 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부자 무상급식' 주장에 대해 "서민의 아들 딸 들에게 눈칫밥을 주자는 '눈칫밥 급식'"이라며 "서민 아이들에게 시혜를 주겠다는 전근대적 선민의식"이라고 비난했다.
▲ 10일 오전 경기도 평택 갈곶초등학교를 찾은 김상곤 경기교육감과 민주당 국회 교과위원장 이종걸 의원, 김진표 의원, 안민석 의원, 민노당 권영길 의원 등이 3학년 학생들에게 무상급식 배식을 한 다음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달부터 농어촌 초등생 15만명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재원 부족" vs "의지의 문제"
필연적으로 따르는 논쟁거리 중에는 '재원 문제'도 있다. 초등학교만 전면 무상급식할 경우 1년에 1조 원이, 중학교까지 확대하면 2조 원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여당에서는 국가재정 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이러한 주장도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4대강 예산만 줄여도 전국 초등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전북과 경남이 무상급식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을 들어 '자치단체의 의지'라고 공격하고 있다.
또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초등학교 5~6학년 전면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한 경기도의회도 차상위계층 지원을 확대하는 예산 수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역시 '돈'이 아니라 철학과 의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재원 문제에 따른 '단계적 도입'도 복지 철학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한나라당 측에서는 빈곤층에서 차상위계층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하면 된다는 입장인데 반해, 민주당 이종걸 의원 같은 경우에는 2011년까지 초등학교 1~3학년, 2012년까지 초등학교 4~6학년, 2013년까지 중학교 3학년까지 시행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소비도 한 자락?
이와 같은 논의와 별도로 이목을 끄는 관점은 '지역 친환경 농산물 소비 증대'라는 경제적 관점이다.
1990년대 말 학교 급식 실시 이후 위탁급식에 의한 식중독 사고 등 급식 '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학교급식 직영과 지역 친환경 농산물 소비책으로 지자체 조례가 제정되기 시작했다. 2002년 전남 나주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됐는데, 전남의 경우 2004년 급식용 친환경 지역 농산물 구입에 79억 원을 지원했고, 2009년에는 595억 원을 지원했으며, 전국적으로 1416억 원이 이 사업에 들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안정적 판로 확보'가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사실 무상급식을 통한 지역 농축수산업 활성화는 '전면 무상급식'이냐 '선별 무상급식'이냐의 논란에서는 비켜나는 얘기다. 하지만 무상급식 확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야권이 힘차게 밀고 있는 아젠다이다.
심상정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는 "무상급식에 필요한 식자재를 지역내 농산물로 사용하고 식품산업 클러스터와 유통망을 형성하면 1차(농업), 2차(가공업), 3차(유통) 산업이 모두 활성화해 2095억원의 추가 생산유발 효과와 935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를 내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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