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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의 봄날은 '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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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의 봄날은 '왜' 갔는가?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구당 김남수에게 묻는다

김남수 옹의 최신 저서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이상호 지음, 동아시아 펴냄)를 보면 몇 달 전 위암으로 세상을 뜬 배우 장진영 씨의 치료 기록이 자세하게 묘사되었다.

"초기에 암 치료하고 난후에 4기에서 2기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남은 종양을 가지고 한참을 치료했는데 위(胃)가 문제가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멍든 것이 발견됐다. 피를 응고하는 혈소판이 줄어들어서 혈소판 수혈을 받는다고 하였다."

김남수 옹의 말에 따르면, 침술 2500회, 뜸 시술 1만 회가 넘게 이루어졌다. 과연 이 김남수 옹의 시술이 장진영 씨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결론을 얘기하기 전에 김남수 옹이 고집하는 뜸이 무엇인지 한 번 살펴보자.

뜸의 한자는 구(灸)이다. 마치 구들장에 불을 넣은 것처럼 몸을 불로 지져서 몸 안의 따뜻한 양기를 북돋아 달아오르게 만다는 게 뜸의 기본 원리이다. 김남수 옹은 뜸이 모든 병에 무해하다고 말한다. 과연 그런가? 모든 치료에는 음양의 양편이 있다. 이익이 있으면 손해가 있다.

뜸의 재료는 쑥이다. 김남수 옹은 "뜸에 쑥을 쓰는 것은 그 성분이 아니라 발화점이 낮게 형성되기 때문이다"라며 "(성분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의사의 인식이 잘못되었다"라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한의사가 "약장사"라서 그런 논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쑥은 인체를 따뜻하게 만든다. 예로부터 몸을 따뜻하게 열기를 돋우는 데 쑥을 사용한 것도 이런 사정을 옛사람들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쑥뜸에 쑥을 사용하는 것도 비슷한 원리다.

대부분의 식물에 불을 붙이면 위로 타오르지만, 쑥은 아래로 타내려간다. 뜸에 3년 묵힌 쑥을 사용하거나, 양기가 성한 3월 삼짇날 쑥을 뜯는 것, 강화도 쑥이 최고로 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쑥의 고유한 성질 때문이다. 즉, 김남수 옹의 얘기와 다르게 쑥 자체가 '양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의학의 시각에서 보면, 양의 성질을 가진 쑥은 음의 성질을 가진 병을 치료하는 데 적합하다. 장진영 씨의 목숨을 앗아간 암은 한의학에서는 '적취'라고 하는데, 내부에 한기가 쌓인 음의 성질을 가진 병으로 여긴다. 편작이 저술한 <난경>을 보자.

"차가운 한기에 의해 음기가 순환하지 않으면 혈류가 나빠지고 정체되어 덩어리가 생긴다. 이를 적취라고 하며 뿌리를 내린 듯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시각을 염두에 두면 장진영 씨의 암에 쑥뜸 시술을 한 것은 맞다. 그러나 김남수 옹은 큰 실수를 했다. 몸이 허약할 때는 함부로 뜸을 떠서는 안 된다. 내 주장이 아니다. <상한론>, <금궤요락> 등의 의서는 공통적으로 이렇게 강조한다.

"허한 증상에 실증을 몰아내는 방법을 사용하면 혈(血)이 맥 속으로 흩어진다. 화기(火氣)는 비록 미세하지만 내부로 쳐들어가는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 김남수 옹은 오랜 투병 생활로 극도로 몸이 약한 장진영 씨에게 뜸을 1만 번이나 넘게 시술하는 일을 감행했다. ⓒ뉴시스
이처럼 김남수 옹이 암으로 몸이 쇠할 대로 쇠한 장진영 씨에게 1만 번 넘게 뜸을 시술한 것은 한의학의 기본 원리를 어기는 것이다. 더구나 장 씨는 위암뿐만이 아니라 지혈 작용에 관여하는 혈소판이 부족해서 고통을 겪고 있었던 듯하다.

장진영 씨의 병력을 소상히 알지 못하니, 장 씨가 원래 혈소판이 부족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투병 생활로 혈소판 수치가 떨어진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위암을 앓고 있는 장 씨의 몸 상태가 지극히 약해 있었음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김남수 옹은 이런 지경에 있는 장진영 씨에게 뜸을 시술했다. 인체의 혈관은 뜸과 같은 열에 풍선의 고무처럼 확장한다. 오랜 투병 생활로 체력이 바닥인 장 씨의 얇은 혈관이 무려 1만 번 넘는 뜸을 뜨면 혈관이 늘어나 얇아지면서 잘 터지게 되고 더욱 혈소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남수 옹은 심지어 혈소판이 줄어드는 것도 뜸으로 극복할 수 있다며 새로운 혈 자리를 찾아서 더욱더 뜸 치료에 박차를 가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 '무식한' 행동이다. 장 씨의 봄날이 가는 데 김남수 옹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 같다.

김남수 옹의 호는 구당이다. 구당은 '뜸뜨는 집'이라는 뜻이다. 김남수 옹이 창안했다고 자랑하는 뜸의 결정판은 무극보양 뜸이다. 그가 1984년에 펴낸 <뜸의 이론과 실제>라는 저서를 보면, 무극보양 뜸을 '보건 뜸'이라고 불렀다.

보건 뜸은 1934년 일본군이 만주 침략과 함께 보급한 '국민보건구(뜸)'의 아류이다. 당시 일본군은 약품, 의료인이 부족하자 일반 사병의 체력, 식욕, 수면 증진을 위해서 이 뜸 법을 보급했다.

김남수 옹이 이 일본군이 보급한 뜸 법을 어디서 배웠을까? 김남수 옹의 젊은 시절 이력을 보면 짐작이 가능하다. 그는 자전적 기록에서 "일제시대 면사무소에서 후생 담당을 했다"고 말했다. (<무극보양뜸을 통해 본 구당 김남수의 의학 사상>)

당시 면사무소 후생 담당이란 일제시대 노동, 보건을 담당했던 직책이다. 일제시대 말기에는 정신대, 징용자를 송출하는 업무를 맡았던 친일 부역자들이다. 김남수 옹은 <침뜸과의 대화>에서 일본의 한 박사가 뜸으로 결핵을 치료한 이야기를 길게 하는데, 바로 자신의 뜸이 어디에 맞닿아 있는지 드러낸 것이다.

김남수 옹의 자격증에는 더욱더 의문이 많다. <신동아> 2005년 5월호를 보면 그는 "28세 때 남수침술원을 개원해 지금까지 한 번도 침을 놓지 않았다"고 인터뷰를 했고, 그 이후에도 여러 언론에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김남수 옹은 2008년 다른 언론에서는 "1983년 남수침술원을 개원했다"고 말을 바꾸는 등 자격 자체가 어떤 경로로 어떻게 취득했는지 전혀 알 수 없도록 횡설수설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임상 대목으로 들어가면 지적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를 들어서, 김남수 옹은 감기의 원인이 '열'이라며 "이열치열로 뜸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야기다.

감기는 한의학에서는 상한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차가움에 인체가 손상된 것이다. 영어로도 '감기에 걸렸다'를 'catch a cold'라고 하는 것처럼, 이것은 전 세계에서 범부도 전통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감기 때문에 뜸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없기로서니 이렇게 무식한 얘기를 해도 되는 것인가?

마지막으로 침술의 달인인 허임을 사사하는 입장에서 한 마디 덧붙이자. <침뜸과의 대화>에서 김남수 옹은 허임의 보사법을 언급한다. 그는 몇 가지 보사법을 설명하면서 결론적으로 "보사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런 김남수 옹의 대답에 저자는 이렇게 한술 더 뜬다. "실제로 허임 선생도 부분적이지만 보사 이론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실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김남수 옹이 언급한 보사법과 허임의 보사법은 전혀 다르다. 책을 읽었는지 의문이 든다. 더구나 허임의 보사법은 김남수 옹의 뜸처럼 만병을 통치하는 비술이 아니다. 허임 스스로 <침구경험방>에서 침구 치료의 의의를 "허실을 가려 보사를 함으로써 기혈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균형 감각에서 독자적인 그의 3단계의 제삽보사법이 나온 것이다.

만약 허임이 현존해서 위암에 걸린 장진영 씨를 환자로 맞았다면 섣부르게 침을 놓는 일은 안 했을 것이다. 아마도 양의를 찾아가 현재의 상태를 엄밀하게 진단하라고 권했을 것이다. 설사 한의사의 관점에서 치료를 했더라도, 몸을 보하는 것과 같은 가장 효과적인 (하지만 결코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치료 정도에 그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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