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양해할 수 있다. 정보를 왜곡해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비튼 행위는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사퇴'를 운운할 정도는 아니라고 '넓게' 양해할 수 있다. 헌데 곤혹스럽다. 이렇게 넓게 양해하니 이전 일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이동관 홍보수석이 대변인이던 지난해 6월 'PD수첩'에 성토한 바 있다. 'PD수첩'의 광우병 방송을 "음주운전" "흉기"에 빗대며 "만약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경영진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총사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성토의 중심에 오역 논란이 있었다. 'PD수첩' 제작진이 아레사 빈슨 어머니가 '광우병'이라고 말한 것을 '인간 광우병'으로 의도적으로 오역했다는 점이 주요한 근거였다.
하지만 깨졌다. 청와대를 위시한 보수세력의 이 공격은 법원에 의해 근거 없는 것으로 판정 났다. 'PD수첩'은 오역하지 않았고 오히려 오역 주장의 선봉에 섰던 정지민 씨가 번역을 잘못한 점이 있다고 했다.
어떨까? 김은혜 대변인의 '마사지'와 'PD수첩'의 '오역'을 맞세우면 어떤 결론이 도출될까?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
결과론은 들이대지 말자. 김은혜 대변인의 '마사지'는 결과적으로 확인된 반면 'PD수첩'의 '오역'은 결과적으로 부인됐다는 점은 비교하지 말자. 너무 가혹하니까, 그리고 법원의 최종심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까 논외로 하자. 짚을 건 '과정의 논리'다. 'PD수첩'의 광우병 방송을 "음주운전" "흉기"로 성토했던 그 논리의 진정성이다.
그 때의 논평이 진정성 있는 것이었다면 김은혜 대변인의 '마시지' 또한 "음주운전" "흉기"에 빗대야 하는 것 아닌가. 국가 원수의 발언을, 그것도 외국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축소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행위라면 김은혜 대변인의 '마사지' 또한 성토해야 마땅한 것 아닌가.
이동관 홍보수석의 말대로 "일하다가 빚어진 실수"라면 'PD수첩' 또한 응당 보호했어어야 한다. 한미쇠고기협상 직후에 국민의 건강권을 염려해 열심히 취재해 보도한 것이니까, 설령 오역을 했더라도 이동관 홍보수석의 말대로 "일하다가 빚어진 실수"로 양해했어야 한다.
이게 아닌가? 'PD수첩'은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오역했다는 의심을 풀 수 없기에 이런 반론을 받아들일 수 없는가? 그럼 이렇게 말하자.
김은혜 대변인의 '마사지'는 "일하다가 빚어진 실수"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귀를 못 알아들어 '잘못' 브리핑한 것이 아니다. 이동관 홍보수석이 그러지 않았는가. "마치 지금 진행돼서 곧 될 것 같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조금 마사지를 (한 것)"이라고.
정확하게 번역하자면 이동관 홍보수석의 말은 의도적으로, 일부러 축소 브리핑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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