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클릭' 논쟁이 일었던 총론의 수정이 거의 없고, 세부 분야 정책도 민감한 이슈는 피해 뉴민주당플랜을 둘러싼 정체성 논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뉴민주당플랜은 진보성 중심 실사구시 생활정치"
정세균 대표는 "1년 반의 준비 끝에 오늘 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 들어 현안들이 하도 많아 밀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뉴민주당 플랜은 2008년 하반기 '비전위원회'가 출범한 뒤 2009년 5월 뉴민주당 선언 초안을 발표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으로 논의 자체가 계속 밀려왔다.
정 대표는 "뉴민주당 플랜은 비판을 뛰어넘어 나름대로의 방안과 정책을 내놓아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것이 본질"이라며 "구체적 대안의 실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초안 공개 당시의 정체성 논쟁을 의식한 듯 "민주당의 정체성은 진보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진보성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국민의 실생활을 잘 챙기는 실사구시의 자세를 견지할 것이며, 철저하게 생활정치를 잘 펼쳐나가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민주당 플랜은 '더 많은 기회', '더 높은 정의', '함께 하는 공동체'라는 3대 가치를 기조로 △일자리를 모든 정책의 중심에 둔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국가발전모델로 한다 △중소기업 중심의 시장경제를 지향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인다 △사회투자형 복지국가의 틀을 구축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 등 6대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이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뉴민주당 교육분야 정책 발표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교육분야 시작으로 6주 동안 한 분야씩 발표"
이날 첫 번째 순서로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이 교육분야 정책을 발표하고 '떡잎은 국가가 책임진다', '아이들이 즐거운 경쟁력 있는 학교를 만들자', '교원을 대폭 증원해 학급당 25명 실현', '대학 등록금 인하를 통한 반값 등록금 단계적 실현', '고등학교 의무교육 단계적 실현', '보편적인 무상급식 실현', '한국교육개혁, 이제는 대학이다' 등 7개 브랜드를 내놨다.
구체적 정책을 살펴보면 영유아 교육과 관련해 △영유아 보육·교육에 대한 무상교육을 위한 국가 지원 확대를, '즐거운 학교'와 관련해 △전국 일제고사 반대, 표집에 의한 학업성취도 평가 △0교시 수업반대, 심야학습 학생 선택 △혁신형 자율학교 모델 확산 등을 내놨다.
또한 수도권 초등학교 4학년까지 학급당 학생 수 25명을 실현하기 위해 교원을 증원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등록금 상한제와 더불어 대학교육에 대한 국가재정지원을 확대 및 소득 5분위까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밖에 고교 의무교육과 초중등학교에 이은 고교 무상급식까지 단계적으로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학교육에 있어서는 "세계 100대 대학에 5개 이상의 국내 대학이 들도록 지원한다"는 목표이고, "상위권 대학 입시열풍을 완화하기 위해 지역 국립대 통폐합 유도, 지방 포함 50개 대학에 연간 500억 원씩 5년간 지원해 특성화 대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정세균 대표나 나도 가난하고 어렵게 자랐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며 "그러나 지금은 개천에서 용이 아니 않고 강남에서 용이 나는 사회"라며 "가진 사람들이 기회를 독점해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사람에 대한 투자로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존립할 수 없다"며 "SOC에 투입되는 재정계획을 바꿔, 교육에 GDP의 6%만 투자해도 영유아 무상교육, 반값 등록금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찰 없는 구호는 공허"
뉴민주당플랜이 1년 6개월 만에, 초안이 제시된 지 8개월 만에 구체적 모습을 드러낸 만큼 미뤄져 왔던 당내 논쟁도 다시 가열될 전망이다.
우선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제시된 비전은 국민들에게 공허하게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반값 등록금' 정책을 내놓으며 '2000년 이후 대학별 등록금 인상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 비교' 표를 제시했는데, 대학등록금이 물가상승률의 2~4배를 뛰어 넘어 인상된 시기는 정작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였다.
이종걸 의원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민주당 정권 시절에 대학등록금이 대폭 올랐는데 모른척 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라며 "당시 등록금 인상을 제어하지 못한 원인을 고백하고 반성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민주정부 10년 평가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아직 구체적 활동 결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구체적 반성과 성찰 없는 구호는 공허하다"고 말했다.
"평준화라는 말은 빼겠다"
영유아 보육·교육, 무상급식, 의무교육 확대 등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공교육 특히 '평준화' 등 '3불 정책'에 대한 모호한 입장도 논란거리다.
이날 김효석 원장은 교육분야 '민주정부 10년의 업적과 반성'에 대해 △교육기회의 확대 △중학교 의무교육 완성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인프라의 확충 △BK21 △누리사업을 통해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획기적인 투자 등을 성과로 내세우면서도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평준화 집착, 3불 정책, 초중등학교 중심의 정책 등 현실 고착적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3불 정책'에 대한 언급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원장은 이날 발표문에서도 "출발점 평준화 프로젝트"라는 영유아 교육지원 확대 분야의 부제를 읽다가 "평준화라는 말이 사실과 다르게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온다"며 "'평준화'라는 단어는 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이날 발표와 함께 상영한 교육 현장 현실에 대한 동영상에는 특목고를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나, 정작 정책에서는 특목고에 대한 입장이나 해법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비주류 초선 의원은 "국회의원 입장을 떠나 학부형으로서 별로 와 닿는 내용이 없다"며 "특목고, 사교육 대책, 대학입시 등 가장 관심있고 논쟁적인 민감한 이슈는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 교육의 정상화 해법으로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제시하고서 세계 100대 대학에 5개 이상의 국내 대학이 들어가게 지원하는 것은 다소 동떨어진 내용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김 원장은 "이번에는 특별히 의미가 있다고 한 부분을 대표 브랜드로 뽑아 내놓은 것으로 큰 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는 것은 이번에 넣지 않았다"며 "3불과 대학입시 등은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다만 교육의 수월성에 대한 개념도 평등화 개념에 접목할 필요가 있다"며 "절대 다수를 위한 수월성 개념을 이번에 접목시키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정책으로 평가받겠다"
전체 정책방향과 관련해서도 '새로 마련한 정책방향이 지난해 5월 총론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김 원장은 "당시 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일부에서 '우클릭'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구체적 정책을 갖고 얘기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대부분이었다"면서 "앞으로 6개 분야를 모두 발표한 뒤 시도별 순회를 통해 당원들 의견을 듣고 최종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1년 6개월만에 뉴민주당플랜이 비로소 빛을 보게 됐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당 내 후보군들의 경쟁, 주류-비주류의 본격적인 당권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이어서 논쟁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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