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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2년, 대기업 살찌고 중소기업 말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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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2년, 대기업 살찌고 중소기업 말라가"

입법조사처 "고환율로 수출대기업만 혜택"

지난 2008년 경제위기 직후 정부가 추진한 고환율정책(원화 약세)으로 일부 수출 대기업은 큰 혜택을 얻은 반면, 상당수 중소기업은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주요 대기업들이 큰 폭의 이익을 보았다고 공시했던 까닭은 정부의 강력한 환율정책 덕분이었다는 뜻이다.

대기업 이익이 늘어나 국가 경제도 양(+)의 효과를 얻었으리라 추측 가능하지만, 수입물가 상승으로 서민 경제가 더 어려워진데다 고용의 대부분을 전담하는 중소기업 부문은 오히려 어려움에 빠졌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24일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대 다수인 82.1%가 "정부의 기업정책이 대기업에 치우쳐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게 무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이와 같은 내용은 <프레시안>이 25일 입수한 국회입법조사처의 '고환율로 인한 수출대기업집단의 혜택' 보고서에 실렸다.

▲국내 제1의 수출산업인 선박산업은 고환율 정책으로 수혜를 입었다(기사는 특정 기업과 관계가 없음). ⓒ뉴시스

경기침체에도 수출액 오히려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한국의 수출액은 달러화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22.3% 감소했다.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해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가 악영향을 받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수출액을 원화로 환산할 경우, 오히려 5.4% 증가했다. 이는 경제위기 이후 지속된 고환율 덕분이라고 입법조사처는 밝혔다.

실제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초만 해도 달러당 936.2원에 불과하던 원-달러 환율은 경제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3월에는 1570원대까지 치솟았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직후인 2008년 9월 15일부터 환율이 가장 높게 올랐던 지난해 3월 2일 사이 원화 절하율은 39.6%에 달해, 한국의 화폐가치는 헝가리 다음으로 낮게 떨어졌다.

이와 같은 고환율 혜택에 따라 한국 경제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전 세계 수출량이 24.8% 감소하는 동안 16.5%만 감소할 정도로 '선방했다.'

입법조사처는 고환율 정책에 가장 큰 혜택을 입은 주체로 대기업 집단을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30대 그룹 상장계열사의 달러화 기준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7.3% 감소했으나, 이 기간 환율이 37.0% 상승함에 따라 원화로 환산한 수출액은 불과 0.7%만 감소하는데 그쳤다.

정부가 최근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에 대해 우려가 담긴 의견을 내놓은 이유가 이 때문임을 짐작 가능하다. 지나치게 높은 환율보다 일정 정도 내려가 적정선을 유지하는 환율은 수입물가 하락을 촉진해 서민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기업의 수출경쟁력은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환율 효과가 사라지기 시작하던 지난해 2분기 30대 그룹의 수출실적을 살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이 기간 30대 그룹의 수출 감소율은 전기 29.2%에서 25.5%로 줄어들었으나, 원화가치 상승에 따라 원화로 환산한 수출액은 4.8% 증가에서 5.5% 감소로 전환했다.

이와 같은 내용을 근거로 입법조사처는 "원화 약세 효과가 없었다면 한국 기업의 실적은 매우 부진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기업의 자국통화 기준 매출증가율은 2008년 기준으로 전년대비 24.3% 증가했으나 달러화로 환산하면 불과 5.1%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정부의 고환율 정책 덕분에 대기업들이 이득을 많이 보았으나, 이를 온전히 기업의 역량이 오른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고환율 정책, 결국 '중소기업 쥐어짜기'

대기업이 집중적인 혜택을 본 반면, 중소기업들은 정부 정책의 피해자가 됐다.

입법조사처는 "달러의 상승과 함께 엔화도 급등하면서 주로 일본으로부터 핵심부품을 수입해오는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달러에 비해 엔화 가치가 커져, 원-달러 환율보다 원-엔 환율이 더 높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인위적인 환율 관리 자체가 중소기업에 큰 어려움을 끼쳤다고 입법조사처는 덧붙였다.

▲30대 그룹의 2008년 1분기~2009년 2분기 당기순이익(푸른색, 좌축)과 외화환산손익(붉은색, 좌축) 추이. 경제위기감이 극도에 달한 2008년 4분기 이후 대기업 집단의 실적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프레시안
입법조사처는 "환율의 절대적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수 개월 동안 환율이 수십 원씩 급등락하는 변동성이 더 문제였다"며 "정부의 환율안정 정책과 시장 간에 힘겨루기 양상이 진행될수록 외환시장의 일간 환율 변동성은 더 커졌다"고 했다.

경제팀이 대기업을 위해 인위적으로 높이 유지하려던 환율 정책으로 인해 중소기업만 큰 피해를 봤다는 뜻이다. 실제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7.71%에 달한 반면, 21개 휴대폰 부품업체 평균은 3.93%에 불과했다.

입법조사처는 "수출품목 중 상위 5대 상품(선박,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LCD, 자동차)이 차지하는 비중이 43.7%(2008년 기준)에 달해 환율 상승에 따른 혜택은 수출 대기업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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