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 사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12층에서 열린 방문진 이사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일로 방문진의 존재 의미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며 "도대체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저는 MBC 사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취재진들이 연거푸 질문을 던졌으나 엄 사장은 "할 이야기는 많으나 여기서 접겠습니다"라고 말하고 호텔을 떠났다.
▲ 엄기영 MBC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후 방문진 이사회가 열린 롯데호텔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
방문진 이사회는 이날 여당 이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황희만 울산 MBC 사장, 윤혁 부국장, 안광한 편성국장을 보궐 임원으로 선임했다. 엄기영 사장이 이들 이사의 선임에 찬성하지 않음에 따라 편성본부장, 보도본부장 등의 보직은 결정하지 않았다.
이사회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차기환 이사는 "지난번 김재영 경영본부장을 선임할 때는 엄기영 사장과 김우룡 이사장이 서로 합의됐기에 각 보직을 결정해서 결의했으나 이번은 다르다"면서 "안광한 국장의 경우 두 사람이 모두 편성본부가 적당하다고 봤으나 다른 임원과 함께 결의하는 차원에서 역시 보직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엄 사장은 안광한 국장, 안우정 현 예능국장, 권재홍 기자 등을 보궐 임원으로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엄 시장의 사퇴 표명으로 향후 MBC는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MBC 안팎에서는 차기 사장으로 김종오 전 대구 MBC 사장이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MBC 노동조합은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한 총파업 조합원 투표 등을 예고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