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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머리는 '모범 엄마', 파마머리는 '불량 엄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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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머리는 '모범 엄마', 파마머리는 '불량 엄마'입니까?"

[현장] '경기도학생인권조례' 공청회…청소년이 말하는 인권 실상

"우리는 사람입니다. 개·돼지가 아닙니다. 감정과 이성을 가진 우리가 왜 개·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아야만 합니까? 왜 우리가 맞으면서 교육을 받아야 합니까? 체벌을 해야만 학교가 바로 선다는 건 선생님들의 일방적인 변명일 뿐입니다." (김명진 화정중학교 3학년)

"두발 자유화가 이뤄진다면 학생들의 탈선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중범죄는 10대보다 30, 40대가 월등히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말대로라면 40대를 대상으로 두발 규제를 실시해야 타당한 것 아닐까요?" (김효경 분당정보산업고등학생)


지난 12월 17일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초안을 발표했다.

이 초안이 발표된 뒤 일부 교육, 시민 단체와 언론 등에서는 조례가 통과될 시 "학교가 붕괴되고 교권이 무너져 학생을 지도할 수 없게 된다"며 강한 반발을 했다. 청소년들은 이러한 반응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5월부터 준비한 '경기도학생인권조례'의 공청회가 24일 경기도 수원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는 인권조례에 적용을 받는 경기도 지역 청소년 6명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은 "학교에서 유린당하고 있는 학생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권조례가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날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한 남양주청학고 1학년생 한소영 양이 인권조례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프레시안

"생머리 한 엄마는 모범 엄마고, 파마 한 엄마는 '날라리' 엄마인가"

고양시에 위치한 화정중학교를 다니는 김명진 군은 "학생인권조례 12조 두발복장규제가 많은 반발을 사고 있다"며 "일부 언론과 단체에서는 두발 복장을 자유화하면 학생들이 탈선할 가능성이 많고 학습 등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학생의 머리는 통제의 대상이 아니이기에 두발 규제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명진 군은 발상의 전환을 제안했다.

"생머리를 한 엄마는 모범 엄마이고 파마를 한 엄마는 '날라리' 엄마입니까. 어른들은 파마를 하고 염색을 한 것으로 모범 엄마, '날라리' 엄마를 가르지 않으면서 왜 학생들에게는 그런 잣대로 모범생과 '날라리'를 갈라놓습니까?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학생들은 머리를 제멋대로 하고 복장을 제멋대로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높은 학업 성취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김명진 군은 "이러한 주장들은 학생을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고 오직 어른들의 관점에서 좋지 않다고 해서 두발 복장을 규제하는 것"이라며 "두발 복장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부터 먼저 머리카락을 귀 밑으로 자르고 파마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당정보산업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김효경 양도 거들었다. 김효경 양은 "머리카락이 짧기 때문에 오히려 공부에 불편할 때가 있다"며 "묶을 수도 없는 짧은 길이 덕분에 오히려 더 머리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경 양은 "또 강제로 단속하는 과정에서 선생님들과 학교에 반감이 생겨 오히려 학습 동기가 감소되기도 한다"며 주위 학우의 상황도 전달했다.

김효경 양은 "학교는 지식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 주체성을 키우며 인격도 배우는 곳이라고 사회에서는 강조한다"며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김효경 양은 "자신의 머리 모양조차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학교가 대신 결정해주는 상황이 지금의 학교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주체성을 키울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조성군 군은 교복 자율화와 관련해서 "1982년에 시행된 교복 자율화 조치가 실패했다며 이번에도 안 된다고 일부에서는 주장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2010년으로, 지금은 예전과 같이 않다. 학생들을 믿지 않고 무조건 안 된다고만 말하는 모습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체벌이 최후의 수단이 아닌 최선의 수단으로 오남용"

체벌에 관해서도 학생들의 발언은 이어졌다. 이들은 현재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학내 체벌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권조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원 메탄고에 재학 중인 홍석진 군은 "현 교육 실태를 봤을 때, 교사의 매는 훈육보다는 학생 통제의 수단이 더 크다"며 "선생님들은 한 반에 30~40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통제하고 좀 더 편하게 수업에 임하려고 결국 매를 든다"고 평했다.

홍석진 군은 "이러한 체벌은 일시적으로 수업하기는 편할지 모르지만 결국 이러한 편의주의 때문에 학생들의 인권은 학교에서 묵살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군은 "체벌은 교육 현장에서 최후의 수단"이라며 "그러나 현 교육 현장에서 체벌은 최선의 수단으로 오남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석진 군은 "문제는 체벌로 인해 아픈 건 우리 몸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여린 마음"이라며 "우리의 자유와 인권도 매질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군은 "학생들이 맞아서 정신을 차리고 수업 시간에 조용히 한다고 해서 그것이 참된 교육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교실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될 때면, 가끔 우리가 사육장의 동물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폭력의 악순환이었다. 홍석진 군은 "우리는 이미 악순환 된 폭력의 희생자이고 10년, 20년 뒤 악순환의 주도자가 될 지도 모른다"며 "꼭 체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고 정성과 사랑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쳐 달라"고 당부했다.

김효경 양은 "우리가 선생님에게 체벌을 받는 경우는 성적과 태도에 관해서"라며 "선생님이 체벌을 가할 경우는 '불가피하고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이런 경우가 과연 그에 합당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효경 양은 "체벌로 인해 성적이 오르고 체벌로 인해 사람의 성품이 올곧아 진다면 세상에 전교 꼴등은 왜 있는 것이며 범죄자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고양시에 위치한 대화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신재윤 양은 교육의 가치를 들어 체벌을 반대했다. 신재윤 양은 "교육은 '인간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행위 또는 그 과정'이라고 배웠다"며 "하지만 체벌과 같은 행위는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재윤 양은 "현재 학교에서는 교육이란 가면으로 체벌과 같은 반인륜적인 폭행을 강자의 입장에서 약자를 누르듯이 자행하고 있다"이라며 "말로 안 되면 맞아야지는 틀린 말이다. 교사는 학생이 말을 듣게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날 공청회에는 인권조례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이 대거 몰렸다. ⓒ프레시안

"성숙한 분들이 모인 사회는 왜 그렇게 많은 분쟁이 있는가"

청소년들은 무엇보다 일부 언론과 교육 단체에서 "학생들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것을 강하게 반박했다.

김효경 양은 "학생들이 미성숙한 존재라면 상대적으로 보았을 때, 성숙한 존재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을 비롯한 성인들, 즉 어른들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궁금한 점은 그렇게 성숙한 분들이 모인 사회는 왜 그렇게 많은 분쟁이 있고, 폭행과 비리 등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효경 양은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인권조례 안은 미성숙했기 때문에 시기상조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재윤 양은 "어른들은 학생들에게 미성숙하다고 쉽게 이야기한다"며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강자의 약자에 대한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신 양은 "인권이라는 개념에는 모두가 인간이라는 기준 아래 평등하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사람은 사람의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여기에는 어른도, 학생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신재윤 양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교권이 침해당할 것이라는 주장을 두고도 "교육은 절대로 주입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신재윤 양은 "교육에 있어 선생님의 역할은 억압과 강요가 아니라 교육"이라며 "교육의 관점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어떻게 교권을 침해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나타냈다.

신재윤 양은 "물론 그들이 말하는 교권이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안다"며 "하지만 그 교권 자체가 오류이기 때문에 그것을 고려할 이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 양은 "그 어디에서도 교사가 학생을 폭행할 권리나 교사가 학생에게 폭언을 통해 그 학생의 존엄성을 훼손할 권리를 보장해놓은 법 조항은 없다"며 "그들이 말하는 '교권'은 결국 교사들의 욕심이자 편법"이라고 주장했다.

신재윤 양은 "학교에서무조건 학생들을 때리고 막말을 해가면서 가르쳐야 학생들이 말을 듣는가"라고 반문한 뒤 "오히려 말 한마디에 쉽게 수긍하고 행동을 고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25일 마지막 공청회인 3차 공청회를 연다. 이 자리에는 교육 전문가들이 참석, 인권조례에 관한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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