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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중원>의 진실을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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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중원>의 진실을 알고 싶다면…

[화제의 책] <사람을 구하는 집, 제중원>

현재 한 SBS에서 방영하는 <제중원>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다. 제중원을 운영하던 알렌의 서양 의술과, 이를 공부하는 조선 의생(醫生) 사이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가고 있다. 한말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진 한국 사회의 근대화, 문명화 등의 변화를 여러 측면에서 다시 볼 수 있게 한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박형우, 박윤재 두 교수가 쓴 <사람을 구하는 집, 제중원>(사이언스북스 펴냄)은 드라마 이상으로 우리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철저한 고증을 통한 역사적 사실만을 기술했지만, 자칫 역사 관련 서술이 주는 진부함이 없다. 드라마의 전개를 위해 꾸며낸 이야기들이 자칫 역사적 사실과 너무 달라지면서 전체적으로 내용의 전개를 해치는 면이 없기 때문이다. 서양 의료 수용과 관련되어 일어났던 사회 구석구석의 이야기가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 <사람을 구하는 집, 제중원>(박형우·박윤재 펴냄, 사이언스북스 펴냄) ⓒ프레시안
개항 후 한국 사회의 근대화는 부득이 서양 문명을 수용하면서 전개되었다. 서양과의 만남으로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화의 위기를 맞게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양의 발달된 문명을 수용하여 근대화를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제국주의 침략과 서양 문명의 수용이라는 모순된 현실을 해결하여야 하였다. 나라의 자주권을 지킨다고 마냥 서양을 거부하고 담을 쌓고 살 수는 없었다. 서양 문명을 수용하여 부국강병을 이룩하여야 자주권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서양 문명 수용의 방안을 둘러싸고 당시 조선의 지식인 사이에는 심각한 이념적 대립이 전개되었다. 유교 문명을 고수하면서 서양을 배척한 척사론(斥邪論)부터 서양 문명의 적극적인 수용을 통해 근대화를 지향했던 개화론(開化論)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편차를 보였다.

이때 조선 정부는 서양과 통교하더라도 체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용후생을 위해 서양의 기술(군사, 의학 등)은 수용하여 부강을 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점은 1880년대 들어 천명되었다. 1884년, 고종은 기독교 선교를 허용할 수 없지만, 서양인의 "교육과 의료" 사업은 허용하였다. 한국에 서양 의학이 전해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때 마침 일어난 갑신정변은 서양 의학의 우월성을 보이는 계기가 되었다. 개화파 세력에 의해 부상당한 민영익은 알렌의 치료 덕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한의학과 치료 방법이 다른 서양 의학의 '승리'였다. 그리하여 서양 병원을 세워달라는 알렌의 요청을 받아들여, 조선 정부는 광혜원(廣惠院, 며칠 후 제중원으로 이름이 바뀐다)을 세우고, 그 운영을 알렌에게 맡겼다.

제중원이 세워진 곳은 갑신정변의 주역이었던 홍영식의 집이었다. 정말 역사의 '아이러니'였다. 서양 문명 수용을 꾀하던 홍영식은 처형되었지만, 그 집에 세워진 제중원은 한국 근대 의학의 출발점이었고, 또한 서양의 근대 문명을 받아들이는 통로이자 기지가 되었다.

<사람을 구하는 집, 제중원>은 제중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근대 의료 체계의 정착 과정에서 일어난 다양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정리하고 있다. 이 책은 근대 의학의 형성 과정 이야기를 크게 다섯 측면에서 정리했다. 근대적 의료 기관의 설립과 변천 과정(1부 새로운 의학의 세기), 근대적 의학 교육(2부 의술을 배운다는 것), 제중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진료 모습(3부 사람을 구하는 일, 진료), 전염병에 대한 여러 대책과 활동(4부, 돌림병에 맞서다), 제중원에서 배출한 의사(5부 제중원의 아이들, 의사) 등으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그 안에 다시 잔잔하고, 세밀한 부분을 모두 서른다섯 장면으로 나누어 서술하였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당시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이야기는 제중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그 속에는 근대 의료 체계를 문명의 이름하에 전파하는 서양인과 서양 의사가 있었고, 또한 근대적 생활의 유용함에 점차 익숙해져 가는 조선인, 조선 민족이 있었다.

또 다른 면에는 근대적 의술을 무기로 조선인을 '야만'으로 몰아가면서 제국주의적 강제 지배를 획책하는 일본제국주의와 일본인 의사가 등장하고 있다. 이런 점은 가령, 콜레라, 천연두 등과 같은 전염병 유행과 그 대책에 처하는 각 집단의 다양한 시선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런 인간, 민족, 국가 등의 얘기가 쉬운 이야기 속에 녹아 있다. 근대적 의료 체계는 바로 한국 근대사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 또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당시 근대 의료 체계의 형성 과정에서 나타난 병원, 약품, 의료 제도 등이 오늘날 한국의 현대 의학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고, 나아가 오늘날 우리의 삶과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 관민 합작으로 만들어진 제중원이 선교부에서 직접 운영하게 되었고, 오늘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어지는 과정, 그리고 정부에 의해서 만들어진 의료기관이 일제의 침탈 과정에서 역시 근대적 의료기관으로 만들어져 지금의 국립의료기관의 모태가 되었던 점도 그러하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먹고 있는 활명수가 등장하고, 지금도 우리 귀에 익은 일본산 양약(건위고장환, 오타이산, 정로환 등)도 이때 등장하였다. 현대 의학의 시원 가운데 오늘날의 우리와 익숙한 것이 많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의학 관련 "역사 산책"인 셈이다. 의학이라는 소재를 통하여 한국의 근대화와 그 이면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딱딱한 의학 이야기와 또한 무미건조한 역사 이야기를 어느 한 쪽에 기울어지지 않고 균형을 갖추어 재미있게 서술할 수 있었던 것은 전혀 전공이 다른 두 사람이 합작을 했기에 가능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역사를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도록 책을 만든 두 분의 노고가 새삼 느껴진다. 한국의 역사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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