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거품 그대로 두면 또 한번 큰 경기하강 올 수도"
장 교수는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0 신한금융투자 리서치포럼' 강연에서 "현재 주가는 정부의 재정지출,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거품"이라면서 "자산거품을 그대로 두면 더 부풀어 오른 후 꺼지면서 또 한번 커다란 경기하강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9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자산가격의 하락은 패닉에 의한 것으로 일정정도 자산가격 반등은 당연하지만 현재와 같은 빠른 회복은 상당부분 거품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 장 교수는 한국 증시도 펀더멘털에 비해 거품이 껴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 장하준 케임브리지 교수. ⓒ프레시안 |
장 교수는 "물론 자산가격 거품이 무서워 거시정책을 풀지 않았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이렇게 돈을 풀어 숨쉴 틈을 만들어 놓고 부동산 담보대출 비율 조정, 구제금융 받은 금융기관 이익에 대한 적절한 과세 등 자본시장 규제를 강화해 지나친 거품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어야 하는데 이에 실패한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또 단기적으로 세계경제의 회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유럽의 실업률 및 소비자신뢰지수가 하락추세에 있고 영미국가의 신용카드 부채문제도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6개월에서 1년 사이 세계경제가 완전 한 회복세에 접어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위안화가 아니라 유로화의 시대가 열릴 것"
추가적인 위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장 교수는 "아직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도 실업률이 계속 올라가면서 그 과정에서 신용카드 부도라든가 주택담보대출 부도 같은 게 늘어나면 결 국 금융권에 다시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아일랜드, 아이슬랜드, 라트비아 등 유럽 변방 '금융 허브'들의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며 "이들 나라의 경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세계 경제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산시장의 거품이 문제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성급한 출구전략의 시행에 대해선 반대했다. 그는 "출구전략을 앞서서 쓰게 되면 숨어있는 부실이 더 드러날 수 있다"며 "출구전략을 성급하게 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번 세계 금융위기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작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달러 패권은 일단 막을 내리고 유로화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위안화보다는 유로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제대로 된 금융규제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5년 후 10년 후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그럴 경우 영미권 중심으로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정치적 저항이 거세게 일어나 부실금융기관의 정리가 불가능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제2의 대공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금융·서비스업만 강화하겠다는 것은 안이한 생각"
한국경제에 대해 장 교수는 "이번 위기가 우리 내부의 문제이기보다 외부충격에 의한 것이어서 외부충격이 가라앉으면서 빠르게 회복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특히 자동차, 전자 등 그동안 투자가 제대로 되고 준비를 해온 산업들은 한 단계 상승하는 효과까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현재 주축 산업을 대체할 산업을 육성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단기간에 선진국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부품소재 산업 등 기초산업이 취약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금융허브론'은 비판했다. 장 교수는 "중국 때문에 제조업은 틀렸으니 금융 등 서비스업을 강화하자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라며 "서비스업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튼튼한 제조업 기반없이는 금융서비스업을 육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제조업을 튼튼히 함으로써 금융, 컨설팅, 엔지니어링, 디자인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과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에 대해 "1970년대 정부가 경부고속도로나 댐을 만드는 게 맞았으나 지금 경제성장에 그런 것이 결정요소가 아니다"고 비판하면서 연구·개발 투자와 사회복지 확대에 재정을 투입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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