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풍속 뒤에는 과학이 자리 잡고 있다. 뇌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 뇌는 인간의 몸무게에서 고작 2퍼센트를 차지하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20퍼센트에 육박한다. 이 정도의 에너지는 근육 전체가 사용하는 것과 맞먹는 양이다. 이렇게 뇌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근원은 포도당이다. 엿이나 초콜릿은 뇌가 사용하는 당을 공급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엿이든 초콜릿이든 수험생에게는 큰 차이가 없을까? 아니다. 한의학은 다른 차원에서 엿의 효능을 설명한다. <본경소증>의 흥미로운 한 대목을 살펴보자.
"술은 누룩으로, 엿은 엿기름으로 만든다. 누룩과 엿기름은 모두 보리로 만든다. 누룩은 보리를 가루로 만들고 나서, 뚜껑을 덮어서 발효를 시킨다. 오랫동안 갇혀 있었던 탓인지 술은 화를 자극한다. (반면에) 엿기름은 (보리의) 싹이 터 기가 풀린 것을 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기가 순조로워 화를 진정시킨다."
▲ 엿은 뇌 활동에 필요한 당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시험 전 스트레스로 생길 수 있는 복통 등을 다스리는 데 효과가 있다. ⓒ프레시안 |
수험생을 가장 당황스럽게 하는 것도 시험 당일 갑자기 배가 아픈 것이다. 심한 긴장이 복통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것을 한의학에서는 '이급(裏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바로 이 이급을 다스리는 데 엿이 효과가 있다. <중약대사전>을 보면 엿은 "비위의 기를 완화하고, 원기를 회복하며, 진액을 생성하고, 속을 촉촉히 한다."
실제로 엿은 한의학의 처방에도 쓰였다. 엿 성분이 가장 많이 든 처방은 '소건중탕'이라는 처방이다. "빈혈이 있어서 쉽게 피로하고, 복통을 호소하고, 손발이 화끈거리고 목이 건조할" 때 이 처방을 사용한다. 이 처방은 어린이의 체질 개선에도 쓰이는데, 바로 이것을 응용한 것이 '키디'와 같은 약이다.
엿의 원료로는 찹쌀, 멥쌀, 좁쌀, 황정, 백출 등의 다양한 재료가 사용된다. 약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찹쌀을 최고로 치며, 다음으로 좁쌀을 사용한다. 한약으로 사용하는 엿은 이(飴)라고 하며 맑고 형태가 유연한 것이고, 끈적끈적한 것은 당(餳)으로 주석과 같이 무르면서 딱딱하다는 뜻을 내포한다. 조금 더 딱딱하면서 탁한 것은 포(餔)라고 한다.
엿의 종류는 많다. 특히 유명한 것은 울릉도의 명물 호박엿이다. 호박엿은 원래 '후박엿'이었다. 위장을 따뜻하게 하고 소화 기능을 돕는 후박나무의 껍질을 사용하여 만들었는데, 이 후박나무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호박을 쓰다 보니 오늘날의 호박엿으로 변한 것이다. 후박나무와 엿의 효능이 조화를 이룬 후박엿은 위장을 치료하는 좋은 약이었을 것이다.
몸에 가장 좋은 엿은 무엇일까. 무술관이라는 엿이다. 노란 수캐를 삶아 그 고기 국물을 엿에 넣으면 보신에 가장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술주와 더불어 소개되어 있다. 엿의 이런 효능을 안다면 수험생을 위한 선택은 분명하다. 초콜릿 (혹은 건전지) 대신 꼭 엿을 사주자!
대한민국 '고3'들, 엿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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