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오는 3월부터 교원평가제(교원능력개발평가제)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나서면서 세부 방안을 내놓았다. 교과부는 8일 정책자문위원회의 첫 회의를 열고 "교원평가제 전면 자율 시행은 불가피하다"며 "시・도별 교육규칙을 제정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지난 7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교원평가제 법제화를 위해 구성한 6자협의체 대표자회의가 열린지 하루 만에 나온 자체 시행 방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및 양대 교원단체, 학부모단체가 참여하는 6자협의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동료 교원·학생·학부모가 교사 평가
이날 교과부가 발표한 교원능력개발평가제에는 교장·교감을 포함한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동료 교원간 평가, 학생 및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동료 교사 평가는 교사 1명에 대해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인 동료 교사 3명 이상이 평가하도록 했으며, 교장과 교감이 포함될 수도 있다. 교과부는 평가를 하게 될 동료 교사는 교원, 학부모, 외부 전문가, 교육청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교원능력개발평가위원회'를 교육청 및 학교에 설치해 여기에서 결정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교장·교감은 해당 학교의 모든 교사가 평가한다.
교사에 대한 평가 항목은 수업 준비, 수업 실행 등 5개 요소와 수업의 도입, 교사의 태도 등 18개 지표로 구성되며 각 지표별 2~5개 문항에 대한 설문으로 이뤄진다. 교장・교감에 대한 평가는 학교교육계획, 시설 및 예산운용 등 4개 요소, 교실수업개선, 시설관리 등 8개 지표로 구성된다.
교과부는 평가 지표별로 부족한 면이 지적된 교원을 대상으로 '연수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우수 교원에 대한 우대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단 도입' 강행…법제화는 나중에?
교과부는 매년 1회 이상 교원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원평가제가 기존 인사 및 상여금 지급에 활용하는 근무성적평정 및 성과급 평가와 함께 실시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또 법적 근거 없이 실시한다는 점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안정적인 전면 시행을 위해 법률적 근거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사회적인 분위기를 고려할 때, 교원능력개발평가제의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2010년 전면 시행의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교과부는 "다만 법제화 전까지는 시·도교육감 책임 아래 교육 규칙 제정을 통해 실시하도록 하겠다"며 "오는 15일경 시·도교육규칙표준(안) 시안을 시・도교육청에 권고하고, 2월 말까지 교육규칙 제정 절차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이날 출범한 정책자문위원회의 역할을 두고 "특히, 현재 국회에서 법제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면 시행을 하는 방안과 국회에서 개정 법률안이 통과되는 경우, 현재 추진 중인 시·도별 교육규칙을 즉시 시행령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주체 논의에 찬물 끼얹는 행위"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을 통해 "6자협의체가 열린 다음날 교과부가 6자협의체를 전면 부정하고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며 "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교과부는 18대 국회에 교원평가와 관련 정부 입법안도 제출하지 않은 채 마치 장관의 치적 쌓기라도 하는 양 법적 근거 없는 교원평가를 강행하고 있다"며 "모처럼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 주체들이 논의하는 장이 열렸음에도 찬물을 끼얹는 교과부의 행위는 참으로 개탄스럽고 어처구니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전문성 향상을 위한 평가제를 근무평정 및 성과급제와 통합해 삼중평가를 하겠다는 것은 수년 전 논의로 회귀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교총 등이 법시행에 찬성한 만큼 법이 개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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