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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경계도시를 기억하기 : <경계도시 2>를 감상하는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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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경계도시를 기억하기 : <경계도시 2>를 감상하는 두 가지 시선

[특별기고] <경계도시 2> 지지 릴레이 리뷰 (3)

※ 2003년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가 무려 37년만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벌어진 마녀사냥 광풍을 카메라에 담은 영화 <경계도시 2>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촬영된지 무려 6년만에야 완성된 이 영화는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배급지원펀드상을 수상했고, DMZ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는 관객상을,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최우수작품상과 독불장군상을 수상했으며, 3월 18일 극장에서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통찰하고 고발하면서도 '우리 모두'의 한계를 찬찬히 성찰하고 반성하는 이 영화에 사회 각계 인사들이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프레시안은 이들이 특별기고한 릴레이 리뷰를 연재로 싣는다. 서강대학교 서복경 교수와 명랑씨어터 '수박'의 추민주 대표에 이어, 세 번째 글은 대구대학교 교수이자 막달레나공동체와 희망제작소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희영 교수가 보내왔다.- 편집자 주

영화를 영화로 보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영화관을 빠져나오며 남녀 주인공에 대해 적당한 평을 하고, 안주거리로 스토리, 배경음악, 촬영 등에 대해서 씹는 것이 불편한 영화. 2003년 촬영한 후 6년의 공을 들여 개봉한 <경계도시 2>가 그렇다(3월 18일 극장개봉 예정). 영화는 2003년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가 37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후 2004년 독일로 돌아가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다. 그로부터 수 년의 시차를 두고 만들어진 <경계도시 2>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볼 수 있다.

100여 분 동안 이어지는 화면은 7년 전 송두율 교수가 방문했던 '경계도시' 서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가를 기억하게 한다. 국정원과 사법부, 극우 보수단체 외에 송 교수를 밀착 취재했던 주요 언론사 기자들과 진보적 지식인들이 중요한 행위자로 등장하면서 역동적인 상황이 재현된다. 영화는 송두율 교수가 구속되기까지 가속화되는 '레드콤플렉스의 광풍'을 근거리에서 기록함으로써 당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것이 <경계도시 2>가 다큐멘터리로서 수행하는 하나의 역할이다. 여전히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21세기의 한국사회가 이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면 뒤풀이의 주제가 한국의 정치현실, 학자 혹은 정치인으로서의 송 교수에 대한 논쟁으로 모아지기도 한다.

▲ <경계도시 2>. 송두율 교수를 향해 취재진이 몰려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계도시 2>가 '작품'으로서 보여주는 빼어난 역할은 경계도시에서 사라지는 '개인'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는 점이다. 홍형숙 감독이 이념적 광풍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며 6년의 세월을 거쳐 재구성한 영화는 두 집단의 모습을 추적하고 있다. 평소 말과 글로 한국사회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기자들의 뒷모습은 적나라하다. 대박 기사를 위해 자동차에 몸을 던지는 것과 같은 오버는 몸 개그에 가깝다. 인터뷰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는 안쓰럽다. 이들이 국민 정서를 운운하며 송 교수에게 전향을 요구하는 말과 행동은 서서히 분노를 일으킨다. 이에 버금가는 소위 '진보적' 지식인들의 행위는 우리를 참담하게 한다. 당시 거듭되는 송 교수의 대국민사과와 사실상의 전향발언이 송 교수를 겹겹으로 둘러쌌던 이들의 합작품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동시에 이것이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라는 사실이 몹시 불편하다.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송 교수와 부인의 거듭되는 고민은 복잡하고, 저항의 목소리는 작다. 두 사람을 회유하고 협박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질수록 이 작은 목소리를 담아낸 홍 감독의 시선이 빛난다. 사실상의 전향선언을 하기 전날 밤, 송 교수의 숙소에서 벌어지는 '친구들'의 설전은 이 영화의 절정이다. '전체'를 위해 '개인'이 항복하면서 경계도시도 사라진다. 반공(反共)도시만이 남았다.

한 가지 아쉬움은 <경계도시2>가 너무 '친절'하다는 점이다. 송 교수의 구속으로 치닫는 과정과 균형을 이루듯 편집된 이후의 국보법 철폐투쟁, 재판, 동원된 방청객의 인터뷰 등은 어색하다. 영화로서의 <경계도시 2>가 갖는 긴장감을 방해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개인들에 대한 감독의 '친절한' 배려와 염려는 <경계도시 2>가 그동안 짊어졌던 무언의 압력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1980년 광주학살로부터 무려 20여 년이 지난 후 제작된 <화려한 휴가>가 '역사적 소명'의 마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경계도시 2>는 한참 선방하였다. 묵묵히 6년을 보낸 감독의 힘이다.

다른 무엇보다 영화가 관객들을 만나게 된 것을 축하한다. 덧붙여 영화를 계기로 경계도시에서 사라진 '개인'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개인'의 목소리가 소통의 광장을 만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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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들 - 추민주 명랑씨어터 '수박' 대표

<1> 채플린과 007, 그리고 <경계도시2> - 서복경 서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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