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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르게 한 후에 물을

[학원 절대로 가지 마라]<73>

일곱 살이었던 그 어느 여름 날, 물놀이를 위해 냇가로 가는 신작로 저 편에서
아이스케키를 먹고 있는, 우리 집에 자주 놀러왔던 6촌 아저씨를 보았다.
아이스케키 장사 옆에서 아이스케키를 먹고 있는 아저씨의 폼 나는 모습.
기분이 좋았다. 흥분이 되었다.
'오늘 재수가 좋구나.
눈이 마주치면 아이스케키 하나 얻어먹을 수 있겠지'

그런데 아니었다. 눈이 두 번이나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저씨는
애써 모른 체 하면서 아이스케키만 빨고 있었다. 아저씨의 눈동자에는 분명히
콧물과 함께 침 흘리는 어린 조카의 간절한 소망이 사진 찍혔을 것임에도.
목말랐기에, 엄청나게 먹고 싶었기에
기억력이 좋지 못한 나이지만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초등학교 입학 이전의 유일한 기억.

목말라 하지 않거든
우선 목마르게 하라. 안달이 나게 하여라. 그런 다음에 주어라.
목마르고 안달이 난 다음에라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다.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이 훌륭한 선생이라고 생각하였었다.
선생이 열심히 가르치면 학생의 실력은 비례하여 올라갈 것이라고 믿었었다.
많이많이 가르쳐 주어야 좋은 선생이라고 생각하였었다.
열심히 가르치는 것이 선생으로서 해야 할 최선의 임무라고 생각하였었다.
아이들이 소화시키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별로 염두에 두지 못하였었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도와주는 일이
잘 가르치는 일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먼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진정으로 알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목마를 때 물을 준 사람은 오랫동안 기억된다는 사실을.

성적 향상을 정말로 원한다면, 정말로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먼저 목마르게 하라. 먼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라.
먼저 알고 싶은 욕구를 발생시켜라. 스스로 알아낼 때까지 기다려주어라.
목마르게 하는 일이, 스스로 깨닫도록 도와주는 일이
교사의 진정한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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