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막의 기적'이라 불리며 각국의 부러움을 사던 두바이의 국영건설기업인 두바이월드가 결국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를 선언하면서 두바이가 디폴트 공포에 빠져들었다.
두바이는 주변 국가의 오일머니, 유럽과 러시아의 자금을 빨아 들여 세계 최고층 빌딩인 버즈 두바이를 짓고, 프랑스 파리시 크기의 거대한 인공 섬 팜 아일랜드도 만들었다. 두바이는 이를 기반으로 관광업을 발전시켰다. 또 규제 완화와 개방을 전면에 내세워 중동의 금융허브로 기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을 준비하던 2007년 4월 두바이를 방문해 셰이크 모하메드 총리를 직접 만나는 등 두바이의 '화려한 성장'에 깊은 관심을 가졌었다. 대선 당시에서 전라북도 새만금을 방문해 새만금을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한국이 따라야할 '모델'로 여러 차례 제시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많은 나라가 따라 배우려 하던 두바이는 몰락하기 시작했다. 외국 은행들은 두바이에서 서둘러 돈을 회수해갔고,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두바이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오던 오일 머니도 사라졌다. 부동산 가격은 급락했고,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급기야 국영건설기업인 두바이월드가 25일(현지시간)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두바이 정부는 이날 두바이월드의 채권단에 최소 내년 5월30일까지 채무 상환을 유예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두바이월드의 총 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593억 달러에 달한다.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 유예 선언으로 두바이 디폴트(채무지급 불능) 우려도 커졌다. 두바이 전체의 부채는 800억 달러로 두바이월드의 부채가 전체의 3분의 2이상을 차지하기 때문. 당장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나킬(두바이월드의 자회사)의 이슬람채권(수쿠크) 규모가 40억 달러에 이른다.
이달 초 모하메드 총리가 두바이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채무상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단언하는 등 투자자들을 기만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날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 유예 소식이 전해지면서 두바이의 5년물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 스프레드가 440.14bp로 5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는 즉각 6개 두바이 국영 기업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켰다. 또 채무 상환 상황을 보면서 추가 하향 조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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