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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판교보다 최대 50배 과밀 개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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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세종시, 판교보다 최대 50배 과밀 개발돼

[홍헌호 칼럼] '요지경 코미디' 세종시 수정안

쾌적하게 친환경적으로 개발된다는 세종시. 6년 동안 준비된 원안을 보면 이런 꿈을 꿀 수 있었다. 그러나 한두 달 사이에 급조된 세종시 수정안. 이 문건을 보면 그런 꿈은 산산이 부서진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요지경'이다.

이 글은 세종시 수정안이 담고 있는 '납득하기 어려운 코미디의 실체'를 파헤쳐 보기 위해 준비되었다.

"세종시 자족기능 부족" 주장, 근거 있나?

정부는 세종시 원안에 자족기능이 부족하다고 한다. 근거가 있는 주장일까.

건설교통부가 2006년 내놓은 <행정중심복합도시 자족성 확보방안>이라는 보고서와, 국토연구원이 같은 해 내놓은 <행정중심복합도시 자족기능 확보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세종시 원안을 만든 사람들의 자족기능확보전략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들은 정운찬 총리나 국무총리실처럼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세종시 원안을 만들지는 않았다. 이들은 1차적으로 도시계획 전문가 200명(설문지 101명분 회수)을 상대로 세종시 자족기능 확보방안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2006년 정부가 도시계획 전문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행정중심복합도시 자족기능 수요조사. ⓒ프레시안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도시계획 전문가 101명 중 43명은 세종시에 문화산업단지(또는 소프트웨어진흥단지, 정보통신산업단지)가 들어서기를 원했고, 27명은 도시첨단산업단지가 들어서기를 원했다. 반면 도시아파트 공장이나 벤처기업전용단지가 들어서기를 원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제조업 산업용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넓은 공장용지가 필요한 전통적인 산업을 원치 않았다. 제조업용지의 적절한 비중을 묻는 질문에 대해 42명이 1~3%에 그쳐야 한다고 대답했고, 27명은 3~5%에 그쳐야 한다고 대답했다.

제조업 산업용지가 이렇게 적어도 되는 것일까. 70년대나 80년대식 도시를 염두에 두고 있는 정운찬 총리나 국무총리실은 그런 염려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세종시 원안을 만든 사람들이 그렇게 어리숙하게 세종시건설을 추진했던 것 같지는 않다. 이들은 2005년 6권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해외사례 조사 보고서>를 내고 각국의 사례를 분석했고, 2006년에는 미국의 워싱턴DC와 캐나다 오타와를 주요 참고대상으로 하여 세종시의 산업구조와 고용구조를 도출해냈다.

세종시 제조업 비중, 워싱턴DC의 19배

세종시 원안과 미국의 워싱턴DC, 캐나다 오타와의 고용구조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건설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의 2006년 보고서 내용을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프레시안

국토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종시의 제조업 고용비중은 6.70%로 오타와(8.28%)보다는 다소 낮지만 워싱턴DC(0.36%)보다는 19배 정도 더 높다.

제조업과 정보산업을 합친 제조·정보산업 비중은 어떨까. 세종시의 제조·정보산업 비중은 18.59%로 워싱턴DC(3.89%)보다 4.8배 더 높고, 오타와(12.32%)보다 1.5배 더 높다.

제조업, 정보산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문화예술오락산업을 모두 합친 첨단 제조·서비스·문화산업 비중은 또 어떨까. 세종시의 첨단 제조·서비스·문화산업 비중은 39.35%로 워싱턴DC(19.1%)보다 2.1배 더 높고, 오타와(26.4%)보다 1.4배 더 높다.

세종시 제조·지식기반서비스업 고용 비중은 37%

기존 보고서들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운찬 총리나 국무총리실은 여전히 세종시 원안의 산업용지가 지나치게 좁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세종시 원안을 준비한 사람들은 이런 항변에 대하여 어떤 대답을 준비하고 있었을까(물론 지금은 정권이 바뀌어서 깊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말이다).

건설교통부·국토연구원이 2006년 내놓은 <행정중심복합도시 자족기능 확보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이에 대한 대답들이 들어 있다.

▲ ⓒ프레시안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종시 자족기능 확보전략에 따라 약 99만㎡(약 30만평)의 제조업 용지를 확보하여 1만6599명을 고용할 수 있고, 약 36.3만㎡(약 11만평)의 지식기반서비스업 산업용지를 확보하여 7만6375명을 고용할 수 있다고 한다. 두 부문을 합치면 약 135.3만㎡(약 41만평)의 제조·지식기반서비스업 산업용지에 9만2974명을 고용할 수 있게 된다.

세종시 원안과 관련된 기존 보고서들의 이런 해명에 대하여 정운찬 총리나 국무총리실은 어떤 반론을 준비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국무총리실이 지난 11일 내놓은 세종시 수정안에는 근거없는 주장들과 근거없는 수치들이 난무할 뿐 도무지 이들이 어떤 도시를 꿈꾸고 있는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대신 한두 달 사이에 급조된 졸속안답게 어처구니없는 모순점들이 도처에서 발견되었다. 세종시 수정안이 담고 있는 납득하기 어려운 코미디 한두 개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세종시 산업용지, 사원아파트만 있고 공장이 없다?

국무총리실이 지난 11일 내놓은 세종시 수정안에 따르면 347만㎡의 산업용지에 4만8900명을 고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 314만㎡의 산업용지를 대기업에 공급하면 2만2994명의 고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대기업 산업용지의 1인당 용지는 136.6㎡인 셈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33만㎡ 산업용지의 1인당 용지는 어느 정도일까. 이들은 이 지구에 2만5906명의 고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용지의 1인당 산업용지는 12.7㎡이다.

어이없는 코미디는 이 용지를 원형지로 공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정부는 이 용지를 원형지로 공급하여 사원아파트도 지을 수 있게 한다고 한다. 국무총리실 의도대로 314만㎡의 대기업 산업용지에 2만2994명이 고용된다면 이 곳 사원아파트에는 그것의 3배인 6만9000명이 거주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6만9000명이 거주하게 될 사원아파트를 지으려면 주택용지가 무려 212만㎡나 필요하게 된다.

세종시 원안에 따르면 인구 1인당 주거용지 면적은 30.7㎡이다. 대기업에 공급될 원형지에도 1인당 주거용지는 동일하게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 원형지에 거주하게 될 6만 9000명에게 필요한 총주거용지면적은 212만㎡이다.

주택용지만 확보되었다고 주거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려면 도로 등 기반시설용지가 있어야 한다. 세종시 원안에 따르면 인구 1인당 기반시설용지면적은 28.3㎡였다. 원형지 내에도 28.3㎡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10㎡정도의 1인당 기반시설용지는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나머지 1인당 기반시설용지 18.3㎡의 역할은 원형지 이외 지역이 대신 해 주게 된다).

원형지 내 1인당 기반시설용지를 10㎡라 가정하면 6만9000명이 거주하기 위해 필요한 기반시설용지 총면적은 69만㎡이다.

6만9000명이 거주하기 위해서는 공원·녹지도 필요하다. 세종시 원안에 따르면 인구 1인당 공원·녹지 면적은 77㎡였고, 판교신도시(인구 8만7789명)는 31㎡였다. 원형지 내에도 77㎡나 31㎡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10㎡정도의 1인당 기반시설용지는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역시 나머지 1인당 공원·녹지 67㎡의 역할은 원형지 이외 지역이 대신 해 주게 된다).

기반시설용지와 마찬가지로 원형지 내 1인당 공원·녹지를 10㎡라 가정하면 6만 9000명이 거주하기 위해 필요한 공원·녹지 총면적은 69만㎡이다.

요컨대 국무총리실 의도대로 314만㎡의 대기업 산업용지에 2만2994명이 고용되도록 하고, 또 그 곳 사원아파트에 6만9000명이 거주하도록 하려면 주거용지 212만㎡, 기반시설용지 69만㎡, 공원·녹지 69만㎡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 세 가지를 합치면 모두 350만㎡가 된다. 그렇다면 여분의 토지가 없는데 산업시설용지는 어떻게 만들까. 필자가 국무총리실에 묻고 싶은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세종시 원형지 일부지구 과밀도, 판교의 25~50배

그러나 이 정도 코미디는 다음에 소개할 코미디에 비하면 약과에 불과하다. 세종시 수정안은 또 대기업 산업용지가 아닌 산업용지 33만㎡도 원형지로 공급하고 이곳에 2만5906명을 고용하게 하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경우는 또 어떨까.

314만㎡의 대기업 산업용지에 6만9000명(고용 2만2994명)이 거주하게 될 때 그 곳에 산업시설용지가 들어설 여지는 없었다. 그런데 그보다 10배는 더 좁은 33만㎡에 7만7700명(고용 2만5906명)이 거주하도록 하겠다니. 이 경우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앞에서 설명한 방식대로 계산해 보면 인구 7만7700명이 거주하게 될 원형지에는 239만㎡의 주택지, 78만㎡의 기반시설용지, 78만㎡의 공원·녹지가 필요하다. 모두 합쳐 395만㎡, 애시당초 산업시설용지가 들어설 여지는 전혀 없다.

참고로 인구 8만7789명이 거주하게 될 판교신도시 총면적은 922만㎡ 였다. 그런데 정운찬 총리와 국무총리실은 7만7700명이 살게 될 세종시 원형지 일부 지구를 33만㎡의 용지 위에 만들겠다고 한다. 대단한 상상력이다.

판교신도시와 세종시 원형지 일부 지구의 1인당 면적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판교 신도시 1인당 도시면적은 105㎡, 7만7700명이 살게 될 세종시 원형지 일부 지구 1인당 도시면적은 4.25㎡, 양자 간에는 무려 25배의 차이가 난다.

물론 세종시 원형지를 판교신도시와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원형지를 반으로 쪼개 50%는 산업시설용지로 활용하고 나머지 50%를 주거용지, 도시기반시설용지, 공원녹지로 활용할 경우 도시과밀도는 더욱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는 사실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럴 경우 7만7700명이 살게 될 세종시 원형지 일부 지구 1인당 도시면적은 2.125㎡ 로 떨어지게 되고 판교 신도시와의 격차는 50배로 벌어지게 된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코미디는 코미디를 낳는다고 했던가. 황당한 일은 계속 터지고 있다.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별도의 검토과정, 교정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입법예고를 했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어이없고 낯 뜨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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